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오랜만에 러닝을 했다. 러닝을 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군' 에서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10대 그리고 20대 초반 대학시절까지는 어느정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군' 에서는 여태껏 내 삶의 바운더리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이들을 만난다. '군' 집단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첫째, 그 곳에서 나의 학벌이나 백그라운드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 명확한 상하관계가 있어 처음 시작할 때는 무조건 맨 밑 이등병부터 시작한다는 것.
내 삶에서 랜덤으로 만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시작부터 상하로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새로운 공간에서 삶을 완전히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도 군 시절 초반부는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 노력의 방향성은 '인정받는 것' 이었다. 선임들의 인정을 받아야 군 생활이 편해지니까.
이후 제대를 했고, 시간이 흘러 시작한 인턴 그리고 신입사원 때의 기억도 얼추 비슷하다. K직장인 선배들이 후배들을 평가할 때 가장 잘 써먹은 방법 또한 '비교' 였다. "에디는 같은 동기 누구보다 일을 잘 할더라." 와 같은 말들. '결핍' '남과의 비교', '성과지향주의' '누군가의 인정' 과 같은 것들은 과거 한국인이 성장을 위해 가장 잘 활용했던 방식이다.
한국의 2030 세대는 유년시절, 대학시절, 군 시절 그리고 회사에서도 늘 남과 비교와 평가를 당해왔다. 그와 같은 삶의 방식이 참으로 익숙하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인스타그램 릴스, 블로그 글, 유튜브 영상 등을 봐도 그렇다. 일명 '어그로'를 끌지 않으면 조회수가 잘 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위와 같은 방식은 한계가 있다. 강력한 스테로이드를 쓴 것처럼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한국의 2030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않는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 이만큼이면 정말 잘했다와 같은 '격려' 가 -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일 오전에 러닝을 하면서 어쩌면 현재 이 시간은 '과거 내가 꿈꾸던 삶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 신입시절처럼 누군가에게 더 억지로 잘보여야 할 필요도 없다.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얻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주체적인 선택이 가능해졌다. 조금 더 많은 자산을 소유하게 되었다.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감사한 마음을 내는 것이다.
원하는 미래는 이미 현재 내 손에 쥐어져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과거의 과정이 펼쳐낸 결과다. 어제의 과정 일주일 전의 과정, 한 달 전, 1년 전의 과정이 지금 여기에 결과로 드러나고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바랬던 결과가 지금 여기라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중략).. 스무살의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삶이 바로 오늘이다. 오늘의 당연함은 스무 살의 간절함이 만든것이다 . 그 당연함에 감사하는 것, 그것이 풍요의 본질이다. - 나는 나의 스무살을 존중한다, 이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