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신생아 시절 육아휴직 때는 뭔가 더 할 생각도 못하고 갓난아이 챙기느라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번 휴직은 그래도 제법 큰 아이들이랑 있는 것이다 보니, 하고 싶던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휴직 한 달이 넘은 지금 하나하나 조금씩 챙겨서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번역을 다 해준다는 이 시기에, 갑자기 영어공부가 제대로 하고 싶어진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휴직을 함과 동시에 온라인 수업도 등록하고 영어공부에 좋다는 ebs 프로그램도 챙겨 듣기 시작했다. 방송 듣고 낭송하기, 퀴즈 풀기, 기사 읽기, 온라인 강의 듣고 과제하기 등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데 사실 처음엔 좀 버거웠다. 내가 무언가를 가만히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놔두지도 않는 데다, 나 스스로도 온갖 집안일과 아이들 챙기는 중간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챙겨서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 달여 넘게 하다 보니 지난주를 기점으로, 어느 정도 루틴이 잡혔고 적당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온라인 강의를 하나 더 듣고, 기존에 낭송만 하던 스크립트를 영작까지 하는 걸 루틴에 추가했다. 절반 정도는 때마침 나에게 소식을 알려준 마케팅의 힘인 것 같고, 절반 정도는 안주하지 말고 좀 더 해보자는 도전의식으로 과감히 강의를 결제하고 공부할 것을 추가했다. 해야 할 것이 많아져서 또 조금 버거워졌지만, 또 곧 적응하게 되지 않을까. 일단 해보는 거다.
취미생활에도 변화를 주었다. 매일 필사를 하고 있는데, 조금 더 펜글씨를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썩 쓸데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 계속 알아만 보며 망설이고만 있다가 이번주에 충동적으로 펜글씨 교본을 질러버렸다. 이제, 앞으로 4주간은 매일 펜글씨도 써볼 생각이다. 딱히 경제적인 효과는 없겠지만, 정성적인 자기만족을 위해서 책 한 권값 만원과 하루에 30분 투자해 보는거다.
그리고 집 근방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숲 체험을 예약해서, 이번 주에 천마 근린공원에 다녀왔다. 초보자가 운전해서 가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엄두를 못 냈었는데, 낮에 운전 연습할 겸 숲 체험도 할 겸 다녀오면 좋을 것 같아 용기를 내 보았다. 혼자서 다녀와야 한다는 게 어찌나 부담되고 떨리던지, 전날 미리 사전답사까지 다녀왔다. 해설사 분이 도와준 덕에 잘 주차하고, 체험을 시작했다. 흙을 밟는 느낌도, 누워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등산하며 숨이 차는 그 느낌도, 몰랐던 나무나 풀을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도, 소수인원이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그 공간과 경험이 꽤나 좋았다. 머뭇하며 시작했지만 한 번 해보니 제법 할만해서, 그리고 꽤나 좋아서, 더 덥기 전에 이번 달에 열심히 다녀볼 요량이다.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무언가를 더 찾아서 해봤고, 해내어서 스스로 뿌듯한 한 주였다.
(아래는 이번 주에 필사한 문장인데, 딱 맞는 문장이 딱 맞는 시기에 나에게 찾아와 준 것 같았다.)
PS. 조금 부끄러워서 망설이던 것도 하나 했다. 맥도널드에서 BTS 세트 사 먹는 것! 애들 점심밥을 핑계로 버거와 BTS 세트를 사 와서 굿즈(누군가에겐 일회용 컵)를 고이 모셔뒀다. 역시,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시도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