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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아 Mar 28. 2023

3년 반 만에 집으로 갑니다.

#집으로 #고향 #엄마밥 #귀국 #한국행 

24시간 후엔 하늘을 날고 있겠구나. 


이민 가방을 이고 지고 머나먼 타국에 뿌리를 옮겨심은지 3년 반, 드디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미국에 올 때만 해도 매 년 한국을 들어갈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 아빠를 아무리 못 봐도 일 년에 한 번은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예전처럼 오가기 어려운 시대가 아니니 난 자주 한국을 오가리라 다짐하며 타지 살이로 용기 내어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천재지변은 예측할 수 없었고, 코비드라는 이름 하에 이리 이별이 길어졌다. 그리고 핑계 같지만 새로운 터전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다시 깊고 넓게 뿌리내리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신랑은 직장을 다니고 나는 이곳을 터전으로 육아와 일거리를 찾았다. 때론 사무치게 한국이 그리운 날도 있었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이곳이 좋다. 나는 여기서 살기로 선택했다. 나는 나의 선택을 책임질 수 있다. 이곳이 나의 집이다." 끊임없이 되뇌었다. 한국을 돌아보고 감상에 빠질 여유는 없었다. 이민자로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은 정말 바빴다. 아니 그보다 더 솔직히 가슴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자면 두려웠다. 


"나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면 어쩌지..."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정말 떠날 날짜가 다가오자 묻어뒀던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가서 하나뿐인 내 동생, 안아줘야지. 가면 우리 엄마 아빠랑 실컷 수다 떨어야지. 예쁜 우리 아가들 품에 안겨드려야지. 너무 보고 싶었던 내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어야지. 맛있는 한국 음식 배 터지게 먹어야지.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자 그동안 꾸역꾸역 묻어두고 외면했던 감정의 판도라가 열렸다. 그리고 눈물샘도 터졌다. 내가 얼마나 집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솔직하게 인정하자 그 감정은 나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마음 깊은 곳의 어린 자아가 엄마를 찾는다. 익숙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집을 생각하자 너무 돌아가고 싶다. 아무 두려움 없이 찐하게 가족들의 사랑을 느끼고 와야지. 내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기억과 애정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향수병에 걸릴까 두려워 깊이 묻어두었던 그 상자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터져 나왔다. 이제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백세를 앞둔 나의 할머니,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데 나를 알아보실까. 할머니 손을 한 번 더 잡아드리고 와야지. 내 동생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내 피붙이. 이렇게 가서 겨우 일주일 같이 보내고 오면 이 미친 향수병이 깊게 도질 것만 같아 가기도 전부터 두렵다. 나는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머나먼 곳에 와 있는 걸까. 여기서 맛있는 것을 먹어도, 좋은 것을 봐도 엄마 아빠 동생이 가슴 아리게 다시 생각나겠지.


드디어 3년 반 만에 내가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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