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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Mar 11. 2019

Bistecca

시드니에서 가장 맛있었던 식사 

여행을 가면 한 끼 식사를 정말 소중히 고른다. 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배가 부르면 그걸 맛있게 먹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2-3번 정도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열심히 찾아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이게 입구

음식의 퀄리티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레스토랑은 맛과는 조금 다른 것이 있다


비스테카(홈페이지)
Google Maps 평점: 4.6
위치: 3 Dalley S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소개할 곳은 Bistecca라는 T-Bone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이다. 큰길 쪽에 가면 뒤로 돌아가라고 되어 있으며, 뒤로 돌아가 골목길로 들어가면 문이 있다. 그리고 여기가 입구인가? 싶은 계단을 내려가면 바를 통해서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휴대폰을 작은 서랍에 넣으라고 한다 (난 넣지 않았다).

왼쪽 문을 통과하면 오른쪽 사진의 바가 나온다


본격적인 경험은 자리에 앉아서부터다. 

이 가게가 스테이크를 파는 것은 알고 있었으며, 100g당 $13달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둘이 스테이크를 먹어봤자 500g 정도 먹을 것이라 생각했고 다른 플레이트도 경험하고 싶었기에 스테이크를 적게 주문하고 싶었다. 


홀 매니저가 와서 주문을 받는데, 그 분하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500g을 주문하고 싶다고 했더니, 뼈가 있기 때문에 그걸 먹어서는 아무것도 먹을 만한 게 없다고 설명해준다. 고기에 대한 설명과 약간 과장된 말투가 재미있다. 아시아인은 위가 작다고 농담을 붙여보았으나, 700g은 먹어야 한다고 추천하더라. 재미있었기에 추천하는 대로 700g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보이는 곳에서 고기를 자르신다

홀 가운데는 위의 사진처럼 고기를 자르고 굽는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에서 고개만 돌리면 내가 먹을 고기를 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톱으로 자르는데 쉽지 않아 보였다. 


체크


자른 스테이크 고기를 테이블에 가져와서 체크한다. 이게 맞으면, 최종적으로 가격을 테이블을 덮고 있는 갈색 종이에 적어준다. 


스테이크 가격
오른쪽에 불타오르는 게 내가 먹을 스테이크 


다음 차례는 숯불에 굽는 것. 스테이크를 먹기 전, 홀 매니저 분이 유쾌하게 고기를 권하시는데 대화를 나누는 경험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걸 계속 내 눈으로 바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식전 빵


식전에 제공하는 빵도 재미있다. 초와 빵을 가져다주는데, 초가 녹으면 촛농에 빵을 찍어 먹으라고 안내한다.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내 귀를 의심했기 때문에 다시 물어봤다... 소 기름으로 만든 초였고, 그걸 빵에 찍어 먹는 것. 올리브유에 찍어 먹는 것보다 맛있었다(고기 기름이란 무엇). 

티본 스테이크 


네, 스테이크입니다. 


육질도 좋고, 소금간도 적당히 잘 되어 있다. 굽기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훌륭. 좋은 고기를 숯에 구우면 가끔은 숯의 향만 너무 강하게 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숯의 향은 은은하게 고기 맛을 높이기만 한다. 


Roast potatoes with smoked mascarpone, Cos with smoked mussel dressing

스테이크 이야기만 했는데, 사실 다른 플레이트도 좋았다. 

왼쪽은 구운 감자였는데 감자 매니아로서 완전 인정. 일반 기름에 튀긴 것이 아니라 고기 기름에 튀긴 것 같았고, 찍어 먹을 수 있는 마스카포네 치즈로 만든 소스도 맛있었다. 오른쪽은 양상추였는데 양상추 위에 드레싱을 기가 막히게 올려서 스테이크와 같이 곁들이면 좋은 깔끔하고 아삭한 샐러드 역할을 해주었다. 


같이 먹은 와인도 훌륭. Orange 와인과 Red, Rorn & Raised, Nebbiolo를 마셨다. Nebbiolo가 좋아서 같은 와인은 결국 찾지 못하고 다른 걸 집어 왔다. Nebbiolo는 타닌이 풍부, 산도 높고, 아로마도 다양한 향을 풍겨서 강한 스테이크와 잘 어울렸다. 


이 레스토랑을 저녁에 예약하려면 6명 이상이 가야 한다. 점심은 1명도 괜찮다. 여러 명이 가서 스테이크와 다양한 플레이트를 즐기면 좋을 듯. 앞에 700g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모든 접시를 싹싹 다 비웠다. 예약은 Resy에서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써보고 오랜만에 Resy를 썼는데 시드니에도 가게들이 몇 군데 있더라 (Opentable과 기능은 비슷한데 좀 더 고급스러운 앱이다). 





이 레스토랑이 먹었던 스테이크 중에 최고였냐? 라고 하면 어렵다.

내 입맛이 그렇게 디테일하게 비교를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 입 한 입 소중히 먹어도 맛을 기억하는 건 쉽지 않더라. 입구부터 주문, 요리, 서빙, 와인 등등 여러 경험을 다 합치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훌륭한 식사였다. 가끔 컨셉이 너무 과해서 이상한 음식점들도 있다. 오늘 소개한 레스토랑은 컨셉과 식사의 밸런스가 잘 맞았고 조화로웠다. 물론 내 평가는 아저씨와 같이 500g인지 700g인지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이 차이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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