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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희 Mar 03. 2024

엄마표 공부의 오류

엄마의 포지션은 어디!?


첫째의 4학년 겨울방학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길고 긴 겨울방학 끝이 나긴 하는구나

추운 겨울 땅속 깊은 곳에서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처럼

나 또한 집안에서 겨울잠을 자듯 외부활동보다는

첫째의 3끼를 책임지고 거기에 일까지 하는

나름의 긴긴 겨울을 이겨내었다

그래도 이제 고학년이니 스스로 놀다가 알아서 숙제하고

학원에 가니 제법 많이 컸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엄마표 공부를 고집하던

나는 이번 초4 겨울방학이 신세계였다

초3 때부터 수학학원만 보내고 다른 과목은 집공부로

해결하다 보니 학원 이외 시간은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오전에 그날의 정한 공부분량을 하고 낮에 놀고 오후에 학원가는 이상적인 하루는 왜 그려지지가 않는 거지?

하루종일 놀다가 학원을 다녀와 자기 전에 공부를

하겠다는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만 안겨주어 괴로운 방학의

연속이었는데 말이다


엄마표공부의 시작

나는 왜 엄마표 공부를 고집했을까?

학교학원 이외의 진짜 내 공부시간을 매일 가지며

공부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학원부터 다니게 된다면 공부가 숙제가 되고 숙제가 공부가 되는 것만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외벌이에 사교육비는 빠듯한 느낌이 강해서

최대한 엄마가 집에서 공부를 봐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믿었다

학년이 올라가면 결국 학원을 보낼 텐데

굳이 일찍 보낼 필요 있나 싶어 집에서 문제집을

사다 풀렸었다

현실은 내가 생각한 그림이 아니었던 것이 문제였다

공부하자고 하면 몸을 배배 꼬면서 하기 싫어하는

아들을 데리고 매일 분량을 정해놓고 공부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내 의도와 다르게 공부시간은 트러블메이커가 되었고

 공부 때문에 사이가 멀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래서 다들 학습지를 하고 공부방을 보내나 보다

공부만 빠지면 전혀 문제 될 일들이 없는데 말이다


왜 나는 직접 아들을 공부시키려 부단히 노력하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도돌이표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유아기 때부터 학구열이 높았던 엄마는 아니었지만

육아서 심취했더니 자연스럽게 교육서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들이 온통 엄마표와 책육아와 관련된 책들이었다

책만 잘 읽어주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된다고 믿게 되었고

어떤 서적을 읽어도 독서는 빠지지 않는 중요한 항목이었다

맹목적으로 책육아는 정답이라고 믿었고 책 읽어주는 것만큼은 먹이고 재우는 거 다음으로 중요하게 지켰었다

그렇게 특별한 조기교육은 해본 적 없이 집에서 드문드문했던 영어노출 그리고 7세 여름쯤 아직도 한글을 못 띈 것 같아 늦은 건 아닌가 해서 땀이 삐질 등꼴이 오싹함을 느껴

학습지를 한글 수학 두 과목을 몇 개월 해본 경험이 전부였다 그 당시에도 한글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보였다



내 아이 성향 어떻게 파악하지?

수포자로 산지 언 40년

내 삶에 수학은 실체가 없는 무생물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 내가 아들이 수학만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던

순간을 파악하지 못한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미련하게도 아들이 수학을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었다

뇌구조에 수학이 빈 공간인 엄마라 수학교구하나

산 기억이 없다

근데 내 아들의 새로운 모습을 본 건 특별한 계기로 알게 되었다 수학강사였던 둘째 친구엄마가 아들의 수학을 봐주러 온 날이 있었는데 처음 수업이 있던 그날

친구엄마가 들고 온 수학프린트들은 딱 봐도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문제들이었고 첫째에게 풀어보라고 했다

첫째는 머뭇거리다가 풀려고 시도한 문제도 있었지만

 대부분 풀지 못하고 끝이 났다

알고 보니 심화문제들이었고 처음 접해보는 문제유형에

나도 첫째도 얼음이 된 느낌이었다

수학은 결국 심화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가?

에서 갈린다는 사실을 수포자 엄마가 알 턱이 있나


그런데 놀라운 부분을 발견하였다

그렇게 공부하기 싫어했던 첫째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았다

의욕적으로 풀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였고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초집중을 하는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도 받았다

바둑을 배웠을 때도 집중력이 좋고 인내심 좋고 엉덩이힘이

무겁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수학으로 인하여

그런 부분들이 되살아 난다는 사실은 수포자인 어미가

알 턱이 있나


엄마표공부는 오류였구나


아들이 공부에 흥미를 보인다고 느낀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그날 이후 수학에 흥미를 보이며 수학 관련책도 즐겁게

보는 아들을 보면서 우선 수학 관련 서적으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그렇다 내 아들에게 맞는 엄마의 역할은

직접 공부를 시키는 포지션이 아닌 공부환경을 만들어주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담당하고 가족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달라 엄마와 공부해도 잘 따라오는

아이가 있는 반면 내 아들처럼 엄마표공부가 맞지 않는 성향도 있다는 사실은 책이 아닌 경험으로 터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초2 여름방학 때부터

최상위 문제집을 접하였고

연산 1쪽도 하기 고통스러워한 아들이 심화문제에 대해

흥미를 갖는 거 아닌가~!?

문득 난 믿도 끝도 없는 즉흥적인 생각을 하고

입으로 내뱉었다

아들아 우리 과학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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