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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에디 Nov 26. 2023

바르셀로나가 나의 일상이 된다면, 행복할까?

꿈꾸던 삶이 일상이 된다면

꿈꾸던 삶이 나의 일상이 되는 순간 더 이상 그 삶이 특별하지 않더라.

어쩌면 우리가 동경하는, 꿈꾸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결국 그들에게는 그 삶이 일상이니까. 크게 특별하지 않은 거다.



스물네 살이 되던 해 3월, 바르셀로나를 짧게 여행한 적이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다.

졸업 논문과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남아있었다.


'졸업은 무사히 할 수 있을지'

'졸업 후에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밀려오는 막연한 감정을 마주하기가 참 힘들었던 기억.


마주한 바르셀로나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막연하고 불안했던 내 상황과 대조되어 도시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었나 보다.)


당시 머물렀던 한인민박의 사장님에게 물어봤다.


나의 질문,

"이곳에서 살면 매일매일이 행복할 것 같네요!"


사장님 답,

"나도 매일매일이 행복할 줄 알고 이곳에 살게 되었는데, 살다 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거군요. 소매치기도 많고, 여행하는 것과 실제로 사는 것은 정말 달라요 하하"

"실제로 저랑 친한 한인부부는 이곳에 이민 오자마자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통째로 도둑맞았지 뭐예요. 다시는 스페인 안 오겠다고 다짐하고 한국에 돌아갔답니다."


내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더한 말들을 해주겠다고 벼른다.


"이 얘기도 들려줄까요..?"


사장님은 내게 바르셀로나 괴담을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더랬다.  '이곳의 일상이 매일 아름다울 같다는 너의 생각은 잘못되었으며, 이제부터 생각들을 하나씩 부수어주겠다.'와 같은 느낌으로.



염원하던 퇴사를 실행하고 회사 밖에서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벌써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문득 스물네 살, 바르셀로나에서 한인민박 사장님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꿈꾸던 삶이 나의 일상이 되는 순간 더 이상 그 삶이 특별하지 않더라.

어쩌면 우리가 동경하는, 꿈꾸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결국 그들에게는 그 삶이 일상이니까. 크게 특별하지 않은 거다.


내 나이 서른셋, 20대의 요동치는 감정이나 설렘은 없다. 당연히 퇴사 후, 드라마틱한 삶이 내게 펼쳐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퇴사 후의 삶이 그래도 특별할 것이라고 아주 조금은 생각했었다.


아무도 내게 강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간절히 원했던 월 xxx만원과 같은 소득도 얻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것 또한 내게 크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문득.. '먼 훗날 내가 꿈꾸는 삶을 성취하더라도 그 감흥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결국, 결과보다 과정에서 행복을 얻는 것이 맞는 방향성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렇게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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