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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Sep 23. 2021

올리비에 시보니,선택설계자들

어떻게 함정을 피하고 탁월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내기억을위한도서리뷰 

어딘가 적어두지 않으면 어떤 책에서 본 내용인지 헷갈리는 나를 위한 도서 리뷰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동료가 물었다. 그 책은 무슨 책이냐고. 사람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할 수 있는 편향을 소개하고, 그 편향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인식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두 명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대답은 모두 '넛지 같은 책이네요?'였다. 올리비에 시보니가 쓴 선택설계자는, 리처드 탈러의 넛지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소개하는 내용이 다르다.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나, 과속방지를 위해 도로 위에 커브 구간에 간격을 촘촘하게 선을 그어 더 빨리 달리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과 같은 발상 전환 사례를 넛지가 소개한다면, 선택설계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편향을 소개하고, (개인으로 해결하지 못할) 조직과 프로세스를 통해 편향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는 왜 실수를 반복하는가"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CEO의 의사결정이 매번 합리적일 순 없고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않은 CEO의 결정이 실패로 이어지 않고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꼭 실패하는 것도 아니지만, 실패한 결정의 유형은 거의 비슷하다며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 고객 중에는 무모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고도 결과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있었다. 나의 첫 고객처럼 때로 규칙을 깨고 특이한 방식으로 행동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실패한 기업들은 새롭고 창의적으로 행동한 경우가 거의 드물었다. 반대로 그들은 이전의 다른 기업들과 똑같이 형편없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전략적 차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오래전에 이론화했듯이, 모든 성공적인 전략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전략적 실패는 모두 엇비슷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하면서 내리는 수많은 의사 결정이 모두 합리적일 순 없지만, 그래도 치명적인 실패를 피하고, 내 의사 결정에 품질관리를 하기 위해 책에서 배운 것들을 적어본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일수록 그럴듯하다. #스토리텔링의 함정

확증편향에 대해 소개하는 첫 번째 스토리부터 놀랄만한 이야기다. 75년 오일쇼크 당시 특수 장비를 갖춘 비행기를 이용해 높은 고도에서 석유냄새를 탐지할 수 있다며 투자를 받았다. 시연한다면서 이미지를 조작해서 보여주고 10억 프랑을 투자받았고, 프랑스 정부는 5억 프랑(83년 환율 500억)을 손해 본 것으로 밝혀졌다 [1]. 재미있게도 2004년에 미국에서 유사한 실수가 다시 발생한다. 석유에는 전혀 경험이 없지만 NASA 엔지니어였던 엘런드 올슨이 비행기를 이용한 석유탐사 기술을 완성하고 싶어 했고, 골드만삭스랑 클라이너 퍼킨스가 그의 회사 테럴리언스라는 스타트업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2]. 이런 일이 자주 없을 것 같지만, 브런치에 소개했던 테라노스도 같은 사례다 [3]. 아주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세상에 꼭 필요한 문제를 다른 사람은 풀지 못한 신박한 방법으로 풀겠다는 이야기는 투자자가 너무 좋아할 만한 이야기이다. 사람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라는 확증편향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확증편향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아래에 있다.


확증 편향이 작동하려면 드로가 지문 실험에서 제시했듯이 매우 그럴듯한 추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추정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추정하는 사람이 믿을 만해야 한다. ... 우리는 어떤 사람을 다른 사람보다 더 신뢰하곤 한다. 문제는 메시지 전달자에 대한 인식이 메시지의 신뢰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신뢰할 만한 출처에서 나온 이야기에 매우 쉽게 넘어간다. 메신저의 평판이 그가 전달하는 정보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게 만들 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이 프로젝트보다 중요해질 때, 우리는 챔피언 편향(champion bias)에 빠진다.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챔피언은 누굴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떤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 경우 즉각적으로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 즉 우리가 사실 확인을 위하 살펴보는 이야기는 겉보기에 비슷했던 상황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경험 편향이다.
p44. 신뢰가 만들어낸 확증 편향


이렇게 많은 편향을 피해서 의사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책에서는 여러 편향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소개한다. 

패턴인식 편향은 우리의 초기 가설에 영향을 미친다. 

행동중심 편향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한다. 

관성 편향은 우리를 가만있게 함으로써 실패하게 한다. 

사회적 편향은 조직에서 잘못이 발생하도록 방치한다. 

이익 편향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개인의 판단을 흐린다. 

200페이지까지 소개된 편향을 다 읽은 후엔 내가 지난주에 의사 결정한 것들이 어떤 편향 때문이었지?라고 고민하게 되었다. 다행히 책에서는 모든 나쁜 결정이 편향 때문인 것도 아니며(무능, 부주의, 부정직 등이 나쁜 결정의 원인... 아 이게 더 나쁜가), 모든 편향을 극복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결과가 나온 다음 편향의 영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이야기한다. 




탁월한 의사결정을 위한 혁신도구들 

여러 편향이 있는 건 알았다. 이걸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편향에 치우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 저자는 협업과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여기까지 따라오신 분이라면, 뭐야... 이런 뻔한 이야기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협업을 통해 나의 편향된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고, 프로세스를 통해 집단사고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업무 (책의 예시. 사무용품 구입 절차)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절차가 있는데, 전략적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절차가 없는 경우가 더 많고, 그렇기에 협업과 프로세스를 건너뛴 편향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에 손바닥을 쳤다. 하루에도 여러 번 있을 수 있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있는데, 그걸 모두 협업이 가능한 프로세스로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아래 내용을 좀 더 읽어보고 중요한 안건에 대해선 나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보자. 


분석을 줄이고 토론은 더 많이 하라 

우리는 결정할 시간이 되면 프로젝트의 합리적, 계량적, 객관적 측면인 프로젝트의 분석 내용 '무엇'에 집중한다. '어떻게' 의사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무엇'에 집중해서 어서 좋은 의사 결정을 하고 싶어한다. 성격 급한 한국 사람이라면 더욱 더. 중요한 회의에서 무언가를 최종 의사 결정하려고 하는데, "이 회의에 반대 의견을 낼만한 XXX님이 휴가로 참석하지 않아서 의사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던가, "진행 전에 최종 의사 결정을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정하고 진행하자."라고 이야기를 누군가 꺼낸다면 모두 얼굴을 찌푸릴 것이다.
1,048개의 투자 검토를 분석해보았을 때, 투자의 결과인 성공에 가장 많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어떻게"에 해당하는 협업과 프로세스였고, 특히 아래 4가지 질문이 최고와 최악의 투자 결정을 갈랐다고 한다. 
(책에서 인과 관계와 상관 관계를 구분해서 쓰기 위해 연결되어 있다고 표현 한듯) 


첫째, 투자 제안과 관련한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해 확실하게 논의했는가? 만일 이런 논의가 없었다면 자기 과신의 위험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투자를 둘러싼 분위기가 긍정적일 경우 아무도 어둡고 우울한 말을 해서 파티를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둘째, 투자 제안에 대해 토론할 때 CEO의 의견과 배치되는 관점이 제시되었는가? 그런 관점이 제시되어야 집단사고를 극복할 수 있다. 회의 참석자들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CEO의 의견에 동종 하는 성향이 있다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을 것이다. 
셋째, 투자를 지지하는 자료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와 상반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찾아보았는가? 이것은 확증편향을 방지하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넷째, 투자 승인 기준이 사전에 설정되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이 회의 참석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었는가? 이런 행동은 의사결정자들이 스토리텔링 편향에 빠지지 않게 한다. 우리는 선별된 자료를 이용해 좋은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모든 결정을 얼마나 쉽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p265. 탁월한 결정은 반드시 이 룰을 따른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논의했는지, 주요 의사결정자에 대해 반대되는 의견이 나왔는지, 의사결정 기준을 정하고 시작했는지 등의 "어떻게"에 해당하는 협업 과정과 프로세스를 통해 편향을 피할 수 있다. 물론 투자처럼 어려운 의사결정과 일상 업무 속의 빈번한 의사결정과 같은 수준으로 고민해야 할 의사결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소한 의사결정에 대해 모두 협업과 프로세스를 고민한다면, 그 회사는 하루 종일 프로세스만 만들고, 만든 프로세스를 운영하느라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업무를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을 팀과 회사 레벨의 주요 의사결정에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개인 의사결정에 적용해볼 만한 포인트가 있다. 인지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 의견과 반대 의견을 낼만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료와 견해를 들어보고, 2x2로 표를 만들고 내 의견과 반대된 내용의 영역을 일부러 채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편향을 피하기 위한 본인만의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면, 조금은 내 의사결정에 품질관리가 되지 않을까


한 인터뷰에서 올리비에 시보니는 책을 읽고, 상사한테 달려가서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자고 이야기하지 말고, 편향의 가장 큰 사각지대인 자기 자신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살피라고 이야기했다 [3]. 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생각을 괜히 팀과 회사의 문제로 성급하게 대입하는 것은 피하자.


나의 업무 프로세스, 팀의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 마지막으로 책에서 소개한 40가지 기법 제목을 나중에 보기 위해 옮겨놓는다. 


1. 인지적 다양성을 충분히 보장하라. 
2. 토론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라. 
3. 의제를 정해놓고 대화를 나눠라. 
4. 파워포인트 사용을 제한하라. 
5. 사람들을 오도하는 분석을 금지하라. 
6.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마라. 
7. 대차대조표를 요구하여 관점들의 미묘한 차이를 부각해라. 
8. 악마의 변호인을 지정하라. 
9. 두 개의 대안을 동시에 제안하게 하라. 
10. 사라지는 옵션 테스트를 실행하라. 
11. 대안적인 이야기를 말하라. 
12. 잠재적인 실패를 미리 분석하라. 
13.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라. 
14. CEO의 서랍에 메모를 넣고 잠가라.  
15. 비공식적인 조언자를 만들어라. 
16. 여과되지 않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라. 
17. 컨설턴트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줄여라. 
18. 외부의 이의 제기자를 임명하라. 
19. 반대자 역할을 하는 레드팀 또는 전쟁 게임을 만들어라. 
20. 집단의 지혜를 활용하라. 
21. 기준점 효과에 기준점 효과로 맞서라. 
22. 다수의 유추를 이용해 확증 편향과 싸워라. 
23. 현상유지 편향을 극복하려면 기본 전제를 바꿔라. 
24. 반복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는 표준화된 체계를 이용하라. 
25. 특별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기준을 미리 정하라. 
26. 핵심 가정에 대해 '부하검사'를 실시하라. 
27. 참조집단을 찾아 외부인의 관점을 확보하라. 
28. 새로운 자료를 이용해 당신의 신념을 바꿔라. 
29.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라. 
30. 거리낌 없이 말하는 문화를 만들어라. 
31. 인센티브와 공동의 이익을 일치시켜라. 
32. 무료로 배울 방법을 찾아라. 
33. 실험을 하고 실패를 받아들여라. 
34. 성공에 대해서도 사후 분석을 실시하라. 
35. 점진적으로 투자를 늘려라. 
36. 실패할 권리는 인정하되 실수할 권리는 인정하지 마라. 
37. 텍사스 명사수처럼 전략을 짜라. 
38. 당당하게 생각을 바꿔라. 
39. 권한을 공유하라. 
40. 이해충돌이 없는 '이너 서클'에서 의사결정을 하라. 




[1] 지스카르, 국제 사기극에 걸려 '5백억 손해 봤다' 논란: https://www.joongang.co.kr/article/1726915#home

[2] How Terralliance's Billion-Dollar Bet Against Big Oil Failed: https://www.cbsnews.com/news/how-terralliances-billion-dollar-bet-against-big-oil-failed/
[3] 테라노스 같은 회사를 피하는 법: 
https://brunch.co.kr/@linus/3

[4] “나쁜 리더는 없다 나쁜 시스템이 있을 뿐”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8/20/LDE3RBE2MNGIRH4IJHQ6VQLG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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