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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 pont Aug 26. 2023

튀니지 여행 2일차.

여행 2일차. 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스며든 빛이 눈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아주 시원한 공기, 얼마만에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일어난 것인지. 단잠을 자서 그런가 몸은 아주 개운했다. 아내는 이미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어제의 소동이 꿈만 같았다. 냄새도 꿉꿉함도 많이 줄어 있었다. 


튀니지에 도착하고 2일차는 자유시간이므로 오늘부터 무리해서 일정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예정된 사막 여행 패키지는 내일이었다.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여행사는 여행 일정을 하루 늦춰 월요일에 출발하게 되었다.) 느긋하게 씻고 옷 갈아입고 조식을 먹으려 생각하던 차에 아내가 커튼을 열었다. 그리고,


호텔에서 사는지 이후로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 가족을 목격했다. 


바라본 테라스에 의자 위에서 귀여운 고양이가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정말 평온해 보였다. 우리가 커튼을 열고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챘는지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 우리를 관찰했다. 그리고는 스르륵 나가버렸다. 우리가 벌레 때문에 걱정을 하니, 지켜주기 위해 우리 방 테라스에 와서 밤새 함께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느낀 찝찝함이 순식간에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나름 깔끔하게  운영되었던 식당. 꽈배기는 정말 맛있어서 두 번 먹었다. 매일같이.  


호텔에는 생각 외로 손님이 많이 묵고 있었다. 그리고 식당이 두 방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음식이 차려진 방은 에어컨이 없었다. 그리고 안쪽 방에서만 약하게 에어컨이 나왔다. 우리는 안쪽 방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는 나쁘지 않았다. 중동 음식이 갖는 여러 향신료들이 너무 과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어떤 여행 유튜버가 소개한 튀니지 꽈배기가 있었는데, 갓 튀겨놓은 것을 올려놔 손님 마음대로 설탕과 시럽을 뿌려 먹게끔 나와있었다. 맛은 물론 환상적이었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리셉션에서 담당 여행사를 기다렸다. 자세한 브리핑을 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이메드 Imed라고 소개한 남자는 놀랍게도 정시에 우리를 만나러 왔다. 리셉션 옆에 물담배 시샤를 피울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고 그곳에서 그의 브리핑은 시작되었다. 


리더 투어 Leader Tour, 프랑스 식으로는 ‘리데흐 투흐’라 읽는다. 그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날씨가 매우 더우므로 출발 날짜를 하루 미룬다고 했다. 그러나 여행 코스가 변경될 일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실제로 코스는 변경 없이 매우 알차게 진행되었다.) 우리가 다닐 장소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사진 자료를 보여준 뒤, 사막 투어가 끝난 다음에 추가로 다닐 수 있는 옵션을 제시했다. 반나절 튀니스 관광과 한나절 튀니스 관광, 디너쇼 등등. 


나와 아내는 튀니스 반나절 코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둘이 합쳐 80유로였다. 왕복 버스 제공에 현장 가이드가 포함된 가격이었다. 튀니지까지 와서 수도 튀니스 구경을 안하고 가는 것은 좀 아쉬웠던 차에 아주 좋은 제안이었다. 튀니스 관광은 우리가 떠나기 하루 전인 목요일 오전에 출발 예정이었다. 


여행사 직원 분과의 브리핑이 끝나고, 아내와 나는 호텔 근처 마트에 가서 선크림과 알로에 같은 피부 진정제를 사기로 했다. 코스타 몰 Costa mall이라는 곳이 검색되어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길 가던 와중에 어떤 남자가 우리를 향해 손짓하더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우리에게 혹시 플로라 파크에서 묵지 않냐고 물었고, 우리가 맞다고 하자 자기가 그곳 식당 직원인데, 퇴근하던 길에 우리를 봤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딜 가냐고 물어서, 마트에 간다고 하니 자기가 좋은 데를 추천해주겠다고 하며 우리를 무작정 끌고 갔다. 마침 세일 기간인 곳이 있고 우리 호텔 손님이니 더 잘 챙겨주겠다고 하면서. 우리는 적당히 사양하려 했지만 너무 열정적으로 이끄는 그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놀이동산 출구 쪽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호텔과 마트 사이에는 카르타고 랜드 Carthage Land라는 곳이 있었고, 그는 그 옆에 있던 관광상품 판매점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판매점 사장에게 우리를 인계하고 자기는 집에 간다며 나가버렸다. 그리고 사장의 열정적인 제품 홍보가 이어졌다.


우리가 시큰둥해하니 튀니지 전통 민트차를 내오기도 하고, (웃기게도 튀니지에서 마셔본 민트차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온갖 전통 복장을 내와 보여주고 입혀줬다. 어차피 전통 옷에 관심 많았고, 가격만 맞으면 살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사장이 보여주는 것 다 챙겨 봤다. 


그러나 보여주는 것 대부분이 거추장스런 옷이었고, 우리는 실용적으로 사막에서 입고 다닐 것을 주문했기에, 사장이 적잖이 실망하면서도 꽤 괜찮은 옷을 추천해주었다. 나는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 실로 수놓은 티셔츠를, 아내는 옥색에 금색 실로 수놓은 원피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사막에서 쓸 하얗고 긴 천도 2개 주문했다. 


사장은 손바닥 만한 크기에 각진 계산기를 내 앞에 내밀었다. 어쩜 장사치들의 수법은 전 세계가 공통인지. 오랫동안 이태원에서 살며 이태원 시내와 용산에서 다져진 나는 이 양반이 얼만큼 사기를 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계산기 버튼을 세게 치며 (탁- 탁- 탁- 세게 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손님들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처음에 650을 썼다가 지우고 500을 다시 써 보였다. 할인 기간이고, 친구의 손님이니 싸게 해준다고. 세상에. 500 튀니지 디나르라니! 아무리 우리가 관광객이어도 그렇지 너무 얼척없는 가격이었다. 유로로 치면 대충 170유로 가량 되는 거금이었다. 


사실 나와 아내는 여기가 어떻게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지 이미 듣고 온 상태였다. 아내의 친구가 튀니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구의 친척들이 사는 곳이 여기 함마메트였다. 그 친구가 설명하기로, 관광객에게는 무조건 4배를 부르기 때문에, 부르는 값의 25% 정도가 그나마 납득 가능한 가격이 될 거라고 했었다. 나와 아내는 곧바로 짐 챙겨 나가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사장은 놀란 척하며 우리를 붙잡고 더 깎아주겠다며 이번에는 360 튀니지 디나르를 불렀다. 이것도 역시 비싼 것이었는데,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650, 500이랄 때는 언제고, 지금 360을 부르다니. 대체 정가는 얼마일까? 사실 아내와 내가 고른 옷이 상당히 맘에 들었기 때문에, 사긴 살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금액의 마지노선을 정하기로 했다. 200 튀니지 디나르. 이게 우리의 마지노선이었다. 


사장은 한국인이니까 더 깎아주겠다고 먼저 제시했다. 360이 곧바로 300이 되었다. 아까 옷을 고를 때 신기하게도 사장은 우리의 국적을 단박에 맞췄었는데, 우리가 안 사겠다고 하니 한국인 특별 할인을 해준다고 한 것이었다. 더는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우리의 마지노선을 곧바로 들이밀었다. 200 튀니지 디나르.


사장은 놀란 표정으로 안 된다고 팔짝 뛰었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내 친구가 여기 사람이고 이야기 다 듣고 왔다고. 그러자 사장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에 파냐가 문제가 아니라, 일단 팔고 못 팔고의 문제로 넘어온 것이라고. 그래서 그는 나와 계속 280, 260, 220 이렇게 제시하다가, 내가 그냥 가겠다고만 하니 결국 200에 해주겠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웃으며 좋다고 했다. 


사장은 투덜대면서도 (그러나 기분 나쁜 제스처는 전혀 없이) 우리가 산 두 벌의 옷과 두 장의 천을 곱게 싸 비닐봉투에 담아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얼떨결에, 원하던 전통 복장을 여행 첫날에 살 수 있었다.


깨달음은 항상 나중에 온다고 했던가, 판매점에서 나와 원래의 목적지인 마트를 향해 가면서, 여행 가이드 이메드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밖에서 낯선 사람이 호텔 직원이라면서 접근하면 전부 사기니 들을 필요 없다고. 호텔 직원은 그런 식으로 호객 행위를 하지 않게 교육받는다면서. 하지만 낯선 곳에서 심지어 호텔 밖으로 처음 나갔을 때 일을 당하니, 남이 해준 말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흥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흥정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잘 마무리돼서 망정이지, 흥정 중에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사막 여행할 때 가이드가 우리 부부가 입은 거 보고 얼마에 샀냐고 물어서, 설명을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잘 했다고 했다. 아마 200 튀니지 디나르도 바가지긴 했을 것이나, 나름 납득 가능한 선의 금액이었던 것 같다. 보통 이곳에서 동양인 관광객은 호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본다. 


코스타 몰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적절한 에어컨이 나오고, 모든 물건들에 물건값이 적혀 있었다. 가격 정찰제가 매우 반갑게 다가왔다. 우리는 50+ 선크림 1통과 알로에 1통을 사서 나왔다. 그리고 바닷가에 가보기로 했다. 


해변 자체가 위아래로 길지 크다고 볼 수는 없어서, 사람들이 많아보이진 않았다. 


호텔에 들러 수영복을 안에 입고 위에 옷을 걸치고, 간단히 음료수 정도만 챙겨 바닷가로 향했다. 우리 호텔은 해변에 붙어있진 않았으나, 걸어서 10분 거리라 멀지는 않았다. 호텔 이용객 전용 해변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호텔의 친절하고 교육된 직원과는 정반대의 사람들이 해변을 운용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중국어 인사를 받는 것에 그다지 상처를 입지 않는다. 세계 인구를 따졌을 때 6명 중 1명이 중국인인 상황에서, 동양인을 만났을 때 중국인일 확률은 상당히 높을 테니까. 그러나 국적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뜸 특정 국가 인사를 건네는 것은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분명 무례한 행위이다. 그들의 인사에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 답하자,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해변으로 안내했다.


가보니 충분한 그늘이 있는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늘 조각이 있는 자리가 보여 안내해달라 부탁했더니 직원은 귀찮다는 듯 움직였다. 그 자리에는 의자가 없어서 다른 데서 가져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선 자리에 끌고 와서는 던지듯 놓았고 복숭아뼈 쪽 피부가 살짝 찢어졌다. 아내가 그걸 보고 따지듯 물었으나 마찬가지로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다른 직원이 와서 뭐 먹겠냐 물어 메뉴판을 달라고 했더니, 우리가 떠날 때까지 메뉴도, 그 직원도 오지 않았다. 아마도 메뉴 없이 장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호텔에서 운영한다는 해변에서 정가가 없는 음식을 판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느꼈던 호텔 수준과 너무 차이가 나서, 어쩌면 호텔이 다른 업체에 위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바다만 아름다우면 모든 게 용서되지 않겠는가? 허나 안타깝게도 바다마저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곳이 북-함마메트다. 


사진 속 물결에 보이는 거뭇한 것이 모두 해초다. 어마어마한 양의 해초가 바닷물에 밀려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차마 들어갈 엄두가 안 났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괜찮을 수도 있었겠으나, 들어갈 때 나올 때 어쨌든 해초를 뚫고 지나가야 하니 찝찝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언제 버린건지 모를 쓰레기가 한 가득. 이런 게 곳곳에 있었다. 


심지어 모래사장에는 담배꽁초, 술병 등 온갖 쓰레기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쓰레기통도 언제 비운 것인지 알 수 없고. 그리고 글 쓰며 생각이 났는데, 이곳은 이상하게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음식을 시킨 사람들이 부어라 마셔라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선베드 Sun bed가 놓인 형태였다. 이에 대해 아내와 잠시 이야기해 봤지만, 우리 둘 다 어떠한 해변에서도 이런 식으로 배치를 해 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기분이 상한 우리는 도착한 지 20분이 채 되지 않아 짐을 다시 쌌다. 차라리 호텔 수영장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바다 수영을 하지 못해 아쉽기는 했으나, 발도 담그고 싶지 않았다. 함마메트의 바닷가 관리가 별로라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실제로 보니 더 심했다. 7월 같은 성수기 상태가 이 정도라면, 비성수기 때는 대체 얼마나 더 더러울까 싶었다. 


나와 아내가 찾아본 여행 유튜버들 상당수가 비성수기 때 튀니지 여행을 했었다. 그래서 바다가 더 관리가 안 되었을 터이고, 호텔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디서 전해 듣기로 내가 있는 남-함마메트보다 북-함마메트 바다가 더 낫다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북-함마메트에 가본 일이 없어서 모른다. 


호텔에 일치감치 돌아온 김에 우리는 방을 바꾸기로 했다. 아침에 미리 리셉션에 말을 해둔 터라 직원은 곧바로 열쇠를 내주었다. 꼭대기층인 3층에 있는 안뜰 수영장 뷰 방이었다. 그곳으로 들어간 우리는 곧바로 탄성을 내질렀다. 어젯밤 묵었던 방 컨디션과는 정반대였다. 그 어떠한 꿉꿉함도 없었고, 냄새도 없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디자인이나 침구류 모두 1층 방과 같았으나, 상태는 달랐다. 


만약 독자분께서 튀니지에 가신다면, 무조건 1층 방을 피하시길 추천드린다. 층이 올라갈수록 방의 컨디션이 달라진다. 이는 튀니지 여행 중 우리가 4개의 호텔을 겪고 나서 내린 결론이다. 


시원, 깨끗, 친절. 삼박자 사박자 오박자 갖춰진 멋진 수영장이었다. 


아내와 나는 수영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플로라 호텔의 수영장은 정말 최고였다. 해변에서 겪은 찝찝한 기억들을 시원하게 씻겨주었다. 깨끗한 물, 관리된 장소, 서비스 정신 넘치는 직원들, 우리는 사람들이 해변에 잘 안 가고 호텔 수영장을 찾는 이유를 깨달았다. 해변 가봤자 고생이니까. 여기서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정말 천진난만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었다. 나와 아내는 저녁식사 전까지 이곳 수영장에서 맘껏 쉬었다. 수영하다 그늘에서 쉬고, 또 수영하다 그늘에서 쉬고. 꿈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유럽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수영장 깊이가 의외로 많이 깊다. 사선으로 점차 깊어지는 구조인데, 제일 깊은 곳은 2.85m였다. 조금씩 깊어지기에 어느 순간 발이 닿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화려할 수록 별 맛 없었고, 투박할 수록 맛이 좋았다.


플로라 호텔에서의 첫 저녁식사는 훌륭했다. 음식 가짓수가 엄청 많지는 않았다. 할랄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재료 선택에서 제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다 맛있었다. 특히 평소 먹기 힘든 생선구이를 나와 아내 둘 다 맘껏 먹을 수 있었다. 집에서 밥 좀 해본 사람들은 다 이해할 것이다. 집에서 생선구이 해먹기가 얼마나 힘든 지. 그리고 유럽에서 가성비 좋은 생선구이집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우리는 펑시옹 콤플레트 Pension Complète, 즉 특정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식사나 서비스를 모두 제공받을 수 있는 등급으로 결제를 했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갈 때 손목에 찬 끈을 보여주기만 하면 자동 입장이었다. 그리고 식사 때마다 귀한 생수를 큰 병으로 하나씩 줬는데, 물값을 아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낮엔 북적북적했는데, 밤 되어 고요하니 한적해 좋았다. 


저녁을 먹고 우리 부부는 호텔 내부를 산책했다. 튀니지의 밤은 여전히 더웠다. 그러나 낮의 쨍쨍하다 못해 따가운 햇볕이 없어 그나마 나았다. 호텔의 밤풍경은 아름다웠다. 호텔 너머로 멀리서 둥둥 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인근 호텔에서 제공하는 공연소리 같았다. 작년에 스페인 칼레야에 갔을 때 투숙객을 위한 공연을 본 기억이 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연이 없는 게 나았다. 조용하게 푹 쉴 수 있으니까. 


어제와 다르게 모든 것이 쾌적한 방에서 나와 아내는 행복하게 잠을 청했다. 별의별 일이 많은 하루였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지나갔다는 것에 우리 둘은 안도했다.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야 늘상 있는 일이고, 상인들이나 직원들의 몰지각함과 무례함도 늘상 있는 일이다. 그래도 적당히 잘 지나갔다.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 달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반짝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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