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6주 차
일주일여 제법 긴 휴가를 다녀와서, 일상생활에 복귀하기 어려웠던 한 주였다. 당장 주말에 또 어딜 갈 예정이라 짐도 안 풀고 널브러뜨려놓고, 그간 쌓아놨던 공부하고 운동하는 습관들은 다 무너져버렸다. 꽤나 피로했는지 다래끼가 나는 바람에 생활하기도 은근히 불편하고, 서울은 여전히 더워서 밥 한다고 불 쓸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냥 한 끼, 한 끼 어찌어찌 겨우 먹으며 보낸 일주일이었다.
돌아보면 참 오만했다. 안 하던 운동 좀 했다고, 공부 좀 했다고, 계속 잘할 줄 알았는데 깨지는 건 순식간이다. 한참 잘하고 있던 스터디도 갑자기 7월로 종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반강제적으로 녹음하던 걸 자꾸 미루게 되고, 결국 이번 달에는 하나도 안 했다. 두어 달, 빠짐없이 잘 해왔기에 혼자서라도 영원히 계속 잘할 줄 알았더니만, 스스로를 과신하면 안 되는 거였다.
누가 안 시켜도 혼자 나가서 달리기하고 오던 과거의 나는 어디로 가고, 이젠 새벽에 일어났다가도 다시 잠들기 일쑤다. 어디가 아프다던지, 생리한다던지, 다른 운동을 할 거라던지 등의 정당한 핑곗거리가 있는 날은 반가울 지경이다.
사회 초년병 때 단기 인턴으로 근무할 때가 떠오른다. 처음 입사해서 사수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근태를 잘 지키라 당부하길래 당당하게 대답했었다.
"저는 절대로 지각은 하지 않아요."
그간 성실하다고 자부해왔기에, 적어도 근태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집에서 버스 타고 지하철탄 후 또 지하철을 갈아탄 다음에 십여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고, 출근 시간에는 지하철도 밀린다는 걸 몰랐고, 때는 한여름이어서 가는 길이 정말 험난하게 느껴졌다. (사실 다 핑계고) 어쨌든 그러다 나는 결국 종종 지각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몇 달 뒤 사수가 빙긋 웃으며 하던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지각은 안 한다면서요."
얼마나 자신 있게 말했길래 사수가 기억을 하고 있었을까. 20년 전 그 회사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라면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알고 있었으면서, 초심을 잃었나 보다. 그새 까먹고 또 자신하고 있었다. 당연한 것은 없다. 자신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러니 함부로 호언장담해서는 안된다. 그간 나 요즘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한다며 자랑해대던 게 부끄러워지는 일주일이었달까. 계속할 줄 알았던 스터디도 끝났고, 즐겨 듣던 영어 프로그램도 끝나버렸고, 매일 뛸 줄 알았던 달리기 기록도 멈춘 지 오래고, 계속 줄어들 줄 알았던 체중도 다시 늘고 있다.
혼란의 일주일을 보냈으니, 슬슬 다시 방향을 바꿔보리라. 하루하루 꾸준히 열심히 하되, 자신하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