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혜 May 26. 2020

이민경 작가편 - 여성 간 관계의 확장

[특집방송] 코로나19 시대 프리랜서가 만드는 새로운 연대 ➊ 

코로나19시대 프리랜서가 만드는 새로운 연대

#1. 이민경 작가 - 여성 간 관계의 확장



프리랜서 팟캐스트 방송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여성과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리랜서 팟캐스트 방송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는 프리랜서의 삶과 일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방송은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의 이다혜(아술아) 편집장과 다양한 삶을 응원하는 매거진 <딴짓>의 박초롱(정만춘) 발행인이 함께 운영합니다.  




코로나19시대, 프리랜서가 만드는 새로운 연대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분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고용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프리랜서는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뚝 끊긴 일감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프리랜서를 찾는 클라이언트도 줄어 우울하죠. 내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걸까? 이대로 프리랜서 생활을 계속하는 게 괜찮을까? 끊임없이 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프리랜서에게 이번 코로나19는 넘기 힘든 산입니다.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는 코로나19 시대 프리랜서에게 1) 현실적 지원과 2) 정서적인 지지를 전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분야별 프리랜서 네 분에게 코로나19시대 프리랜서에게 희망을 주는 작업물을 구매하고, 작품을 다른 프리랜서들과 공유하면서 으쌰으쌰 기운 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름하여 ‘코로나19시대, 프리랜서가 만드는 새로운 연대’입니다. 이 사업은 서울시 청년청 코로나19 완화를 위한 청년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코로나19시대, 프리랜서가 만드는 새로운 연대’ 프로젝트는 네 가지 분야의 프리랜서를 게스트로 모십니다. 글 작가, 사진작가, 뮤지션,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첫 번째 게스트는 글 노동자이자 봄알람 출판사 대표인 이민경 작가님을 모셨습니다.《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탈코르셋:도래한 상상》등 여성의 다양한 언어를 책이라는 매체로 전하고 있는 분입니다.


이민경 작가님은 석사 논문 완주 기념 삼 개월 프로젝트라는 부제로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라는 짧은 글을 편지형식의 창작물로 연재하고 계세요. 주로 여성 간 사랑을 담은 편지 형태의 글입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다른 여자가 불러일으킨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굳이 편지를 쓰고 또 그 편지에 답장을 해. 미친 듯이 편지를 쓰다가 수신인 없이 글을 쓰게 된 나는 다시 수신인과 발신인이 명확한 편지를 쓸 때의 감각을 되살리고 싶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 코로나 시대의 사랑 1화 발췌


큰일여에서도 프리랜서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담아와주셨어요. 아래 이민경 작가님의 작품을 공개합니다!  




코로나19시대, 프리랜서가 만드는 새로운 연대 - 여성 간 관계의 확장 



저는 출판 분야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창작자입니다. 혼자 써야 할 메시지를 머릿속으로 완성시키고, 완성되면 글로 완성될 때까지 써내고, 원고가 다 되면 동료들에게 맡겨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기를 반복합니다. 번역을 할 때에도 과정은 비슷합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완성하고 책으로 만들어 낸 원고에 다른 언어를 덧입히기를 홀로 완성하고, 다 되면 세상에 내는 겁니다.


창작자가 된 계기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면서부터였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출판을 통해서 페미니즘 액티비스트가 된 것이었어요. 창작자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대학원에 들어간 것도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서였고, 일을 시작한 이래 지금껏 프리랜싱만 하고, 원래 공부하던 분야에서도 돌고 돌아 일하고 있으니 벗어난 줄 알았던 길이 결국 같은 것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사건을 맞아 여성들의 내상을 줄이기 위해 목소리를 내면서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던 저는, 새해를 맞아 오년 차에 접어든 창작자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두고 내가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새해에는 코로나라는 사건이 시작된 해이기도 했어요. 한동안은 페미니즘이라는 정치를 확대하는 데에만 골몰하다가 이 또다른 사회적 사건 앞에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각자의 일상, 변화가 만들어낸 간격과 연결의 부재가 역설적으로 각인하는 그 존재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창작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되어 결과물이 된 작업을 선보이는 대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공개하는 시도였습니다. 마침 석사논문을 쓰고 있었고 완성되면 단행본으로 낼 예정이었거든요. 각자 외로운 시간을 견디며 원하지 않았던 대로 일상을 변화시켜야 하고, 원체 원하지 않는 길을 수용하기 싫어하는 페미니스트 동료들이 이 변화를 얼마나 답답해할지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에 기획의 시작을 앞당기고 편지라는 형식을 도입합니다.


새로운 기획은 코로나라는 사건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은 결과이지만 어찌 보면 전적으로 제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석사논문을 쓰는 무렵이라 친구들에게 정기적으로 제가 공부한 내역을 보낸다면 자기를 강제하기에 좋다고 생각하고, 독자들은 연구자 친구가 보내는 편지를 즐겁게 여겨줄만큼 심심하게 살고 있었으니까요. 편지를 많이 쓰고 싶기도 했고, 실어 보내는 다른 여성들의 언어를 실어 보내는 편지가 터뜨릴 둑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고립이란 코로나라는 사건으로 인해 두드러지는 것일 뿐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대에 연결된다는 것 역시 이런저런 제한으로 인해서 한층 갈증을 느끼게 되었을 뿐 영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제 편지는 변화한 일상이 확보한 거리를 활용하는 방편이고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고 코로나 이전부터 자택에서 작업을 자주 하던 프리랜서라는 속성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석사논문이 완성되는 세 달 동안만, 종이컵에서 종이컵으로 소리가 전해지던 실이 들어갈 만한 거리 사이로, 고르고 고른 문장을 편지에 담아 보냅니다.


아직 편지는 세 통밖에 보내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역사 속에서, 문화적으로, 다른 구독자들과 연결되었고 항상 여성 간의 단절이 우려스러워 거기 천착하던 저는 이번의 변화가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여성들은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던 자신을 새로운 서사 속에서 드러내고, 조심스럽게 답장을 보내어 연결에 응답하고, 새로운 언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무엇보다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남은 6월의 편지에 어떤 문장이 담길지는 저도 모르지만 즐겁게 기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민경 작가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41화, 여성 간 관계의 확장 with 이민경 작가님


이민경 작가님과 함께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통해 여성 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어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사랑’ 편지는 이민경 작가님이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편지 쓰듯 나눠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자기 감시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논문에서 재밌는 구절, 혼자 깨달은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나누기 시작한 거죠. 미리 약속을 하면 열심히 하지 않겠나 싶어서요.


코로나시대의 사랑은 레즈비언뿐 아니라 여성 간의 관계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규율에 따르지 않는 형태의 감정을 부인하곤 하죠. 여성이 여성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하면 ‘그럴 리가 없어’라고 학습된 리액션을 보여줍니다.  


코로나시대의 사랑을 통해서는 여성들이 자기를 직면하자는 이야기, 자기개방을 해보자는 것, 여성들 간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모든 걸 이성애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동성애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요. 제가 (유튜브) 방송에서 사연이 올 때마다 ‘동성애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일종의 저항운동인 거죠. 다들 이성애라고 강요하니까.


규범화된 성애만이 진짜 성애라고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동성 간 성애는 호명되지 않는 것 혹은 미성숙한 것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이번 큰일여 방송, 사뭇 진지해요! 


누군가에게 무슨무슨 ‘~비언’이라는 별칭을 지어주시는 이민경 작가님께 술아와 만춘이도 혼란비언, 진지비언이라는 닉을 받았답니다. ㅋㅋ 코로나19시대,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과연 사랑 이야기부터 시작해봐야 하는 거겠죠? 이왕 집에 갇힌 거, 큰일여 들으면서 우리끼리 으쌰으쌰 해봅시다 :) 큰일은 여자가 해야죠!

▶ 이민경 작가님과 함께한 방송, '여성 간 관계의 확장' 바로 듣기 (팟빵) 

▶ 이민경 작가님과 함께한 방송, '여성 간 관계의 확장' 바로 듣기 (네이버 오디오) 




▶ 코로나 시대의 사랑 6월호 신청을 5월 31일까지 받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코로나 시대의 사랑 편지를 신청할 수 있어요. 


▶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SNS 채널도 구독해주세요. :)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hey.be.ambitious/

Twitter: https://twitter.com/HeyBeAmbitious 

Youtube: https://www.youtube.com/channel/UCCIFKOrqp-SndHczzHHfKpw 


*큰일은여자가해야지 코로나19 특집은 주2회 송출됩니다. 다음 방송은 5월 28일 목요일 공개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스타 라이브 공지 '거기, 프리랜서 잘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