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나를 혐오하고
자존감은 높은데 자기혐오는 숨 쉬듯이 자연스레 하는 사람- 이라는 평을 들어본 적 있다.
상담선생님한테서 들은 말이다. 당시에는 이해가 잘 안 됐다.
자존감과 자기혐오가 양립할 수 있는 단어인가 싶었고 자존감이 높으면 자기혐오 따위는 안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상담선생님 말이 맞았다.
이 둘은 충분히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다. 아주 가까이 붙어있다.
내 스스로 나에 대한 기대치가 다소 높고 과하다.
자존감은 이런 데서 오는 것이겠지.
내가 정해놓은 기대치를 스스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때부턴 거침없이 나를 비하하고 비난한다.
자기혐오를 숨 쉬듯이 쏟아낸다.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많이 다독여줘야 할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난데,
다독이기는커녕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될 악담도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내가 한 말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멈출 줄을 모른다.
내가 바라는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는 너무 큰 간극이 있다.
여전히 나는 나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