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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n 01. 2024

개다래의 3대 생존전략

유기열의 일상다반사-개다래의 하얀 잎과 풀잠자리 집

며칠 전에 천마산(天摩山) 산행을 즐겼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한 개다래(Actinidia polygama )를 내려오는 길에 약수터 아래에서 보았다. 


키가 큰 나무 사이에서 덩굴을 수북하게 만들어 무성(茂盛)하게 자라는 나무가 있었다. 하얀 꽃이 핀 듯하여 가까이 가보니 흰 페인트를 칠해 놓은 듯한 잎이었다. 잎은 어긋나고 잔 가지에 여린 가시 털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개다래였다. 지금이 개다래 흰색 잎과 함께 꽃까지 즐길 수 있는 좋은 때이다. 꽃이 수정을 하면 흰색 잎은 다시 녹색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왼쪽: 지리산 선유폭포 주변의 개다래(2006.06.28), 오른쪽: 천마산 약수터 아래 개다래(2024.05.27)


그렇다면 개다래는 왜 하얀 잎을 가질까? 그것도 개화기에만. 그 이유와 함께 개다래의 생존전략을 알아 볼까 한다. 


●생존전략1-존재: 사는 데 필요한 영양분(營養分)을 최소화한다. 


개다래 꽃은 화관(花冠) 지름이 1.5cm로 작고 식물 크기에 비해 꽃의 수도 적다. 그렇다면 개다래는 왜 꽃을 크게 그리고 많이 만들지 않을까? 

최소의 양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존재 자체 즉 살아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을 수 없다면 다 헛것임을 개다래는 아는 것 같다. 


왼쪽 암꽃, 오른쪽 수꽃


최소 양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꽃 크기는 작고 수(數)는 적게 만들어야 한다.  왜냐면 생식기관(生殖器官)인 꽃을 만드는 일은 잎을 만드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의 크기와 수는 후대를 잇는데 필요한 최소의 수준으로 만든다고 본다. 


●생존전략2-번식: 잎을 하얗게 만들어 꽃처럼 보여 매개곤충을 유인하여 꽃가루받이를 한다


개다래는 꽃이 작고 그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잎 아래에 피어 벌 나비가 꽃을 보고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벌 나비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에너지 소모가 적은 하얀 잎을 만들어 꽃의 역할을 하게 한다.

 

왼쪽: 하얀 잎(국립수목원, 2009.06.18), 오른쪽: 흰색에서  녹색으로 환원되는 잎(국립수목원 2012.07.23)


이때 개다래가 꽃처럼 보이는 효과를 극대화 하고 양분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얀 잎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아래처럼 지혜롭기가 그지 없다.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다.


⑴가지 아래쪽에 있는 묵은 잎은 하얗게 만들지 않는다. 

⑵눈에 잘 띄고 선명하게 보이려고 가지 끝 부위의 새로 난 잎만 하얗게 만든다. 

⑶잎의 전체보다는 대부분 부분만 하얗게 만든다. 

⑷잎의 뒷면(아랫면)은 녹색 그대로 두고 앞면(윗면)만 희게 만든다. 

⑸꽃이 피는 시기만 희다. 

⑹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고 개화기가 끝나면 하얀 잎은 다시 녹색으로 변한다. 녹색으로 환원(還元)은 더 이상 매개충을 유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것은 이뿐이 아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다래 하얀 잎의 엽록소함량과 광합성능력은 녹색 잎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Z.-X. WANG등, 2020. Biologia Plantarum64: 616-622.)

 

개다래는 매개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해 흰색 잎을 만듬과 동시에 매개곤충이 좋아하는 방향성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생존전략3-공생: 매개 충과 공생하며 삶의 터전인 생태계를 보전한다


개다래의 주요 매개곤충은 풀잠자리(Chrysopa intima)로 알려져 있다. 신기하게도 개다래는 네오메타타비올(Neomatatabiol)같은 방향성 물질을 생성하여 발산하는 데, 풀잠자리가 이 향기(냄새)를 좋아하여 개다래로 찾아와 암꽃 씨방에 알을 낳으면서 꽃가루받이를 시켜준다고 한다. 개다래 씨방에 낳은 풀잠자리 알은 개다래 씨방 속에서 부화하여 애벌레가 되어 열매살(果肉)을 먹으며 자란다. 이때 그 열매는 정상 열매와 달리 울퉁불퉁한 공 모양으로 변하는 데 이것을 목천료(木天蓼)라고 하며 한약재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목천료는 풀잠자리 애벌레 집(蟲廮, 벌레혹)인 셈이다.


왼쪽: 목천료(국립수목원, 2012.08.02), 오른쪽: 개다래 익은 열매(국립수목원, 2009.10.06)


이처럼 개다래는 풀잠자리에게 알을 낳아 애벌레가 되어 밖으로 나올 때까지 살수 있는 집과 먹이를 제공하고, 풀잠자리는 개다래의 꽃가루받이를 도와 주워 열매와 씨를 생산하게 하면서 공생(共生)을 한다. 이들 둘은 서로 주고 받으며 도와 가며 함께 같이 살아 종족을 보존하고 삶의 터전인 생태계도 잘 보전한다. 


그렇다. 개다래는 우선 번식이 가능할 때까지 살아남아 성장하고, 성숙해지면 매개곤충을 불러모아 꽃가루받이(受粉)을 하여 열매와 씨를 생산하여 후대(後代)를 잇고, 공생을 통하여 그들의 삶의 터전인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며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간다. 이러한 개다래의 존재, 번식, 공생이라는 3대 생존전략은 생각할수록 합리적이고 지혜로우며 멋지기까지 하다. 


필자 주


1. Z.-X. WANG, G.-L. SHI, L. CHEN, D. SUN, P.-L. Xu2, H.-Y. Qin2, and J. AI. Lower photosynthetic capacity under higher spectral reflectance? The case of Actinidia polygama. 2020. BIOLOGIA PLANTARUM 64: 616-622.

2. Meguro, Ai. Sasaki, Madoka. Structure and Function of the White Leaves of the Silver vine (Actinidia polygama), 2016. Intel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

3. https://namu.wiki/w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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