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영원한 일기장
4화 영원한 일기장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다.
가끔씩 쓰는 일기장이 있다.
이 일기장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지금은 소품샵이 없지만
그 당시에는 소품샵이 문방구랄까 잡화점이랄까, 대학가 앞에 문구와
여러 액세서리를 파는 잡화점을 좋아했다.
거기서 연한 일레스트로 된 곰돌이 수첩을 발견했고 하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게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득템이었다.
매일 일기장을 쓰지는 않지만
현재진행형이며, 다 채워지지 않을 채
가끔씩 쓰고 있는 만년 일기장이 되었다.
아마 죽기 전까지 끝까지 쓰지 못한 일기장이 될 것이다. 내용은 주로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적었다.
얼마나 아꼈으면 ‘이 일은 적어야겠어’하고
스스로 검열이 들어간 일기장이다.
일기장의 목적도 있었다.
1. 나중에 쓰일 이야기,
정확히는 어디에 쓰일지 모르지만
초등학생부터 남긴 그 시절의 감정을 쓴 일기장이었다. 2. 미래에서 읽으면
그때를 상기하라고 적은 일기장이었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혹여나 나중에 지금의 일이 필요하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조금 소름이 돋긴 하다.
그런 소중한 일기장을 최근에 들고 다녔고
얼마 전에 짝사랑했던 상대를 생각이 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살면서 진심을 표현해 본 적이 있는가,
브런치를 시작하고 예전에 썼던 그 곰돌이 일기장을 '다시 봐야지'하고 가방에 넣은 채 일주일을 들고 다니다가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는 일 년 만에 두 번째였다.
걸리기 한 달 전에 가족들이 줄줄이 코로나에 걸려서 캐리어에 짐을 싸고 근처 모텔에서
일주일을 생활을 했었는데
일, 집 밖에 안 다니던 나인데 코로라라니,
방문을 닫고 혼자 감당해야 했다.
두 번째 코로나는 좀 다른가 했는데
주말에 일어나지를 못했다.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을 만큼 몽롱했고
몸살과 근육통으로 온몸은 땀으로 또 오한으로 떨었다. 아플 때 늘 드는 생각인데
‘이대로 죽어도 되겠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그다음 날은 많이 나아졌다.
타이레놀로 버티다가 목이 아플 조짐이 보이면
병원에 가자고 다짐했다.
5일째 되는 날 목이 간질간질해서 오전부터 부랴부랴 일어나 병원에 갔더니
요즘은 코로나 진료비가 3만 원대가 나왔다.
‘무슨 아픈데 3만 원이나 나오냐고…’
지출은 늘 예상치 못하게 나간다.
조금 기운이 나니 브런치를 올릴 글을 찾아다가 일주일 동안 들고만 다녔던 일기장을 열었다.
툭, 하고 종이가 떨어졌다.
흘린 글씨체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급하고 마음을 꾹꾹 눌러쓴 글이었다.
최근에 짝사랑했던 상대에게 위로의 말을
편지에 옮기기 전 생각 정리 글이었다.
이 글이 담긴 편지를 전해 준 기억이 났다.
다만, 글을 읽으니 진심이 느껴졌다.
진심으로 그 사람을 아끼고 아껴서
짝사랑 상대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 주고 싶었다. 살면서 진심을 표현해 본 적이 있었나? 하면은
이 사람이었다.
그전에 짝사랑을 몇 번이나 해보면서
확실하게 내 사람이다 드는 사람이 생기면
표현을 해야지 하고 다짐했었는데
최선을 다해서 그래서 그런지 미련이 없고
조금의 마음도 남는 게 없는 거였다.
안 좋아한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었다.
서투르지만 좋아했다.
늘 서투르지만,
마지막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그 사람이 숨겼던 흔적을 발견해서
냉정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계속 그 사람의 몸이 아프고 다치길래
내 사진이 담긴 부적까지 달라해서 줬건만
나만 코로나에 힘겨워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부적을 돌려줘!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