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일상다반사-밤나무 암꽃을 보세요.
6월에 산과 산촌을 다니다 보면 하얗거나 연노랑 빛이 도는 꽃을 많이 본다. 궁금하여 가까이 가보면 거의가 밤나무 꽃이다. 밤 꽃은 매년 6월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밤나무는 꽃이 많이 핀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피는 꽃의 수에 비해 가을이 되면 밤은 아주 적게 달린다. 왜 그럴까?
그런 의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렇다.
●밤나무는 암꽃이 적기 때문이다.
밤나무는 암수한그루이나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단성화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밤꽃의 99%이상이 수꽃이며 암꽃은 1%도 안 된다. 그래서 꽃의 수에 비해 알밤이 적다.
밤나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밤나무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암꽃을 보지 못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런 때 암꽃을 따서 보여주면 밤나무 옆에 사는 사람도 밤 암꽃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다.
밤나무의 꽃차례는 꼬리모양꽃차례(尾狀花序, Catkin)로 길이는 10~20cm이다. 1개꽃차례에는 암꽃0~2개, 수꽃30~200개가 핀다. 실제 암꽃과 수꽃 수를 조사해보니 35개꽃차례 가운데 1개꽃차례에 1개의 암꽃만 달릴 정도로 암꽃이 적기도 했다. 산지마다, 나무마다, 가지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밤나무 꽃100개 중 암꽃은 1개미만이었다.
암꽃은 꽃차례의 꽃대축 맨 아래에 달리며 꽃자루는 보이지 않는다. 꽃은 여러 겹의 포(苞, Bract)에 싸여 있다. 포는 끝이 뾰족하고 녹색의 긴 타원형 비늘조각으로 되어 있다. 씨방은 겹(복)심피씨방으로 보이며 1~3개 겹(복)심피암술로 되어 있는 것 같고 각 암술머리(?)엔 4~8개의 바늘모양의 짧고 노란색에 가까운 암술대가 안테나처럼 나와있다. 이것이 밤 한 송이에 1~3개의 알밤이 생기는 이유라고 본다. 암꽃은 포로 싸인 부분은 공 모양이고 크기는 지름 약5mm이고 전체 높이(길이)는 약1cm이다. 꽃이 핀 뒤 시간이 흐를수록 포 조각이 커지며 벌어진다.
수꽃은 꽃대축에 달리며 역시 꽃자루는 보이지 않는다. 꽃잎은 원형에 가깝고 4개(?)이며 화관(꽃부리)은 1~2mm, 수술은 10여개로 길이는 2~3mm이고 꽃밥은 노랗다. 꽃은 꽃대축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밤나무 꽃은 주로 바깥 새 가지에 피어 실제 수보다 많게 보이기 때문이다
밤꽃은 묵은 가지 끝에 새로 난 가지의 잎 겨드랑이에서 꽃대축이 길게 나와 거기에 무리 지어 피어 눈에 잘 띈다. 줄기 안쪽의 가지 등에는 바깥 쪽의 가지 등에 비해 꽃이 적게 핀다.
●밤나무는 꽃가루받이(受粉)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밤꽃의 꽃가루받이는 벌(?), 개미, 밤바구미 등의 매개충(媒介蟲), 바람 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관찰한 바로는 수정(受精)이 안 된 암꽃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밤바구미 등의 해충피해도 밤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찰결과에 기초하면 밤나무를 육종할 때 암꽃이 많이 피고, 꽃가루받이가 쉽게 잘 되며, 병해충 저항성이 강한 품종 육종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다. 벌써 군밤이 그리워진다.
필자 주
1.밤나무는 참나무목, 참나무과 낙엽성 활엽교목으로 학명은 Castanea crenata이다.
2.밤꽃에서는 남자 정액 향(냄새)이 많이 난다는 데 이는 밤꽃에 정액성분으로 알려진 스퍼미딘(스페르미딘, spermidine)과 스퍼민(스페르민, Spermine)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스퍼미딘과 스퍼민 모두 폴리아민(Polyamine-2개이상의 아미노기를 가지고 있는 유기화합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