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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Jul 09. 2022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97. 선연한 기억 혹은 추억, 때로는 악몽, 1988


그곳 보고 소변도 안 본다는 

남자들의 트라우마 군대도 

미화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50이 넘어서도 악몽에 등장하는 군대에서

사람들은 제대할 때쯤 되면

몇 가지를 챙기는데 

기념패와 추억록이다.

추억록이란 군대 시절 추억을

후배들이 사진과 함께 시나 글귀로

축하해주는 일종의 사진첩이다.


그걸 왜 그렇게 죽어라 만들어 나갔는지 

모르겠으되 젊은 날 눈부신 청춘이 아까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단지 만화를 좀 그린다는 이유로

50권도 넘는 선임들 추억록 담당이었다.


나를 두들겨 패던 고참도 황도를 사주며 빌었고

어떤 승질 더러운 중대장도 나중에 내게 부탁했다.

나이 어리고 날 갈구던 선임하사 그 녀석도

내가 그려 주었다.


문제는 내가 나갈 때 기념패 제도는 사라지고

문학청년은 군대 가서도 시나부랭이를 투고했었다. 

그려줄 후배가 없었다.


우습지만 억울해서였을까,

난 스스로 만들었다.

워낙 숙련된 기술 덕분에

손쉽게 그렸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 동갑에 광고회사, 이벤트 회사를 하는 친구다.

전두환 시절 4년제 대학 병영훈련 덕에

노태우 시절 3개월 혜택을 받고 

수십 명 선임을 제치고 전역했다.


임진강, 연천, 파주 가고 싶지 않은

그리고 기억도 하기 싫지만

색 바랜 사진에 어쨌든 

내 청춘의 시가가 들어있다.

안녕~ 녹색 옷에 실려 간 

푸르른 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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