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에 발제자로 다녀와서 쓴 소고
지난 금요일(2024.11.29.) 김한규 의원님 주최의 토론회의 발제자로 다녀왔다.
https://epi.kr/22/?bmode=view&idx=126686342
국회의원을 뵐 때마다, 오히려 긍정적인 기운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번이 특히 그랬다. 공부를 치열하게 하고 정책 형성의 자리에서 진심과 열의를 다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것은 여러 글과 말을 통해, 더 중요한 국가적인 일을 담당하시길을 응원하는 이용우 전 의원님께서 요청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전력산업 분야의 전공으로 박사학위 마치고 한국전력공사의 본사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정책 연구과 미래 전략 기획을 담당한 이력이 있지만 과학기술정책 기관에서 근무하며 전력산업의 디테일을 보기에는 스스로 역부족이라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틀리지 않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주변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용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최자인 김한규, 장철민, 김성원 의원 모두 2시간이 넘는 시간도 발제와 토론을 경청하고 좋은 의견을 공유해주셨다는 사실이다. 패널 구성도 정치/정책(이용우 의원님), 학계(김윤수 교수님), 산업계(이보람 삼성 상무님, 대한상의 최규종 센터장님), 전력망(이상규 한전 실장님), 정부정책(산업부 과장님)으로 꼭 필요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구성이 되었고 토론을 통해 내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청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이었다. 우선, 내 생각에 바탕한 발제문과 이를 바탕으로 쓴 글을 여기에 남기고 차후에 토론 내용도 정리해서 남길 예정이다.
우선, 관련 기사는
https://m.ekn.kr/view.php?key=20241201026549011
이렇게 기자님께서 정리해주셨는데, 내가 스스로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클로버노트에 녹취하고 이를 오탈자를 수정하는 수준으로 정리해봤다.
발제 자료를 다음과 같다.
발제내용은
안녕하십니까? KISTEP의 김선교입니다.
사실, 제가 위원님들과 여기 계신 전문가 그리고 내빈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3년 전에 번역했던 *그리드(Grid)*라는 책에 나오는 첫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은 좌파, 우파,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문제다."
이 문장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전기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하는 데 얼마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과학기술 정책기관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지 트렌드와 전망을 살펴보게 되는데, 지난 20년 동안의 디지털 전환과 대전환의 시대는 이제 AI 시대로 전환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낭비했다고 말하며, 지금이야말로 그 용어를 써야 할 때라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좁은 의미의 특수 인공지능에서 일반 인공지능이라는 보편적 서비스로 나아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는 지금 레벨 2나 3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오토파일럿과 같은 서비스는 이미 실현되었습니다.마찬가지로, 일반 인공지능 서비스도 1~2년 안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사회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혁신 정책 관점에서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란 사회를 다음 단계로 이끄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 전기, 원자력, 재생에너지와 같은 기술의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이 창출할 가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기술적 관점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테크 중심 투자사인 아크 인베스트먼트(Ark Investment)는 인공지능이 이전의 기술 혁신을 초월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는 준비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의 검색은 기존 시스템보다 최대 10배 이상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고 합니다. 구글 검색이 LLM으로 전환될 경우, 전력 사용량이 약 18~3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전력망 구축은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컴퓨팅 파워나 GPU 성능보다 전력 공급 문제가 더 큰 혁신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와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미국은 지난 15년 동안 전력 수요가 정체된 상황이었지만, 전기화와 인공지능 확산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다시 크게 증가할 전망입니다.
2030년까지 전력 수요는 8~10%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탈탄소화와 탄소 감축 목표와 함께 해결해야 할 복잡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전력 수요와 데이터센터 위치가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고, 수도권의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전력망의 분산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적기 투자가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다고 하면, ChatGPT나 아마존 웹 서비스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버는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AI 서비스 인프라는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며, AI 에너지 수요도 매우 지역화된 이슈로 볼 수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단기적으로 2030년까지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약 30~44%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신호와 소음을 동시에 전달하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된 빅테크 기업들의 대응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EU 전체적으로 약 20%의 데이터센터 수요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데이터센터 소비량이 전력 사용량의 약 1%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데이터 수요 또한 계속해서 성장해 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에 미뤄왔던 의사결정을 더 이상 늦추지 않고 가속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도 데이터 수요는 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의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망을 분산시키고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적시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연평균 약 9% 성장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전력 수요 증가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의 확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온쇼어링 정책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통의 전력화, 빌딩의 전력화 등 전기 수요의 증가 속에서 인공지능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인공지능이 야기하는 전력 수요는 유의미하고 중요하지만, 이를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력 수요가 많이 증가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어느 정도 궤도에 맞춰진 경우입니다. 이 두 경우 모두에서 전력 수요는 의미 있는 수치로 나타나지만, 증가 추세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특히, 일부 데이터 기업과 빅테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이슈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99년 포브스는 "인터넷 시대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석탄을 더 캐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포브스가 스스로 이를 반성하며, "전력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효율성을 무시한 결과다."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투자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보면, 미국에서는 가스 터빈이나 전력망 여유가 있는 곳에서의 석탄 지속 활용, 또는 노후 원자력발전소를 리트로핏(Retrofit)하여 탈탄소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빅테크와 관련된 이슈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율성이 개선된 사례를 보면, 오히려 에너지 효율 서비스와 기술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LLM(대규모 언어 모델)은 과도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정리되면, 수익 기반으로 전환되고 전기가 비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효율 기반의 인공지능 활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AI는 실제로 중요하지만, 전기 사용량 증가는 '소음'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에서 트럼프 2기로의 전환이 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한 부담과 탈탄소 전환 속도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 변화와 그린 뉴딜을 "사기"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으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용어로 에너지 독립과 에너지 안보를 강조해 왔습니다. 현재 트럼프는 에너지부 장관 후보로 셰일가스 이해관계자를 지명하며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명확합니다. 다만, 오일 업계조차도 트럼프의 주장을 그대로 실행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은 세 가지 축, 즉 시장의 수요, 가격, 수익에 의해 움직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인허가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사업이 반드시 확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우려하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서도, 18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서한을 통해 "IRA가 투자되고 있는 지역의 75~80%가 공화당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IRA 철회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연방 정책과 주별 정책의 파편화로 인해 트럼프의 뜻대로 정책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물론, 트럼프라는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정부는 전력 규제 기관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입법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정책 흐름을 역행하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체제를 완전히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시장의 힘이 가장 중요하며, 전력과 에너지 전환, 탈탄소화를 중심으로 시장이 작동할 것입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기존 화석연료의 최종 수요를 전기로 전환하고, 전력 부문에서의 탈탄소화를 이루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석탄을 초월할 것이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친 청정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비중의 약 4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저장, 분산 자원, 전력망 확충과 같은 인프라 투자로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물리적 변화 속에서 시스템적 변화와 시장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기회로 활용하여 산업 성장과 도약의 발판으로 삼거나, 전력 산업 자체를 혁신할 수 있는 계기로 볼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영국 정부의 사례를 가져왔습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 미국 등 주요 에너지 선진국은 전력 부문 또는 에너지 전환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산유국으로서 석유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고 경제성도 악화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부문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이에 반해 청정 에너지 전환을 "청정 에너지 초강대국 전환"이라는 국가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의 투자와 시스템 개편을 통해 전력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력 시스템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여, 전력망 확장, 전력 인프라 구축, 그리고 공급망과 소비자 간 흐름을 디지털화하며,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공 투자뿐만 아니라 민간 주도의 시장 경쟁을 통해 소비자 편익과 시장, 공공의 균형을 맞추는 흐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탄소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관련 기술 생태계와 기업 생태계를 함께 발전시키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에너지 산업이 혁신 사업이 되고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하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의 증폭된 수요는 대처해야 할 도전 과제가 많지만, 이를 활용하여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데이터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에너지 데이터 디지털화 전략을 통해 에너지 공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교환 시스템을 마련하고, 에너지 데이터 접근성을 향상시키며, 목표와 관련된 데이터를 정교하게 관리 및 추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작동하게 하고, 이를 통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현해야 합니다.
디지털 스파인(Digital Spine) 이니셔티브를 통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기능들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와 가스,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과 열에너지, 산업용 및 가정용 수요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이를 탈탄소화하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을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결과물은 결국 혁신 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는 창업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국 전력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이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영국 전력 시장은 경쟁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 판매 사업자들의 시장 점유율이 고착화되면서 더 이상 혁신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이러한 고착된 시장 구조를 흔들고 유동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규 사업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에너지 디지털 사업의 일환으로,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와 같은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으로 시작하여, 크라켄(Kraken)이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영국 내 서비스뿐만 아니라 일본, 프랑스 등 다른 국가의 전력 회사에도 시스템을 제공하며 신뢰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에너지 혁신 생태계가 형성되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이 기업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력 판매 시장 규모는 한전 기준으로 약 100조 원 정도입니다. 탈탄소화와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전기 수요는 2050년까지 2.5~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전력 판매 시장은 3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매출은 500조 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설비와 관련된 고부가가치 요소를 포함할 경우, 전력 시장은 단일 시장으로 600조 원 규모에 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시장을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반대로, 옥토퍼스 에너지와 크라켄과 같은 서비스들이 규제가 적은 시장에서 성장해 우리나라 전력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구글(Google)에 의존하는 것처럼, 옥토퍼스 에너지와 같은 선진 디지털 기업이 우리 에너지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수요 증가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우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동시에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특정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력 산업과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점입니다. 정책, 시장, 제도 모두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은 세계 평균과 아시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대비 약 15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15년 전은 글로벌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이는 제대로 된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원자력 비중은 높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 청정 전력의 비중 또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러한 점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삼성 관계자분들도 아리백(RE100) 이니셔티브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계실 것 입니다. 이는 산업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산업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대만을 살펴보면, TSMC는 대만 경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비중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RE100 목표를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설정하고, 선형 그래프를 그려 각 연도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투자보다는 비용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데 있어 상당히 민감한 상황입니다. 반면, TSMC는 초기 2050년 목표를 선언한 이후 최근 그 목표를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그린 반도체 측면에서 대만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목표를 기업이 단독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대만 정부는 송전 이용료의 90%를 보조하고, 해상 풍력 프로젝트와 RE100 목표 실현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기관 산업과 첨단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부분에서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폭적인 지원과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제가 에너지 전환 생태계를 연구하며 약 50명의 전력 및 산업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및 전력 산업에서 혁신적인 유니콘 기업이 탄생한다는 것은,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제도가 뒷받침되며,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결과론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전력 시장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기회와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데이터의 비대칭성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데이터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데이터가 개방되어 있지 않은 점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전력 산업 연구자들은 국내 데이터를 활용한 논문을 거의 발표하지 못합니다.
이는 데이터가 개방되지 않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연구는 미국이나 유럽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이를 국내 상황에 역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비공개 문제는 안보 중요성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 부재가 더 큰 원인입니다. 현재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지만, 이는 변화하는 환경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큰 사고가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는 낭비 요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며,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을 방해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가 데이터 목표 아래 에너지 및 전력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세부 요소까지 포함한 데이터 흐름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총괄적인 관리와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시범 사업부터 대규모 사업까지, 시장 주도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년 전, 스마트 그리드라는 에너지 디지털화 시도가 있었지만, 수요가 없는 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된 시범 사업이 시장으로 확장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술 적용에만 치중한 결과, 경험은 쌓였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기준을 수립하고, 스케일업을 통해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며, 이를 성장의 기반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정책은 부족할까요? 사실 우리나라 정책을 살펴보면, 해외 주요국(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이거나 예정된 정책들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기요금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 많은 이들이 머뭇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 교수님들, 전문가들 모두 공감하실 것입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전기요금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언급하면, 정책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한전의 부채가 200조 원에 달하는 큰 문제로, 전기요금을 조금씩 인상하며 눈치를 보는 체계가 전환과 혁신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더욱이, 전력 수급 계획을 포함한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아쉬운 현실입니다. 정부 정책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정부 정책과 실제 실행 간의 미스매치가 반복되며, 이러한 부분에서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면서 실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 인프라는 혐오 시설로 인식되는 님비(NIMBY) 성격을 띠고 있어, 이를 공개적이고 제도적으로 처리하는 경험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한전이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보상 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경우에 따라 상이하게 해석됩니다. 이로 인해 투명한 법적 시행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지 갈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법적 실행이 명확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AI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도전 과제를 성장의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비용은 "더럽고 저렴한 척"하며 유지되고 있지만, 더 이상 저렴하지 않을 수 있으며,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부가 비용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하이닉스가 새로운 공장 부지를 구축할 때, 현재의 전력 인프라와 탈탄소화 목표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연금 개혁과 같은 국가적 생존 과제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에너지 전환이 비용으로만 인식되고 구조적인 접근으로 한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결국 "기후부채"라는 이름으로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행동을 미루고 의사결정을 지연시킨다면,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성장을 발목 잡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주커버그가 말한 것처럼, 전력 부족이 단순히 인공지능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성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기후 문제와 에너지 전환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혁신 산업으로 체질 전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은 전문가 여러분들께서 각자의 의견과 토론을 통해 제가 미흡했던 발표 내용을 더 완성도 높게 만들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이 발제에 기반해서, 기고문을 한번 작성해봤다. 어딘가에 기고할 예정(?)이다.
전력망, 혁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전기는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혈관이다. 우리가 커피를 내리고, 컴퓨터를 켜고, 지하철을 타는 순간에도 전기는 쉼 없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이 혈관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 하지만 디지털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제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한 산업의 도구가 아니다. 증기기관이나 전기와 같은 범용 기술로, 모든 산업의 근본을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AI가 "데이터"라는 연료를 소비하며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전력이라는 또 다른 연료를 먹는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기존 시스템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 예컨대, 구글 검색이 AI 기반으로 전환될 경우, 전력 사용량이 약 3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는 매년 전력 소비를 폭증시키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막지 못하면 기술 혁신이 정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한국에서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의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 부담을 해외로 분산시켜주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수도권 전력망의 포화 상태와 지역적 전력 불균형이다. 이는 AI보다는 기존 산업과 데이터센터 증가가 원인이다. 한국의 과제는 전력망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AI를 활용해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는 에너지를 먹는 괴물이 아니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력자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실시간 에너지 수급 조정 알고리즘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전력망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며,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혁신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AI의 전력 소비 증가를 우려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해 탈탄소화와 산업 혁신을 이루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창출하는 길이다.
에너지 전환의 딜레마
한국은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세계적 흐름에 비해 너무 느리다. 대만의 TSMC는 그린 반도체 생산을 위해 2050년 목표를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송전료의 90%를 보조하고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주요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했지만, 대부분의 목표는 장기적이며, 실행 계획은 모호하다.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며 탈탄소화에 소극적인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후 위기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미래에 갚아야 할 막대한 기후부채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만은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에너지 전환을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책은 발표하지만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력망 같은 혐오 시설은 지역 갈등의 중심에 있고, 이를 해결할 투명한 법적 체계나 사회적 합의도 부족하다.
특히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에서 OECD 평균에 비해 15년 뒤처져 있다. 원자력 비중이 높아 청정 전력의 비율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 비중은 여전히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친다. 이는 에너지 전환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제약이 되고 있다.
문제는 단지 전력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탈탄소화의 지연은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반도체는 고도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다. 대만의 TSMC가 그린 반도체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동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기후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이미지로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혁신의 기회, 놓치지 말아야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는 창업 10년 만에 전력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인 크라켄(Kraken)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성공을 넘어, 정부가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 결과다.
한국 전력 시장은 약 100조 원 규모다. 전기 수요가 2050년까지 3배로 증가한다면, 이 시장은 50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열과 전기의 통합, 모빌리티 영역의 확장,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 등을 고려하면 시장은 700조 원까지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국내 데이터는 비대칭적으로 관리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가 부족하다. 탈탄소화와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시간 수급(Balancing) 역량도 부재하다. 이는 결국 한국이 외국의 혁신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탈탄소화와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철저한 개혁이 필요하다. 혁신 기업이 등장하고, 이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때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생존의 문제이며, 미래 세대의 삶을 결정짓는 선택이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혁신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