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제철 꼬막
제주에서 살다 보면 해산물을 접하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제주에서 나지 않는 해산물을 접하기가 어렵다. 일반 채소와 달리 빨리 상하는 해산물의 경우 제주로 배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 그리운 소래시장이여
꼬막도 마찬가지였다. 제철 꼬막을 계속 먹지 못하고 있다가 설 연휴에 육지에서 맛을 보고는 제주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이제 4월 꼬막 철이 끝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이마트에 꼬막을 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은 꼬막을 삶아 먹어야지 하고 다짐하고선 꼬막 삶는 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이마트에 들려 꼬막 1.5kg 한 봉지, 콩나물 250g 한 봉지를 7,180원에 구매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꼬막을 박박 문질러 씻고 천일염 한 숟가락 스텐 숟가락 두 개를 넣고 뚜껑을 덮어 두었다.
콩나물 국을 위한 육수를 끓이고, 반찬을 꺼내 옮겨 담고, 콩나물을 손질했다. 처음 끓여보는 콩나물국이라 한 손에는 레시피를 띄워둔 휴대폰이 들려있다. 간단해 보이는 콩나물국을 끓여내데도 레시피가 필요하다니 아직 멀었다. 팔팔 끓는 육수에 콩나물을 넣고 다진 마늘 반 스푼, 국간장 반 숟가락, 참치액 반 숟가락을 넣었다. 5분 후에 맛을 보니 맹맛. 아! 간을 안 했다. 소금과 후추를 챱챱 넣고 청양고추도 하나 썰어 넣었다. 제법 맛이 났다.
꼬막을 삶기 위해 냄비에 물을 받아 끓이기 시작했다. 어느 레시피에 보니 청양고추 두 개와 꿀 한 스푼을 넣어서 삶으라기에 그대로 따라 했다. 해감시켜둔 꼬막은 시간이 부족했는지 생각보다 깨끗한지 뻘을 많이 뱉지 않았다. 두어 번 더 씻어낸 후 팔팔 끓고 있던 물에 넣고 한 방향으로 저어줬다. 그런데..... 생각보다 불순물이 너무 많았다. 이게 정상일까? 한번 삶고 났는데 뻘이 씹힐 것 같아서 안 되겠다 싶었다. 삶아낸 꼬막을 하나하나 살을 발라내어 삶은 물에 살살 씻었다.
엄마 생각이 났다. 시장 골목을 지나가다가 꼬막을 발견하면 여지없이 꼬막을 해 먹자고 조르는 나를 바라보며 꼬막을 사는 손이 멈칫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큰 망으로 사 와서 꼬막무침이며 꼬막비빔밥을 해주셨다. 그렇게 품을 들여서 만들어 냈는데 철없던 나는 뻘이라도 씹히면 엄마에게 짜증을 내곤 했다.
남편과 밥상에 앉아 꼬막살을 발라내기 시작하니 조바심이 난다. 배는 고프고 속도는 더디고. 언제쯤 엄마 흉내를 낼 수 있을까? 한상을 먹고 난 후 엄마에게 밥상 사진을 보낸다. 다음엔 내가 엄마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