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만 돈 벌 생각을 버리라고.
#나를 찾아가는 기록들 7
2024. 7. 20.
삼남매의 막둥이로 태어난 나로서,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과 소통하는 건 여간 신기하면서도 어려운 게 아니다. (왜 나랑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 하는 그런 의문이 든달까)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에는 막 생각없이 이야기 하다가도 나이가 어린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이 엄청나게 심해진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면서, 슬슬 사회 생활 후배들이 주변에 생기고 있다. 이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 내용을 곱씹어보면 언제다 동일한 두 가지 키워드가 나온다: 스트레스를 넘기는 요령, 그리고 조급함. 오늘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이 두 번째 감정에 대해, 약간의 out of the box moment를 기록해 보고 싶었다.
'회사' 그리고 '구직'이라는 시스템이 내 세상의 모든 것이었기 때문에, 난 이직을 하고 나서도 점프업을 위해 퇴근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구직 사이트를 횡보하며 수요 없는 공급, 소리 없는 아우성의 행태로 이루어진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조급함은 언제나 나를 회사 시스템에 끼워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자꾸만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든지, 뭔갈 공부하려고 한다든지, 내가 좋아서 하는 아카이빙이 아닌,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으로만 가득찬 아카이빙을 한다든지 말이다. 그 노력들이 모두 부질 없다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내게 직접적인 동력이 되진 못한다.
이력서를 내는 족족 서류는 거뜬히 넘기던 취준생 시절의 나였지만, 요즘은 단 한 번의 합격 통보도 받지 못하고 있자니, 어느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회사를 통해서만 점프업을 하려고 한다는 것, 회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블링커를 걸고 달리는 경주마 마냥, 내 인생에 '회사'라는 시스템의 비중이 너무 컸다는 것을. 그래서 자꾸만 회사에서 뭔갈 얻으려하고, 얻지 못하면 조급함이 생기고, 혹은 내가 확고히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자꾸만 새로운 곳, 새로운 회사로 가려 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그로 인한 트레이드 오프는 조급한 마음.
최근 문득, 내 주변에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업은 내가 지금까지 속해왔던 '노동자 시스템'에 구성되는 넥스트 스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말 별개의 무언가랄까. 회사라는 시스템과 그들이 가진 거대 자원 아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득하고, 그 속에서 해소할 수 없는 나만의 욕구들은 외부로 발산할 수 있는 나만의 무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뭔가 정말 '내 일'이 생기니, 갑자기 활력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