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유 Sep 07. 2024

I'm 솔로, 모태솔로 so what?

3화 자기소개서(1)

3화 자기소개서
안녕하세요, 30대인 현재까지 솔로인

연애경험 없는 모태솔로입니다.


그래서 뭐요,


미리 선수 쳤다.

무슨 말이냐고?


모태솔로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100에 100명은 네??

뭐라고?? 네가? 모태솔로라고? 이런 반응이다.

그럼,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반응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네네 진짜예요..'라고 잘못하지도 않았지만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되어버린다.

딱히 치부는 아닌데 남들은 치부라고 여긴다.

그러기 전에 미리 선수 친다.

모태솔로인데 뭐요,

오히려 당당하고 세게 나가면 침묵이 흐른다.

차라리 침묵이 났다.  

나랑 사귀어 줄 거 아니면 놀라지도 마세요,

네, 곧 승천합니다.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말이 있다.

모태솔로가 오래되면 마법을 쓸 줄 알고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네, 하늘을 납니다,

다만 무거워서…



7살 많은 오빠가 있다.

겹쳤던 시간은 얼마 없다.

이미 태어나니 하나인 남매,


태어났을때,

오빠는 학교를 다녔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저녁에 잘 때만

얼굴 볼 시간이 겹쳤다.


나이차이도 나고

성별도 다르고

그래서 겹쳐지지 않아서일까,

많이 싸웠다.


방귀 뀌고 도망가고 화나게 하던 오빠가

처음으로 걱정이 들었을 때를 기억한다.


오빠가 초등학교를 들어가서 부모님과 떨어져

학교에서 2박 3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이다.

너무 좋았다.

저녁에 내 돈가쓰를 뺏어먹는 사람도 없고

냉장고에 엄마가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으라고 했는데 안 보는 사이에 두 개나 먹고,

먹는 거는 왜 이렇게 빨리 먹는지,

하나 먹을 때 두 개, 세 개가 없어진다.

여유롭게 먹어도 되니 얼마나 좋았는지,

요구르트는 또 어떻고 5개가 들어있는 한 줄을

비닐을 까지도 않고 5개의 요구르트 입구에

빨대를 하나씩 꽂더니 이렇게 먹으면 더 빨리 먹을 수 있어라며 신기하지? 하면서 기뻐하는데

얼마나 한심한지,

그런 사람이 몇 밤이나 없는데 너무 좋았다.


그날은 오빠가 첫 수학여행의 첫날밤이었다.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오빠 거까지 2개를

천천히 먹을 생각에 즐거웠다.


오빠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지금까지 가족과 다 같이 잠들었는데

가족 없이 자는 게 무섭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7살 많은 오빠인데 챙겨줘야 하는 강아지 같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얼마나 애처로운지,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다 다시 넣었다.


엄마에게 전화 바꿔달라 했고

“혼자 아이스크림을 먹으니까 좋은데,

오빠가 없으니까 아이스크림이 남아.”

이 말을 하고 수화기를 엄마에게 넘겼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확실히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당시에 오빠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엄마에게 수화기를 넘기는

그 사이에 외침이 들렸다.

“다 먹지 마! 내 거 남겨놔”


그날, 잠을 설쳤다.

나보다 7살 많은 오빠가 울지 않을까 하고

떠오르니까 잠이 오지 않았다.

오빠는 겁이 많았다.

어려도 혼자 잘 수 있는 나이인데도

혼자서 잠들지 못하는 초등학생 오빠,

그 밤 이후로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자

영락없는 초등학생 잼민이었고 여전히 한심했다.

‘나이 차이가 나면은 안 싸우겠다.’

‘예쁨 많이 받고 자랐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랄까,

한 배에서, 한 집에서 살지만

어쩜 이리 다를까 한다.

지금도 말만 나누면 싸우고 싸우다가 웃다가

또 싸우고 반복이다.


-다음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I’m 솔로, 모태솔로 so wha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