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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urplus Square Sep 13. 2023

(책읽기)커뮤니티 자본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1. 들어가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바로, 저자 전정환님에 대한 호기심이다. 과학기술 정책 관련 일을 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산업, 기술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는 나는 에너지 전환에 전환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력망을 인류학적 시각에서 풀어낸 <그리드>를 번역했다. 물론, 책도 번역하고 간간히(?) 언론에도 얼굴과 글을 들이밀고 에너지 전환에 대한 생각을 대중과 전문가 그룹에 풀어나가는 중에...제주도 창조혁신센터에서 진행한 J-Connect라는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행사에서 직접적으로 연계성이 적은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전정환 센터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리드를 읽었는데, 감동적이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전기에 대한 이야기가 감동적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네? 감동이었다고요? (이 책이요?)"라고 반문하자, "네. 감동적이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제주도가 에너지 전환에서 정말정말 중요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행사 주제였던 에너지, 농업, 그리고 로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그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내가 직접 쓴 책은 아니었지만 내가 소개한 책을 읽고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행사를 통해 '로컬'의 의미와 로컬에서 어떻게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운영하고, 확장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행사에서 내 역할은 무언가 말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배우는 데 있는구나를 느꼈고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사실, 나를 초청할 이유가 많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 이후, 페이스북에서 종종 쓰시는 글에 댓글을 달고, 안부를 물으며 약하지만 호감 있는 연결을 유지했다. 그러다 책을 쓰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꼭 읽어보겠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읽고 많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리뷰를 남기게 되었다. 


2. 첫인상


 '커뮤니티'와 '자본'의 결함으로 이뤄진 제목은 무언가 어색하다. 커뮤니티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집합체, 혹은 사람 간의 연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자본으로 표현하셨다. 책에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는 저자가 의도한 것이라 생각했다. 왜, 커뮤니티가 자본인지, 그리고 왜, 중요한 요소인지,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한 현상(서울 집중, 출생률 저하, 지역 소멸 등)에 대한 솔루션으로 커뮤니티 자본의 축적을 주장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가 '가치', '가격',  '관계', '상상력', '지속가능성'이다. 이 단어들을 연결해서 설명하면, 개인적 삶과 사회 전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력시장 설계를 박사 주제로 선택하고 고민한 이후, 가격과 가치를 배열하고 맞추는 일에 고민과 관심이 많다(투자에 있어서도 가치투자를 지향하며, 가격과 가치라는 단어는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관계 맺기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를 대응해야하는 인류의 과제 앞에 결국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며, 그 사람이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여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길을 탐색하고 새로운 도구들을 시도할 수 있기를 갈망하다. 이러한 모든 생각들은 나와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로 모아질 수 있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 상에서, 이 책은 가치와 관계 그리고 상상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좋은 질문과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커뮤니티가 생성, 확장, 변경, 소멸 되는 일을 반복하면서 건강한 커뮤니티 자본이 축적되고 이는 사회 전반의 상향식(bottom-up) 변화의 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인상 깊은 내용


 책 내용 전반을 함축하기 보다는 저자의 글을 인용하고, 내 생각을 첨부하는 형태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용한 문구는 책의 순서를 따른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구들을 적었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리마인드해볼까 한다. 


나는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라는 비전을 세웠다. 그리고  ‘연결Connect, 커뮤니티Community, 공동 창조Co-creation’라는 핵심가치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제주창조센터를 경험하고 느낀 바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책의 화두에서 연결, 커뮤니티, 공동 창조라는 3개의 단어를 제시하는데, 이 세 단어는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결과 공동 창조가 커뮤니티의 역할 혹은 기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커뮤니티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는 커뮤니티들이 이익집단화되어 서로 갈등과 반목만 하게 될 수 있다. 커뮤니티 자본이 풍부한 사회는 커뮤니티 간의 경계를 넘어 연결되어 시너지를 창출하고 새로운 커뮤니티가 창조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커뮤니티의 형태는 상호 간의 신뢰자본이 결여된 이익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물리적인 커뮤니티의 형태 그자체보다 화학적 결합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기능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신뢰 자본인 커뮤니티 자본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제주는 화산섬이라는 특징 때문에 자연이 달랐고 서울과 가장 먼 장소라는 특징 때문에 역사와 문화가 많이 달랐다. 이렇게 다른 환경 자본은 제주만의 매력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로컬이 강점이 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주는 육지와 다른 매력이 존재한다. 이는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바쁘게 지내는 사람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형태로 모일 수 있는 유인이 된다. 저자가 제주의 이러한 환경적 특성을 환경 자본이라고 부르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각 지역은 나름의 특징이 존재하는데, 이를 사람들을 모이게 할만한 환경 자본으로 어떻게 조성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제주는 환경자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과 커뮤니티는 항상 함께한다. … 개인은 커뮤니티들을 만나고 떠나고 새로 만나면서 연결하고 융합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창조하는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느끼며 살아간다. 

커뮤니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우리가 형성하는 관계 모두가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다만, 내가 영향을 주고 받는 정도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다르겠지만...



자본은 크게 경제적 자본과 비경제적 자본으로 구분할 수 있다. … 비경제적 자본에는 지적 자본, 사회적 자본, 문화 자본, 환경 자본,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커뮤니티 자본’이 있다. …커뮤니티 자본은 개인과 커뮤니티 그리고 커뮤니티와 커뮤니티가 서로 관계를 맺고 창출하며 선순환하도록 하는 자본이다. 

저자가 정의하는 자본은 크게 '돈'으로 바로 전환될 수 있는 경제적 자본과 그렇지 않은 비경제적 자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경제적 자본 중, 우리의 관계에 관련된 자본이 바로 저자가 주장하는 커뮤니티 자본이다. 


이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 먼저 주기Give first, 지식 공유, 협력, 커뮤니티 리더십 등의 재화를 통해 구성된다. ...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신뢰자본은 비경제적 자본의 핵심 기반이 되는 자본이다. 신뢰 자본이 있어야 서로에 대한 믿음 속에서 다양한 자본을 교환할 수 있다. 

좋은 커뮤니티, 커뮤니티 자본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한다. 신뢰는 장기적 호혜관계라는 틀에서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구성원들이 먼저 주기라는 속성이 발현될 때 커질 수 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관계 속에서 좋은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 


10년 이상 중장기 방향을 잘 잡고 3년 이상 꾸준히 하면 아직은 작더라도 그동안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변화를 바랄 때,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경험하고 만드는 데 기여한 제주와 제주 커뮤니티의 변화도 그렇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10년을 기다려주고 지원해주는 데 있지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단기적 처방을 원하지만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긴 호흡의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리더가 좋은 방향을 잡고, 꾸준히 노력할 때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큰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일어난다. 꾸준히 사람들이 동참하게 하려면 모두가 공감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혼자 생각하는 공상에 머물지만 여럿이 공감하고 실천하는 스토리는 비전이 되고 변화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러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모든 일은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로컬의 특색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성을 더해준다. 커뮤니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화자본의 힘이 필요하고, 여기에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있다.


커뮤니티 자본은 우연한 인연으로 좋은 일들을 만든다. 

좋은 관계를 맺는 느슨한 인연들은 또다른 좋은 관계로 이어진다. 진심으로 누군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관계를 맺는 데서, 조금 더 따스하게, 그리고 진심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다른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좋은 기회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국가에서는 인구과밀과 과다경쟁이 일어나며, ‘생존’과 ‘재생산’ 중에 청년들이 ‘생존’을 선택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급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지방이 성장 기회를 원하는 청년들이 일하고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커뮤니티 자본이 갖추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방이전을 두차례 경험했고(서울에 있는 공기업, 공공기관을 다녔고 모두 다 지방이전을 했다. 두 곳 모두에서 지방으로 내려갔고, 여전히 1년의 절반은 지방에서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에 관심이 많다.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 대서울의 확장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나 우리가 지역을 포기하기보다 지역이 남다른 가치가 있도록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커뮤니티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제 지방은 성장 기회를 원하는 청년들이 일하며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커뮤니티 자본이 갖추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도시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조직문화가 좋고 자신의 경력 경로career path에 도움이 되는 창 의적 기업이 많은 도시다. 둘째, 다양한 사내외 인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개인이 지속적으로 배우며 성장하고 네트워크를 획득할 수 있는 도시다. 셋째, 그 지역만의 차별화된 매력이 있는 로컬문화와 커뮤니티를 가진 도시다. 넷째, 서울과 높은 접근성(교통 연결성) 을 통해 그 지역에 부족한 자원을 필요할 때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가진 곳이다. 다섯째, 주말 나들이를 다닐 수 있는 매력적인 자연과 문화가 있는 인근 지역이다. 여섯째, 커피나 와인과 같은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달하고 동네 책방 등 커뮤니티 문화 공간이 있는 곳이다. 일곱째, 미혼 청년들 이 연애할 사람을 만나고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가 풍부한 곳이다. 여덟째, 기혼 부부가 출산, 자녀양육, 교육에 유리한 지역 여건을 가진 곳이다.

지역이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들을 저자가 제시했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조직, 집단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고려해야하는 속성으로 보인다. 내용 전반에 많은 공감이 들어, 사진을 찍어 변환시켜봤다. 


익숙한 강한 연결의 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게 되었을 때 이후에 의외의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생긴다. 

저자가 상사의 추천을 받고 제주도로 내려가기로 결심하겐 된 설득의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틀어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들은 여러 관계 맺기에서 느슨한 관계들을 새롭게 형성해준다. 이는 인생을 다채롭게 하고, 직업과 경력 측면에서도 좋은 기회를 준다. 



저자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지, 어떤 전략 방향을 세웠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그림인데, 모든 조직 혹은 지역에서 참조할만 하다. 


지식이 어떻게 활용, 확장되는지...암묵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그림이 인상 깊어서 옮겨본다.



제주 창업생태계 방향인데, 10대 핵심요소에 오타도 보인다(4번ㅎㅎㅎ). 제주의 혁신생태계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어서 가져와봤다.


4. 이목을 끈 로컬


4.1 에너지 자립마을 원천마을

돼지 축사를 에너지 활용하는 이도헌 대표님과 서은경 작가님의 이야기. 아는 곳이라 반가웠고, 기사를 추가로 찾아봤다.


https://www.farminsight.net/news/articleView.html?idxno=7792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30506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3820

https://webzine.dsa.or.kr/?p=10865

4.2 제주 탑동 아라리오

제주 탑동은 무언가 썰렁한, 쇠퇴한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이 재밌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과정이 설명되어 찾아봤다. (개인적으로 아라리오 뮤지엄을 좋아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4756#home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032362.html


https://magazine.brique.co/article/%EC%98%A4%EB%9E%98%EB%90%9C-%EB%AF%B8%EB%9E%98%EB%A5%BC-%EC%B0%BE%EC%95%84%EC%84%9C/


4.3 카카오패밀리

J-Connect를 통해 알게 된 곳이다. 재밌는 이야기, 특징이 있는 곳인데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봤다.

https://www.mk.co.kr/news/culture/10556407


5. 리뷰를 마치며

책을 읽으며, 저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저자의 진심이 담긴 책은 (의외로)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감동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https://brunch.co.kr/@jejucenter/219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인터뷰 형태가 같아 가져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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