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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 Jun 15. 2022

일하는 마음

에피소드2. 오피스허즈번드


대학교때부터였을까.

내 주변에는 유독 남자 사람 친구들이 많았다.


여성스럽지 않은 내 성격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자주 연락을 취하며 조잘거리지 않아도 되는

듬직한 남자 사람 친구들이 좋았다

그냥 지나가다가 만나도

어이 밥먹었나 같이 먹을까 할수 있는

그런 유형의 쿨가이 남자 사람 친구들.

그래서 사실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더라도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던것도 같다.

이성으로서 남자친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지만

마음속 베프로 의지하는 사람은 거의

남자 라는 성별의 친구들이었다.



학교때는 그런 내 편안함을 오해하고

종종 남자사람친구에게 고백을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때면 정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당황스럽다는 마음만 한가득 이었다.

나로서는 진심으로 편한 마음으로 사람으로 아끼고 신뢰하며 베풀어준 선의였는데 상대방의 오해로 관계를 잃는것 이었기 때문에 무엇때문에 그렇게 친하게 지내며 시간을 함께했는지 여지없이 속상하기만 했다.




회사에서도 그런 나의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베프 여자 동기들이 있었지만

그냥 편하게 둘이 셋이 먹는 남자 사람친구들이 당연히 있었고 심지어 같은 회사건물사람, 옆 부서 불문하고

선배로서 후배로서 종료로서 참 많이들 친하게 지냈다

물론 가끔 이성과 동료애 사이에서 뭔 감정인가 싶을때도 많았지만 그럴때면 자연스럽게 선을 그으며 전우애로 잘 지내거나 아니면 이성적인 만남으로 넘어가더라도 미혼인 나에게 전혀 이상할 것은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이성 직원과의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는 여자지만

수많은 정치인들이 여성문제로 하차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했어서인지 몰라도 조직에서 부하직원이란 맡은일 책임감 있게 해내고 직속 상사를 정성으로 모시는  이상은 없었다.

상사로 그런 멋진 직원을 만나 배려의 대상이 내가 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없을것 같다.

이런 패턴은 정말 프로스러운 보필이고 협업의 일종이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민감한 나는 특히 그랬다. 업무적인 배려  아니라 서로 한공간에서 팀으로 일하면서 인간적인 배려를 받게 되면 그것이  조직에서의 직책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사람인지라 좋은 감정이 생길수 밖에 없었다. 물론 선을 넘어서 표현할 수 있는건 아니었으므로 그저 내 자리에서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배려해주고 잘해주려고 노력하곤 했다. 그게 내가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수평적 문화의 회사로 이직하고  많은 동료와 매일 교류하다보니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다.


이제는 서로 보좌하는 부분은 없지만 동료로서 긴밀하게 협업이 필요하고 언젠가 내가 도움요청할 일을 위해서라도 상대방을 최선을 다해 도와야 했다. 그러는 중에 서로간의 신뢰가 생기는 동료들도 생기고  외로운 회사생활의 재미도 함께 찾는 와중에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동료가 남자사람친구로서 의미있는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제 대부분 기혼자, 유부녀로서 선을 넘으면 안된다는 대명제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심적으로 친해지는 느낌이라면 스스로도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이라는 점은

솔직히 못내 아쉽다.


특히 아무리 친하고 허물이 없어도 둘만의 담배타임. 술한잔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해야하는것이 아직은 우리나라의 문화인것 같다고 느낀다. 정확히는 기혼자들 사이의 문화.




오늘도 출근길에 그냥 요즘의 생각.

회사에서 일과 돈과 사람까지 얻는건 욕심일까.

오늘도 답이 없자. 그저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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