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가을.
작년에는 석사 논문을 쓰느라 혹독한 가을을 보냈고, 올해는 박사과정을 입학하고 새로운 공부에 적응 하느라 이른 겨울을 맞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러겹의 옷을 꺼내입어도 어쩐지 으슬으슬한 몸과 마음은 온기가 채워지지 않는다. 새삼 지난 해 석사 논문을 쓰며 막막했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생각이 바뀐것은 인간의 간사함 때문일까? 그만큼 성장한 것일까?
먼저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한 선배에게 물었다.
"박사 과정 공부는 어떤가요?"
"선생님! 석사 과정의 백배야 백배!"
선배의 말을 잘 새겨들어야 했을까? 마치 폭격을 맞은듯 쏟아지는 과제와 발표 준비를 마주할때면 '100배가 뭐야 1000배, 10000배 더 힘든 것 같네'라며 투덜 거렸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공부였으나 매 순간 나는 두려움과 싸우며 휘청거렸다.
잘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공부를 왜 하고 있는걸까? 머리 속을 헤집는 질문들과 두려운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해답을 찾기위해 여러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사실 이런 근원적인 질문은 조심스럽다. 이따금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기에 무턱대고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갑분싸~ 분위기를 망쳐놓는 질문이랄까? 질문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고단한 과정을 버텨내고 있는걸까? 질문에 대한 해답은 결국 내안에 있었고, 그 답은 처음과 같았다.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갖는 세상.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성실하게 이 과정을 마치는 것이겠다. 때때로 흔들리고 휘청일 때면 오늘을 회상하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잘 하고 있어. 넌 분명 잘 해낼거야!'
겉옷 하나를 벗었다. 어쩐지 이른 봄이 찾아 올 것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