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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험가 Oct 30. 2022

도시 탐험을 함 떠나볼까

난 표지석을 보면 호기심이 인다. 만약 걷는 중이라면 잠시 멈춰 읽으면 되지만 차를 타고 가는데 표지석이 보인다면 고민이 시작된다. 내릴까 말까. 다음에 올 수 있다면 그냥 지나쳐도 된다. 하지만 다시 올 수 있을까? 온갖 가능성을 따지다 보면 표지석은 멀어져 간다. 


표지석을 그냥 지나친 날이면 그날 내내 그 표지석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을까….

  

결국, 다음날이나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그곳을 다시 방문하고야 만다. 그러곤 ‘이곳이 예전에 관청이었군’, 혹은 ‘이 동네에 이런 유례가 있었군’ 하고는 혼자 만족스러워한다.


표지석은 어쩌면 비석 같기도 하다. 무덤 주인의 인생을 단 몇 자의 문자로 기록한 면에서. 다만 비석 뒤에는 무덤이라는 흔적이 남아있지만 오늘날 표지석은 그 자리에 있었던 예전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할 때가 많다. 그래서 표지석은 내게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고 아쉬움이 출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호기심과 아쉬움은 나를 표지석이 상징하는 사라진 과거의 흔적을 탐구하게 이끌었다. 


물론 표지석만 과거의 흔적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건물들, 한옥이 아니더라도 근대와 가까운 현대에 건축한 건물들도 옛 목소리를 들려준다. 때로는 곧게 뻗은 넓은 도로 안쪽의 이면도로, 구불구불한 좁은 도로들도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날 집에서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멈췄다. 자연 탐사 다큐멘터리의 자막이 리모컨을 멈추게 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출연자를 ‘내셔널지오그래픽 익스플로러(National geographic explorer)’라고 부른 게 내 눈에 들어온 것.


탐험가라고? 


탐험은 이미 과거에 영웅적인 탐험가들에 의해 모두 끝난 게 아니었나? 이런 의구심에 탐험이라는 용어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미지의 세계를 찾는 마음, 즉 탐구심과 미지의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및 성과에의 기대가 결부되어 야기된 인간의 행위.


네이버와 구글에서 찾은 여러 정의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정의였다. 내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즈음 서울과 주변 도시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건축학자나 도시사학자 혹은 내가 존경하는 어느 도시문헌학자의 연구와 비교할 수 없는 산출물이겠지만 내게는 궁금했던 ‘미지의 세계를 찾는 마음’이 무척 컸고 그것을 기록하는 과정 또한 매우 즐거웠다.

 

그러니 도시 곳곳을 미지의 세계로 여기는 나도 탐험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탐험가’. 내셔널 익스플로러의 어느 다큐멘터리에서도 ‘어번 익스플로러(urban explorer)’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난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작고 소소한 발견에 환호하고 기뻐하는 도시탐험가가 되어있었다. 특히 내가 어릴 적 살던 강남의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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