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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Aug 09.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8. 장춘(長春)에서의 한 달 2016-1


길림성(吉林省지린성).

남한 면적보다 큰 땅.

조선족 자치구가 있어 우리와 정서적으로 가깝고

만주(滿洲)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는 곳.

길림성의 수도가 바로 장춘이다.


일제강점기엔 신경(新京)으로도 불렸다.


대학 간 교류로 한 달간 머물 기회가 생겼다.

그 전에도 몇 번 왔다 갔지만

한 달을 산다고 생각하니 바리바리 짐도 많아졌다.


장춘 공항에 내리기 전 창문으로 보이는

압도적인 옥수수밭은 과연

이곳이 만주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지만,

이번에는 살벌한 2월 말에 도착했다.


강퍅한 추위가 살을 파고들었다.

밤에는 영화 20도까지 내려간단다.

어디를 둘러봐도 산은 보이지 않고 

지평선이 보이는 거대한 벌판.

두 번째 날 집 앞 작은 연못. 쨍하고 해는 떴는데 얼굴을 얼게 할 정도의 북방 추위가 칼처럼 파고든다.

첫날 도착한 기숙사는 정전이 되었다.

방안은 라디에이터뿐이었지만

바람을 막아주어서인가 따뜻했다.


저녁을 현지 지인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 중에 하나는 과일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것. 남방 북방 과일 모든 게 다 있다.

문득 폭풍한설에 독립운동하던 조상님들과

드넓은 땅에서 중국인과 일본인과 부대끼어 가며

농사를 짓던 선조들이 생각났다.

얼마나 추웠을까, 이국 땅에서.


장춘에서의 볼거리는 별반 없는데 

오히려 호수가 볼만하다.

시내 한가운데 있는 난후(南湖)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인데 

도심 속 여유를 보여준다.

회양목  사이로 평온하게 

마작을 두는 노인들 무리가 

지난했던 만주 고통의 역사 대신 

21세기 태평성대를 말해주는 듯하다.


도심    호수는 징위에탄(净月潭)이라는 

공원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호수는 처음 봤다.


걷다 걷다 지쳐 코끼리 차 같은 걸 타고 돌아왔다.

중국 최대 인공조림이 8천 헥타르에 걸쳐있다.

소나무 사이로 호랑이가 나올 것만 같다.


추운 날씨와 뜨근한 뼈다귀 탕이 

이곳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음식 같다.

냅킨과 물을 주지 않으니 

콜라라도 시켜 먹어야지

느글거려서 다는 못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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