4화 조직 내 순환과정과 포지션의 필수경험 #1

커리어를 발전 시키는 방법. 조직은 어떻게 인적자원을 개발할까?

사람간의 만남에서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 첫인상이 앞으로의 관계에서 지속 기억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 관계는 다르다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면접까지는 서로가 만족했으니(=첫인상이 좋았다는 뜻) 입사까지 이어지겠지만,

막상 입사 후에 마주하게 되는 동료들의 성향, 새로운 절차와 시스템, 그리고 입사전 밖에서 볼때는 몰랐던 내부의 사정들은 대부분 적응 단계에서 다름으로 인식되기 보다 성과를 달성하는데 불편함으로 느껴지게 되는데, 이는 첫인상과 관계없는 것으로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첫인상 보다 막상 합류하고 나서 느끼는 점들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첫인상부터 적응까지, I사는 달랐다

그런데 I 사는 지금도 가지고 있는 이러한 생각과는 확실히 다른 경우였던 것 같다.

내가 평소 생각해오던 어려움들, 예를 들어 공급사에 재고 부담 부과, 논리없는 가격 절감 등에 대해 인터뷰때 면접관들이 명쾌하게 대답해줬고, 그것이 실제 회사의 운영철학과 실무에서 적용되고 있었다.

(물론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메인프레임을 주 서버로 사용해서 UI/UX가 다소 레트로(?) 감성이었고, 시스템 배치타임으로 인해 실시간 처리가 안되는 것은 아주 조금 불편하고 이해가 안되긴 했다ㅎㅎㅎ)

좋은 첫인상(면접) 그리고 썸타는 기간(적응기간)이 만족스러웠기에 나는 이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첫번째 업무

처음 맡았던 아이템은 라우터, 스위치 같은 네트워크 장비였는데, 생전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지만, 회사가 이미 수많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었고, 다른 국가와 APAC, Global의 동료들이 있어 이들의 조언과 지원으로 비교적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I사는 구매 아이템을 Commodity별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Commodity 별로 Council이라는 제도를 운영하여 일종의 해당업무 전문가들로서 국경을 넘어 담당 아이템에 대해 협력하고 함께 고찰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장비관련 구매 업무는 어렵지 않게 익혀나갈 수 있었고, 영업팀도 구매팀의 지원에 만족하여 협업도 원활했다.

ai-generated-8211245_1280.jpg


고객의 평가로 이어진 성과, 그리고 첫번째 관리자 경험

IT 구축 프로젝트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개발 인력까지 통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한번에 고객에게 딜리버리하는 영업팀과 commodity별로 구입해야하는 구매팀의 협업 빈도가 높고, 결과적으로 영업팀은 일종의 내부고객으로 이들의 구매 담당자에 대한 평판이 인사에도 영향을 준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담당하던 네트워크 장비는 세계적으로 C사나 J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I사는 당시 전세계에서 가장 큰 IT 서비스 회사였다. 네트워크 장비회사들은 I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길 원하고, I 사 입장에서는 여러 공급자를 관리하기보다는 C사와 J사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시장상황이므로 다른 Commodity에 비해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 시절에 영업팀으로 부터 다른 담당자들에 비해 좋은 평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입사 3년 후 팀장으로 승진, 소프트웨어 팀 리더로 포지션이 변경되었다.

처음 맡는 리더십이었고, 한국과 중국에 있는 팀원들과의 소통도 만만치 않았지만 좋은 팀원들을 만난 덕분에 아이템과 역할 모두 무탈히 수행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소프트웨어 구매의 전략성과 재미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보다 공급자가 다양하고, 기술 변화 속도도 빠른 시장이다.

다품종 소량의 특징으로 인해 관리가 까다롭긴 하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하드웨어)를 구매한다고 하면, 해당메이커뿐 아니라 딜러사, 혹은 중고차, 심지어 개인간 거래도 가능하므로 공급망 다양화를 검토해야하고, 쏘나타 구매요청이 오더라도 K5가 동일/유사 성능을 내고 할인이 높아 가격을 절감 할 수 있다면 협의하여 K5로 구매할 수도 있다. B2B 시장 특성상 Engineering 혹은 연동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솔루션을 바꿀 수 있으므로 늘 대체재도 검토해야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일종의 지적재산권으로, MS Office를 사면서 "왜 Microsoft에서 샀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즉, 공급망을 지적재산권 기반의 시장 특성상 공급자가 명확하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공급자를 집중 관리하며 전체 성과가 달성된다는측면에서 오히려 소프트웨어는 매우 계산적인 협상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당시 I사의 SW 구매패턴을 분석하고 집중할 대상을 선정했고, 그렇게 OS 전문 M사, DB 전문 O사, 솔루션사 R사, B사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벤더들과 협업하며 소프트웨어 구매 전문가로 자리 잡아갔고, 동시에 SW에 특화된 구매 방법론과 전략을 팀과 함께 만들어나가므로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며 재미를 느끼며 일한 시간이었다.


필수 포지션, 그리고 고객을 이해하는 경험

입사 5년 차, 차장 승진과 함께 영업팀과 직접 호흡을 맞추는 구매 담당으로 업무가 변경 되었다.
이 포지션은 I사에서 구매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개발자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고객사를 직접 대면해 프로젝트 일정을 조율하고, 원가를 승인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전방 구매 업무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또한 재무, 법무, 영업 등 다양한 조직과의 협업과 수많은 고객사 프로젝트 참여(S은행, S금융, N홈쇼핑, H백화점, K보험 등 경험을 통해 나는 이 시기에 진짜 고객 중심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실무 담당에서, 운영 책임자로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조직 개편을 계기로 나는 구매팀 Operation 전체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구매팀 전체 리더는 아니다). 구매팀 내 Buyer 경험, 중간관리자, 고객 대응, 유관부서 협업까지 실무상 구매에 요구되는 일들을 모두 경험했으므로 이를 토대로 Operation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획과 관리를 한다는 것은 팀내부를 통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무자들에게 자료를 요구하고 모니터링하고 시정을 요청하는 일을 해야하는 업무라 선배나 입사동기들과 관계에서 마음의 불편함을 겪기도 했던 시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두 한때였고 일을 떠나 각자 다른 조직에서 있는 지금은 다시 들 잘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I사에서의 경험은 순환보직이 단순한 인사정책이 아닌 개인과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해준 계기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원하므로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계속해서 해당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를 생각한다면 보직 변경을 통해 개인은 커리어를 확장해나가고, 조직은 멀티플레이어이자 관리자를 발굴하고, 이는 조직의 인적자원이 되어 ROI를 만들어 낸다.


"조직은 시스템으로 돌고, 커리어는 구조로 설계된다"
이전 04화3화 글로벌 리딩 기업에 대한 갈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