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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Mar 31. 2019

아침이 있는 삶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내가 들어온 아침과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 부지런한 개미가 되라는 이야기들이다. 아침에 자기 계발에 힘쓰는 김대리의 이야기,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작한 신문배달로 자수성가를 한 회장님의 이야기, 매일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준비했다는 회사 중역의 이야기처럼 아침에 뜨는 해를 보며 하루를 바삐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노력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 때문에라도 아침이 싫었다.


 고등학생 때는 야자보다 0교시가 더 힘든 학생이었고 대학생 때는 1-2교시 수업을 피하려 애를 썼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업무 특성상 야근을 하는 일이 잦았는데 새벽까지 야근이 이어지는 날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하지 않아도 용납됐다.

혈압이 낮은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고 때마침 나는 혈압이 낮은 편이었다. 아침을 피해버리기에 꽤 그럴싸한 환경과 핑곗거리였다.


 제주로 이직을 하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삶이 시작되었고 자정을 넘어서까지 일하는 날은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규칙적인 일상 덕분에 저녁시간이 확보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매일 바쁜 아침을 만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스누즈 알람이 3번쯤 울리면 눈을 뜬다. 기지개를 켤 여유도 없이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서 부랴부랴 씻고, 몸을 말리고, 옷을 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린다. 그렇게 30분이면 출근 준비 완료. 출근하는 차 안에서의 15분은 유난히 짧기만 하다. 립글로스를 바르고 휴대폰의 일정표를 스윽 되뇌며 오늘의 할 일을 떠올리다 보면 회사에 도착한다. 어떤 활동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침대에서 눈을 뜬 지 1시간 뒤에는 회사 책상에 앉아있는 내가 된다. 오전 시간은 잠에서 덜 깬 뇌와 온몸을 깨워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들은 최대한 미뤄둔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눈꺼풀은 천근만근인 아침. ‘오늘은 회사 가지 말아야지’하고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피로가 풀린다. 주말을 앞두고 늦잠 잘 생각에 알람을 끄고 암막커튼을 꼼꼼하게 닫고 잠자리에 들지만 주말 아침에는 오히려 평일보다 더 일찍 눈이 떠진다. 그런 아침이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포근한 이불속에서 천천히 나를 깨운다. 마치 자동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엔진을 데우는 것처럼 천천히 일어난 나는 주변 사람에게 관대하고, 여유로우며, 스스로 행복을 느낀다.


 저녁이 있는 삶. 그것은 우리 사회가 바라는 로망이었다. 

제시간에 퇴근을 해서 갖는 개인 시간을 통해 개개인의 삶이 윤택해지기 바라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떠올리면 여유롭고 포근한 감성이 생기는데, 아침이 있는 삶은 왜 치열해야 하는 것일까. 

내 일상 속의 아침이 치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그리고 따뜻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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