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는 달래장과 콩나물밥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요즘.
TV에서는 연일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와 사망자의 숫자, 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사이비 종교 '신천지'성도들,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분칠을 하고선 바이러스처럼 잠복기를 가지고 있던 신천지의 위장 시설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학교와 유치원들은 3주 동안 입학과 개학이 연기되었고 회사에서는 동료의 얼굴 대신 벽을 보며 식사를 해야 한다. 재택근무는 다행이고 무급휴직이나 휴가를 권고하는 곳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실내 운동은 가지 않으며 답답한 마음에 동네 산책을 나가 걷다가도 마주오는 사람을 피해 서로가 길 양 끝으로 지나간다. 되도록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주문하고, 어쩔 수 없을 때는 마트나 시장도 마스크로 무장하고 재빨리 다녀온다. 매주 주일마다 참석하던 교회 예배는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정부는 대중교통 이용 대신 자차 이용을 권하며 차량 2부제나 5부제를 중단했다.
'코로나 19'바이러스는 이렇게 조금씩 우리의 일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3주째 이어지는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어수선한 2020년 3월, 그래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다.
평소 알레르기 때문에 기관지가 약한 나는 기침이 잦은 편이라 코로나 19 유행 이후에는 마주 앉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조심스레 나의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런 기침의 빈도를 조금이라도 낮춰보고자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봄이 다가오고 있었고 때마침 이 집의 전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해서 2년 더 살 집이 되었으니 코로나가 아니어도 대청소를 해야 했다.
부모님께 독립한 맥시멀리스트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살림을 합치니 짐이 정말 많았다.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일 년 반을 살았는데 이제는 정리해야지. 모든 옷을 꺼내어 결혼 후 입지 않은 옷은 모두 과감히 버렸고, 손님을 위한 침구들도 반으로 줄였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사둔 그릇들도 모두 안녕.
이틀 동안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우리 부부는 지쳐서 거실에 뻗어버렸다.
청소를 마칠 즈음 제주에 있는 화훼농가들이 '코로나 19' 때문에 졸업식, 입학식 등 각종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제주에서 키운 꽃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청소의 마무리는 역시 집안에 식물과 꽃을 채우는 일이지! 싶어 그 길로 하나로마트로 달려가서 튤립을 3단 사 왔다. 10송이 튤립 한단이 5,000원! 화훼농가도 돕고 집에도 싱그러운 봄을 채워 넣었다.
어김없이 봄 꽃은 피어나는데도 봄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매년 봄을 알리는 진해 군항제, 매화축제들도 행사가 취소되었다.
다행히 집에는 튤립들이 자리하고 있고, 테라스 텃밭에 파종해뒀던 씨앗들이 따뜻해진 햇살을 받아 새싹들을 틔워낸다.
새싹들을 보고 있으니 겨울을 이겨내고 흙내음을 머금은 파릇한 봄나물들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생각의 끝이 음식으로 귀결되는 것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즐겨 찾는 온라인 마켓에서 식재료를 시키며 달래를 추가했다. 그것이 당분간 제주로 오는 마지막 배송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가득 주문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스친다.
먼저 솥밥을 위한 쌀을 불려둔다. 그리고 달래를 하나하나 손질해본다. 아직 흙 묻은 채소들의 손질이 손에 익지 않아 시간이 좀 더 걸린다. 달래 손질을 마치고 콩나물도 씻어둔다.
불려둔 쌀을 무쇠 솥에 넣어 밥을 안치고 밥 불을 줄일 때 콩나물을 재빨리 넣어둔다.
달래는 손가락 한마디 길이로 썰어서 고춧가루, 맛간장을 1T씩 다진 마늘과 들기름, 깨소금은 1t씩 넣는다. 젓가락으로 잘 섞어주고 농도는 진간장을 넣어 맞춘다. 통깨 1t를 넣으면 끝!
엄마가 설날에 주신 곱창김도 바삭하게 구워 준비하면 끝.
다된 밥에 쪽파를 총총 썰어 뿌려주면 더 먹음직한 모양새가 된다.
그리고 달래장을 한 숟가락 얹어 살살 비며 먹으면 2020년의 새 봄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다음 오일장에는 냉이를 한가득 사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