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해도 괜찮은 "즐거운 수영"에 대하여
진정으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잘해야만 운동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스스로 수영계의 어린이임을 자청하며 수영 일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인피니티 풀에서 예쁜 비키니를 입고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닌, 물속에서 펼치는 자신과의 싸움과 그 과정의 힘듦을 공유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평상복만큼 다양한 디자인과 디테일에 반해 수영복 전용 서랍장을 장만하거나 해외직구도 서슴지 않고 지르는 수린이들은 어디서 나타난 걸까?
호캉스가 낳고 동네 수영장이 키운 사시사철 즐기는 수영 문화
공교육에서 채울 수 없는 생존의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동네 수영장에 모였던 아이들. 관절이 약해도 즐길 수 있는 운동에 대한 필요성으로 알음알음 수영장에 찾아온 시니어 계층. 그 외에는 ‘수영’이라는 운동의 특성상 물에 들어가기 전후의 번거로운 과정과 특화된 시설이 필요한 탓에 감히 도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함께 강습을 받거나 모임을 따로 만들지 않으면 서로의 경험을 공감하기 힘들었고, 실제 운동량을 측정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화려한 수영복은 고수들만의 향유물이었고 그마저도 제한적이어서 패션으로 소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수영’이라는 스포츠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린 장본인이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라면 호캉스 문화는 사람들이 직접 물에 들어가 체험하도록 유혹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여름에만 즐기는 소수의 레저였던 이전에 비해, 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계절 운동 꼬리표는 희미해졌다. 취향을 존중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패션으로써 소비되는 수영 제품, 관련 액세서리 브랜드 역시 크게 성장했다. 아레나, 스피도 같은 전통 강호 외에 펑키타(Funkita), 졸린(Jolyn) 등 화려하고 발랄한 이미지의 신생 브랜드들이 선택의 폭을 확장해 옷장 속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준 것. 거기에 영법 인식까지 가능한 스마트 워치들의 등장으로 평범한 수린이들도 본인의 운동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운동하는 멋진 ‘나’, 더 예쁜 ‘내 수영복’, 힙한 수린이들, 그리고 더 더 재미있는 ‘수영 일기’
이왕 즐기는 호텔 풀장, 트로피칼 해변에서 좀 더 제대로 놀고 싶은 힙한 수영인들이 소셜 미디어에 수영복 컬렉션이나 훈련일지를 공유하면서 종목에 대한 문턱도 낮췄다. 패셔너블한 그들의 계정에서는 데일리 룩을 소개하듯 그 날의 수모, 수영복을 촬영하고 수시로 업로드해 보는 이의 지갑이 스르륵 열리게 한다.
이들 힙한 수린이들은 대부분 여름에는 자연태닝을 하고 겨울에는 기계태닝을 하며 쨍한 하이컷 형광색 수영복을 즐겨입고 왁싱은 필수, 화려한 수영모와 액세서리로 본인들의 수영 인증샷을 올린다. 탄탄한 몸매와 애플워치 인증샷은 이들의 필수 준비템이다.
또한 이들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영 일기는 배우는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했던, 무섭다고 느꼈던 대상이 보다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윔 나이키와 함께하는 박가가의 수영 일기에서는 처음 수영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매너,규칙 등을 소개하고 각종 사연을 받아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다. 좌충우돌 바다 수영기는 대자연의 에너지에 대한 겸손함을 깨닫는 수영 러버 부부의 고군분투가 담겨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폐쇄된 수영장 때문에 수영을 즐기던 일상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은 스쿼트로 근손실을 막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운다.
성장하는 비포 앤 애프터 스윔 케어
아무리 즐기자고 하는 취미생활 겸 운동이지만 끊임없이 수영인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물 소독용 약품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과 머릿결 손상이다.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지만 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몸에 남는 염소 냄새와 푸석해진
성장하는 비포 앤 애프터 스윔 케어
아무리 즐기자고 하는 취미생활 겸 운동이지만 끊임없이 수영인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물 소독용 약품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과 머릿결 손상이다.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지만 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몸에 남는 염소 냄새와 푸석해진 머리카락이 반가울 리 없다. 이런 니즈를 반영한 수영 전문 헤어, 바디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애프터 스윔의 리얼 피니쉬 라인과 배럴에서 출시한 배럴 스위머즈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태닝으로 수영 스타일링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더함으로써 수영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수영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각종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들은 더욱 주의를 요하고 있어 대부분 폐쇄된 상태이다. 그에 따라 수영뿐 아니라 생활 스포츠 전반이 움츠러들고 관련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수중 레저나 해외여행과 밀접한 수영은 국내 상황이 좋아져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 그러나 ‘수태기가 오면 새 수영복을 사라’는 명언이 있는 만큼 찐 수린이들은 이러한 암흑기에도 경험담을 나누고 봉인이 해제되었을 때 개시할 아이템을 구매하며 쓸쓸함을 달래고 있다. 시설이 좌지우지하는 만큼 수영자체는 연습할 수 없지만 기초 체력만은 홈 트레이닝으로 보전해 놓겠다는 의지도 드러낸다.
셀프케어 전성시대인 요즘, 취미 운동에 대한 필요성과 동경은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고 ‘자기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과시욕을 뒷받침하는 관련 패션, 테크 시장은 나날이 성장한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나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콘텐츠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모임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키는 나이키 런 클럽이라는 기록 어플을 통해 공유하고 함께 하는 러닝 컬처를 구축했고 룰루레몬은 앰버서더를 통해 요가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과연 수영도 크루를 형성하고 다 같이 즐기는 그만의 문화가 어떤 브랜드를 만나서 확장될까? 글쎄, 활동 중 기록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물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인원도 제한적이며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힘든 종목이다 보니 그 부분은 다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영은 특징이 뚜렷한 만큼 두각을 나타낼 분야 역시 독보적일 것이다. 한 예로 크로맷(Chromat)이라는 미국 신생 스윔웨어 브랜드는 ‘포용_inclusivity’과 ‘권한_empowerment’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몸매가 드러나는 수영복 특성상 사회적 기준에서 이상적 외관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이 아닌 남들을 의식한 선택을 내리거나 단점 감추기에 진을 빼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에 반해 크로맷은 스웨덴 여성용품 브랜드 리브레스(Libresse)나 리한나의 속옷 브랜드 세비지x펜티(Savage x Fenty)처럼 우리의 몸을 긍정하는 운동에 앞장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영은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앞으로의 모든 몸을 긍정하는 의식변화가 국내의 수영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수영인구 증가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가지 공장의 한 줄 평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당당한 수린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든든한 수영복 컬렉션이 당신 옆에 함께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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