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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운 Apr 21. 2022

아직도 미확진자 입니다만

코로나 시대에 겸상하기란

 저는 밀접접촉자 입니다

 지난 겨울 , 하루 건너 한번씩 코로나확진자가 발생되니 코를 찌르는게 일상이었다. 심지어 밀접접촉자가 되었는데 요즘은 너무 많아서 연락도 안 왔다. 밀접접촉자의 범위도 매우 좁아져서 왠지 보호를 못받는 것 같아 서운한 맘도 들었다.


 확진자와 함께 먹은 것은 즉석떡볶이 였다. 옛날 추억이 물씬 나는 인테리어와 달콤 짭쪼롬한 맛의 떡볶이에 밥까지 볶아 먹으며 어차피 한 명 걸리면 다 걸린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며 먹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 다음날 출근 했을 때 같이 먹은 후배의 기침소리를 들으며 안 좋은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잠재적 확진자라 혹시나 해서 오랫만에 보는 인연들과의 주말 일정을 모두 접었다. 이제는 다들 익숙하다. 임산부인 친구들은 백신도 맞지 않은 상태이니 더 보호해주어야 할 대상들이다. 아직 걸린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해졌다.  


 내가 밀접접촉자인걸 알고 팀장님은 자꾸 자리로 오셔서 살피신다. 목이 마르지 않은지, 아프면 출근하면 안된다고 몇 번씩이나 체크를 하신다. 몇 달 전 봤던 좀비 드라마에서 변하기 전에 그렇게 물을 찾던데 코로나의 초기 증상이 목마름 인지 그때 알았다. 이쯤 되면 변할지 안 변할지 살피시는 것 같아서 좀비로 변해드려야 하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무슨 음식을 먹었냐고 해서 즉석떡볶이를 먹었다고 했더니 눈이 가자미 눈이 되셨다. 왜 하필이면 즉석떡볶이를 먹었냐고. 팀장님 앞에서 즉석떡볶이는 코로나 시대에 금지음식이 되었다.


 점심도 같이 먹는게 이제 눈치가 보이고 식사 나오기 전에는 마스크 벗는 것도 미안했다. 회사 동료에게 내가 확진자와 밥을 먹어서 잠재적 보균자 일수 있으니 점심 약속은 취소하자고 말해 두었다. 그랬더니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나와의 식사시간을 기다렸다고 정 걱정되면 야외에서 먹자는 것이었다. 참 고마웠다. 나를 피해도 될 법한 상황에서 나와의 점심 약속을 기다렸다는 저 말이.


한때 같이 먹으면 안될 음식 처럼 느껴졌던 즉석떡볶이


아직도 미확진자입니다

 2022년 4월, 나는 그렇게 확진자와 세 번의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도 번번히 피해갔다. 부서의 40% 정도가 걸렸다고 하고 이제는 검사 받으러 갈 일도, 검사 받으러 가는 인원도 적어졌다. 이제는 내가 언제 걸릴지 몰라 초조한 그런 상태가 되었다.

 

 "차라리 맘 편하게 걸리면 좋겠다." 라는 말에 걸렸던 후배들은 하나 같이 이야기 한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사무실에서는 완치 되었다고 한지가 벌써 2달째인데 여전히 목의 점막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기침을 한다. 새벽2시에 자고 다음날 출근 해도 끄떡 없었다던 20대의 후배는 이제 밤 10시만 되도 물 먹은 솜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할 정도로 저 바이러스가 날 피해가는것이 섭섭했다. 그도 그럴것이 모든 제도가 점점 확진자로부터 미확진자를 보호하는 구조가 아닌 것 같다. 거리두기도 끝났고 이제 곧 야외에서는 마스크도 벗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겠구나 싶다. 아직 완치될 수 있는 약이 시중에 유통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회사에서든 누구든 같이 밥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은 사라졌다. 예전에 느꼈던 같이 밥 먹을 자유 까지 빼앗기는 것 같아서 통제받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가 되어버렸다.


 "우리 가족은 와이프에 애들 둘까지 다 걸렸는데 나만 여지껏 안걸렸지 뭐야." 라며 금요일에 함께 점심 먹으며 너스러 떠시던 타 팀의 팀장님이 월요일에 안나오셨다. 코로나 확진이란다. 서둘러 우리 팀장님께 보고 드렸다. 제가 실은 확진된 팀장님과 지난주 밥을 먹었노라고.


 "목 안아프고 열 안나지? 그럼 되었어. 나도 언제 걸릴지 모르겠다." 즉석 떡볶이 먹었다고 가자미 눈을 뜨던 팀장님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녀도 내심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제 곧 확진자는 격리대상도 아니니까. 아이러니 하다. 걸리지 않고 남아서 확진자의 업무를 백업해주던 사람들은 이제 나중에 걸렸기 때문에 쉴 수도 없다. 참 억울한 상황이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몸이 조금이라도 안좋다고 하면 혹시 코로나 일지 모르니 쉬라고 배려해주고 고가의 비타민을 내민다. 아프지 말라고.

사람 때문에 산다. 사람 때문에 아프지만.


코로나 시대에 겸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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