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고 걷는 아이의 나비효과

by 김과영



어떤 계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중2쯤부터 걸음걸이가 바뀌었다.

엄청나게 성큼성큼 걷는 걸음으로 바뀌었다.

내 딴에는 세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스크린샷 2025-08-03 034713.png 나는 강하다.


그 변화가 앞으로 어떤 일의 시작이 될지는

전혀 모르는 채로.

지금 생각해보면

걸음걸이의 변화는 이상한 아이로 보이면 보였지,

전혀 세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땅을 보다가 앞을 보게 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앞을 보다보면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평소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므로

이런 풍경은 사뭇 낯설었다.

나는 그동안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눈을 맞춘다거나 표정을 짓는다거나 하는 일에

매우 미숙했던 것이다.


예상되었던 결과일까?

나는 시비를 붙게 되었다.

상대는 나를 으슥한 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몹시 화난 상대에게

오해라며 둘러대긴 했지만

별다른 저항없이 따라갔다.


그는 잽싸게 주먹을 날렸다.

내 입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때 나는 교정장치를 하고 있어서

입술 안쪽이 더 아팠다.


그는 뭐라뭐라 이야기한 다음에

그 자리를 떴다.

나도 그냥은 있을 수가 없어서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CCTV도 없고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찾아는 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연락처를 줬다.


그리고 아빠에게도 연락을 했다.

아빠는 걱정하는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다.


그동안 몸을 지키라고

태권도를 가르쳤건만.


그게 정말 걱정다운 걱정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어디가서 얻어맞은 게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못했다.


그리고 묘한 정신승리를 했다.

그래, 오히려

눈을 쳐다보는 일은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으니 차라리 다행히다.


라고 위안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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