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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사랑고백

2월 28일에는 여자가 사랑을 고백한다

by 연강작가

영화배우 다이안 레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거다. 그녀가 열연했던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이랜드에서는 2월 28일에 여자가 사랑을 고백한다"


난 이 문장이 정말 맘에 들어서 영화를 보다가 끌적거려 놓은 기억이 있다. 2월이 된 지금, 사랑을 고백하고픈 여성들은 28일에 하면 더 낭만적일 듯 싶다.


나의 청춘의 시절에는 여성이 사랑을 고백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나또한 전남친인 지금의 남편에게 사랑고백을 먼저 받았다.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3번만에 고백을 받았으니 빨라도 너무 빨랐다.


요즘 여성들은 다르다고 한다.

이십대 초반인 내 딸 나이 또래들은 맘에 드는 남성이 있으면 먼저 고백을 한다고 한다.


나도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고 싶어 오늘 고백을 했다.

사랑한다고.


나의 영원한 남친, 그대에게~~


결혼한 지 25년이 된 우리 부부는 신혼때 뭐 그리 싸울 게 많았는지 지지고 볶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에너지가 없어지자 싸울 용기도 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서로에 대한 내려놓음과 긍휼이다. 하하. 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점점 힘이 없어진 우리는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점점 확고한 자기편이 되었다.

오늘은 남편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며,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라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를 했다. 평소 우리 부부는 남편이 표현을 잘하는 편이고 나는 오히려 곰 같은 면이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옛날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정말 남편을 사랑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이제 얼마 후면 결혼 25주년.

사랑해도 부족할 날들 이제라도 좀더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 28일에 하려다가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그때까지는 못 참겠더라.


사랑한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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