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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희 Mar 10. 2024

일머리 제로인 사람이 온라인판매를 한다면

온라인 사업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어


고요함이 깊은 가을밤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려 젖은 바닥이 반짝인다

새벽 1시 23분 역시나 아직도 퇴근 전인 내 남편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이다

24시간 중에 대체 몇 시간을 일하는 건지...

단지 빨리 내가 퇴사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짙어질 뿐


그로 인하여 나의 시계는 일하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며,

노는 시간도 곧 일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일상

처음에는 주문량이 많아서 일이 많은가 보다 했다


하지만 주문처리가 1시간도 안 걸리다는 온라인셀러들을

보고 뒤통수를 세차게 얻어맞은 후 통증이 느껴졌다


"뭔가 잘못되었구나"

"내가 일머리가 없었구나"


주문처리가 5-6시간 걸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인식되는

순간이었으며 온라인사업은 상품을 올리고

노출을 만들어주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것이 끝이라고 믿었던 1차원적 생각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주문량이 늘어나면? 그 이후의 일처리는?

그 이후의 상황을 누가 예상했겠냐고


거슬러올라가 생각해 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주문처리이전에 소싱자체부터가 문제였던 것

소싱의 종류는 크게 간접소싱과 직접소싱으로 나뉘는데

간접소싱은 도매사이트에 위탁을 원하는 상품들을

쉽게 찾아 올리는 것이고 직접소싱은 원하는 상품을

검색으로 찾은 후 제조사 또는 판매원에 전화를 해서

위탁 여부를 묻는 것이다


처음이니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였다

누구나 올릴 수 있는 도매사이트 상품을 올리는 것

다른 플랫폼에서는 힘들 것 같던 도매사이트 상품판매가

올웨이즈 안에서는 팔리는 것이 아닌가!?

기본적인 생활용품들과 시즌성 상품 위주로

올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한두 건씩 팔리다가

어떤 알고리즘 파도를 탄 건지 한 상품의 주문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매출 상승의 첫 신호였다.

그 상품은 바로 "1+1 잠옷"이었다.

1+1 상품이라 할인되는 느낌이 강했고

금액도 1원대로 저렴하였다.

올웨이즈에 딱 맞는 저관여 상품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판매다운 판매를 시작하였고

한 상품이 잘 팔리니 다른 상품들도 노출도가 올라가면서

점점 매출은 수직상승을 하였다.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도매사이트에 일일이 하나하나

이름, 연락처, 주소를 입력했더니

시간이 5시간 훌쩍 넘어가기 일쑤였고

운송장 입력 또한 하나하나 복붙을 하니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주문은 들어오는데 24시간이 모자란 지옥으로 하루가

변해있었다.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위탁의 단점도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도매처에 갑자기 재고품절이 뜰 때면

최소 2-3주는 기다려야 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통관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럼 자연스럽게 판매는 중지가 된다.

아 이럴 땐 내가 직접 사입을 해버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타이밍이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들이

울컥울컥 차 오를 때마다 이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였지만 5시간 넘게 눈동자가 빠지게 모니터만 들여다본 이후의 나의 뇌상태는 정지가 되어 그만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고 일처리 이후는 바로 집안일로 이어지니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주문처리 플랫폼을 뒤적거리기도 했지만 올웨이즈 플랫폼의

주문처리를 도와주는 플랫폼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도매사이트에 대량등록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주문처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

깊은 고민에 빠지니 안테나가 작동하였는지

평소에 놓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엑셀에 상품코드와 옵션을 기재하면 대량으로 등록이 가능

하다는 것!!!!


"그래 바로 이거야!!! "


내가 찾던 돌파구를 드디어 찾게 되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 참 일머리가 꽝이구나!

정확하게 메타인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무직과 거리가 멀었던 터라

접해보지 않았던 엑셀의 등장과 주문량이 늘어난 이후에 대해 생각도 안 해봤으니 직접 부딪혀 얻어맞아가면서

스스로 개척하면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나"구나

일을 하면 할수록 나에 대해 알아가 가게 되는 과정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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