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올해의 연기
올해의 연기이자,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
홈랜드는 크게 시즌3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다음엔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3까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해병대의 니콜라스 브로디 하사가 이라크 전쟁에서 실종 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8년 만에 극적으로 살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CIA인 캐리 매티슨은 정보원을 통해서 적인 아부 나지르에게 포섭된 미군 포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쟁 영웅이 된 니콜라스 브로디를 의심하고 정체를 밝혀내려고 한다.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캐리를 연기하는 클레어 데인즈의 불안한 모습은 보고 있으면 내가 다 불안해질 정도로 강력하다. 본인 생각에 뭔가 변화가 생기면, 평범한 표정에서 순간적으로 이마를 찡그리면서 긴장된 표정 또는 슬픈 표정을 하는데, 이걸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이마가 찡그려지더라. 양극성 장애 연기를 잘해서 실제로 많은 팬들이 실제로 클레어 데인즈가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
사실 캐리의 연기가 나한테 더 의미 있었던 이유는 조금 다른데 있다.
CIA인 캐리의 활약상을 보면서 항상 감동했던 이유는 그녀가 어떤 상황이 생겨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도, CIA에서 쫓겨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아래 대사처럼 모든 것을 잃어도, 그녀는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항상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You broke my heart, you know. Was that easy for you? Was that fun? Because of you, I questioned my own sanity, I had myself admitted to a mental institution. I lost my job, too. I lost my place in the world. I lost everything.
- Carrie, Homeland, Season 2: Q&A
물론 그녀의 이런 집착은 많은 문제를 만든다. 시즌 1에서 브로디를 허가 없이 감시하고, 그게 되지 않자 직접 접근하기도 한다. 시즌4에서는 증거를 구하기 위해서 다른 요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적의 집에 들어가서 증거를 있는 대로 가져오다가 죽을 뻔하기도 한다. 시즌 5에서는 캐리의 친구인 퀸이 총을 맞고도 캐리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문제가 될까 봐 병원에 가지 않기도 한다.
캐리는 항상 본인의 mission이 있으면 그게 최우선이다. 이런 캐릭터는 다른 드라마에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끔은 거짓말도 불사하고, 일을 어렵게만 만드는 진상 캐릭터. 캐리는 진상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그 진상 캐릭터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만을 위하고 있다. 캐리는 mission first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들과 다르다.
드라마 내내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짝 앞서서 무언가를 캐치한다. 아마도 그녀가 온 힘을 다 해서 본인 앞에 있는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해결책을 찾는 장면들이 어색하지 않다. 물론 이 방식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 팀을 해치고, 미션을 망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날리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내는 내내 캐리를 보면서 일에 있어서 Professional 하다 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본인 스스로를 던지면서 일에 집착할 수 있는 그녀를 보면서 부러웠고, 배우고 싶었다.
드라마 역시 강력 추천. 넷플릭스에 시즌7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