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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Oct 23. 2018

인생 후반, 어떻게 격려할 것인가?

'마흔에게'를 읽고

세계은행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기대 수명은 82세다. 41세가 되면, 평균 기준으로 정점을 넘어선 나이가 된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변곡점에 해당하는 것이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처음으로 길어지는 지점인 셈인데, 나도 어느덧 곧 가까워지는 나이여서 그런지 책 제목부터 내 마음을 끌었다.


기시마 이치로는 국내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카운슬러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쓴 책인데, 이 책의 많은 내용도 '아들러'가 한 말의 연장선상에 있다.


책은 마흔에게라는 제목과는 달리, 마흔이라는 나이에 집중하기보다는 인생 후반에 사람들이 겪을만한 고민에 대해 저자의 수많은 상담 경험과 다른 철학자, 이론가의 인용을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주로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후반기의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

2. 늙어가는 부모와의 관계를 대하려면

3. 어른이 된다는 것

4.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음을 대할 것인가


난 저 위의 주제 중 어른이 된다는 것에 많은 공감을 했다. 저자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첫 째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세다. 회사에서나 삶 속에서나 끊임없이 경쟁하고,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기보단 묘하게 감정이 나빠질 때가 많다. "옆 집 누구는 아파트를 샀다더라, 옆 집 애는 엄마 말을 그렇게 잘 듣는다더라. 나는 왜 일을 저 사람보다 못할까? 저렇게 무시 안 당해서 다행이다" 비교는 나의 우월함이나 열등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긍정적인 경험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 같다. 저자가 말한 대로 비교하려는 의식보다는 오늘도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가짐, 나 스스로가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의미하지는 않을까?


두 번째는 스스로 결정하는 마음가짐이다. 즉 내 인생에 내가 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집단주의 성격이 강하다.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튀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있다. 오래전, CF 중 상사가 자장면을 시키자 대부분 직원도 자장면을 시킨 게 대표 사례다. 자신에게 부여받은 과제는 스스로 결정할 때, 어른이 돼가는 것 같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러 구내식당에 가면 1층으로 갈지 2층으로 갈지 결정해야 하는데, 여럿이 가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전 1층과 2층 다 좋아요' 또는 '1층, 2층에 좋아하는 메뉴 다 있어요'라고 말한다. 일종의 배려인 셈인데, 그럴 때 난 가끔 이번엔 000가 고르세요라고 말한다. 처음엔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런 사소한 경험이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기른다고 나는 믿는다. 


세 번째는 자기 중심성의 탈피다. 의외로 어른이 돼서도 이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저자는 자기 중심성의 탈피를 이렇게 말한다. '상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상대를 별개의 인격으로 인정하고 대하는 자세'. 자기 중심성을 탈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쉽고도 어려운 해결책은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기인 것 같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데, 모른다고 말하면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지는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다. 특히나 상대방과의 친밀함이 사라지면 이 정도는 더 심해진다. 그래도 위에서 언급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때,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 경험이 쌓일수록, 어른이 돼갈수록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책은 약 250여 페이지의 분량으로 중간중간 그림도 있고 글씨도 대체로 큰 편이어서 읽기에 힘들진 않고 저자의 메시지 또한 뚜렷하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는데,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다면 상당 부분은 겹치는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인생 후반기와 관련된 내용이 함께 있긴 하지만, 큰 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과제', '공헌감', '지금 여기',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닌 어떻게 활용하느냐'와 같은 키워드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조금 더 마흔이라는 나이에 집중해서 내용을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인생 후반에 들어 '난 왜 이럴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면, 저자의 따뜻한 위로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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