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그들을 위해 파고다를 향해 기도하는 내 모습을 찾게 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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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금을 받으며 사네.
손주가 11명이나 있고
사실 난 일할 필요가 없네.
지난 30년간 관광 가이드를 했는데
난 그저 바람을 쏘이러 왔네.
난 6개 국어를 할 수 있는데
한국어는 잘 못하네.
그저 내 말을 듣고
잠시 저 탑 위를 한 번 보겠나?"
- 결국 나에게 약 20달러의 가이드비를
지불하게 한 60대의 미얀마 어르신 -
출장에는 개략적으로 두 종류의 출장이 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계획적으로 미팅이 셋업 되어 있는 출장과 그렇지 않은 출장이다.
사실 베트남, 태국을 지나오면서 그곳에서의 출장은 전자의 출장이었지만 미얀마로 넘어오면서 급 후자의 출장으로 넘어갔다.
사실 후자의 출장은 더욱 부담이 된다.
그래서 겨우 잡은 미팅을 할 때도 그다음 미팅이 이어지도록 만난 사람에게 다음 미팅을 소개해 달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다행히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의 오랜 친구들이었고, 그들은 나에게 새로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여줘서 별 계획도 일정도 없던 내 출장은 계획과 일정으로 가득 찬 출장이 되었고, 덕분에 일정을 늘려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쯤 되면 슬슬 부담감은 줄고, 본전이 생각나게 되는데..
그래도 계획과 일정이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
▼ 새롭게 소개받은 미얀마의 유력한 거래선들을 만나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얼핏 인터넷에서 본 광경이 생각났다.
미얀마에는 '황금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사원이 있는데 그곳에는 금으로 장식된 파고다가 즐비하다는 얘기…
더운 날이었지만 하루 걸어야 할 거리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겹쳐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차를 돌려 '미얀마의 황금의 언덕, 쉐다곤 파고다'를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차에서 내려 경내로 들어서려고 하는데 파고다 밖에서부터 파고다를 향해서 기도하는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이 여인은 두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저리도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들도 내가 메콩에서 만난 그들처럼 부족한 삶 속에서도 신을 섬기는 법을 잊지 않고 있었다.
경내로 들어서려면 먼저 신발과 양말을 벗어야 한다.
반바지를 입은 경우에는 미얀마식 스커트를 입어야 들어갈 수 있다.
다행히 나는 긴 바지를 입고 있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들어갈 수 있었다.
긴 복도를 걸어 올라가야 경내에 들어갈 수 있다.
복도 좌우에는 불교에 관한 다양한 물품들을 팔고 있었다. 불경인 경우도 있었고, 불상인 경우도 있었다.
경내에 들어서자 금빛 파고다가 보였고, 이를 향해 기도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역시 심각하게 기도하는 모습이다.
.
.
.
.
.
아니다!
그녀는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파였다.
내가 한 말은 취소다. ^^
▼ 웅장한 파고다가 눈앞에 나타난다.
전설에 의하면 먼 옛날 (이들은 기원전 6세기라는 뻥을 친다) 석가모니를 만난 미얀마의 형제가 그를 기리기 위해 두 개의 큰 파고다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정사로는 약 11세기에 지어진 탑이라고 한다.
이 탑에 대한 미얀마 왕조의 집착은 대단한 것이어서 한 여왕은 자신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금, 약 40kg을 기부한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런 왕족들의 기부가 모여 모여 지금의 파고다를 이뤘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근처 지역에서 미얀마는 매우 강한 민족이어서 그들은 태국 같은 나라는 거의 안방 드나들듯 드나들며 마음껏 유린한 민족이지만 원나라 (몽고)의 등장으로 깨갱했던 것이 대체적인 역사인 모양이다.
결국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몽고한테만 깨진 나라라는 설명인데, 아시아에서 몽고한테 깨지지 않은 나라도 있었던가? (일본이 있긴 했다 ^^)
이곳을 방문한 미얀마인들은 대부분 매우 열렬한 불교신자들이었고, 자신들이 가슴에 담고 있는 얘기를 이곳에서 풀어놓고 있었다.
▼ 자, 이제 파고다도 볼만큼 봤으니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6시 넘어 미팅을 마치고, 이곳은 석양이 지는 모습이 예쁘다 해서 그 시간에 맞춰 왔건만 많이 늦은 시간이 됐다. 배도 고프고..
난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한 어르신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젊은이 어디서 왔는가?"
"네, 한국에서 왔습니다."
"아, 한국 사람들은 참 불교에 관심이 많지. 잠시 내 설명을 들어주겠나?"
"지금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만…"
"잠시면 되네. 나는 연금을 받으며 사네.
손주가 11명이나 있고, 사실 난 일할 필요가 없네.
지난 30년간 관광 가이드를 했는데 난 그저 바람을 쏘이러 왔네.
난 6개 국어를 할 수 있는데 한국어는 잘 못하네.
그저 내 말을 듣고 잠시 저 탑 위를 한 번 보겠나?"
"어디…"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에 나를 세우며) 여기 말이요.
그 순간 파고다의 탑 끝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을 보게 됐다.
"저게 뭐죠?"
"다이아몬드 라오. 저건 73캐럿 짜리야."
차례차례 신기한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놓는 어르신의 얘기를 들으면서 따라다니다 보니 이 파고다에는 사진을 찍어야 할 별도의 숨겨진 포토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찍은 사진의 파고다 첨탑 위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보였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이 각도에서 보면 파고다 첨탑 위에 반짝이는 물건이 보일 것이다.
그가 보여준 많은 '포토 포인트'가 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석가모니가 수행 중에 비가 오기 시작하자 그 비를 막기 위해서 다가온 뱀신이라고 했다.
정확하게는 한 마리의 뱀은 아니다.
여러 마리고 게다가 각각 이름도 있다.
마치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사슴들이 각각 이름이 있듯 말이다. ^^
하지만 석가모니를 비에서 보호하던 뱀들의 이름이나 썰매를 끌던 사슴의 이름 정도야 뭐.. 몰라도 되는 것 아닌가?
루돌프.. 스펜서? .. 움... 모리겠다. ^^
▼ 드디어 어느 포인트에 서니 웅장한 파고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어르신은 파고다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분이었다.
"미얀마에 사는 사람 중 버마족은 약 70%가 되네.
이외에 8개의 다수 부족이 있는데, 샨족, 카렌족, 친족, 카친족,
몬족 등이 있는데 샨족과 몬족의 여인이 피부도 곱고 가장 예쁘다네."
움.. 역시 모르는 것이 없는 어르신 맞다. ^^
갑자기 어르신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어르신: "웅.. 저기 샨족 여인이 있구만 그래. 어이!! 거기 처자 여기로 좀 오게나."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이 무슨…'
그 여인도 당혹스러운 듯 한 표정을 지으며 어르신 말씀을 듣는다.
어르신: 여기 이 한국에서 온 젊은이 옆에 좀 서게나. 사진을 같이 찍게.
여인: 아니.. 그.. 저..
어르신: 아니, 뭐하고 서있는 건가?!!
어르신은 화도 내신다. ㅎㅎㅎ
결국 어르신 덕에 아름다운 샨족 여인과 사진을 같이 찍는다.
나: 고맙습니다.
여인: 아닙니다.
나: 성함이?
여인: 쵸쵸 미오입니다.
나: 네, 예쁜 이름이군요. 안녕히 계세요.
여인은 이내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일본어로 쵸쵸라고 하면 나비라는 말인데..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 이제 어르신께 숙소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말 배가 고팠다. ^^
나: 어르신 감사합니다. 사례를 하고 싶은데요.
어르신: 뭐, 내가 가이드를 했을 때는 20달러씩 받곤 했지.
나: 그럼 20,000 차트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어르신: 20달러인데.. 뭐 그렇게 하게나.
나: 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내가 자넬 만난 게 남문 앞이었으니 그리로 가면 되네.
내 전화번호를 하나 줄 테니 이곳에 올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에게 주게나.
나: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과 헤어져 나도 금방 사라진 그 여인처럼 인파에 묻힌다.
멋진 파고다와 사람들…
이들의 영어 수준 (대기업 부장들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도 많다)
배가 많이 고픈 밤이었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다. ^^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하고 파고다에 모여 자신들의 고민을 해소하는 수준 있는 사람들…
전직인 듯 현직으로 관광가이드를 하는 어르신…
비록 잠시만 잠시만 전략에 말려 그와 함께 파고다를 둘러봤지만 이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그런 추억을 준 그에게 고맙다.
이들의 수준에 탄복하며…
이들의 발전을 기원한다.
그리고 파고다를 향해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내 모습을 찾게 된다.
By 켄 in 쉐다곤 파고다 ('17년 3월 18일)
※ 참고로 그 아름다운 샨족 여인의 이름은 쵸쵸 미오가 아니다.
그 여인은 어디까지나 어르신의 강압에 못 이겨 나와 사진을 찍었을 뿐인 여인이었고, 이름을 물을 겨를은 없었다.
거래선을 만나다가 한 사람의 이름이 하도 예쁘길래 내 방식대로 그 여인에게 이름을 붙여 봤다. ^^
이 이름이 여자의 이름일까? 아니다. 건장한 남성의 이름이다.
그것도 시커먼 남성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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