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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Nov 04. 2018

제대로 학습하기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를 읽고

출처:리디북스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다. 그리고 사기꾼 느낌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살만 칸에 대해 조사를 해본다면 이 제목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살만 칸은 2006년 비영리교육기관인 칸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초,중,고 수준의 수학, 과학부터 금융, 컴퓨터 공학 등에 대해서 다룬다. 칸 아카데미의 설립 배경이 재밌는데, 잘나가는 금융맨이었던 살만 칸은 수학으로 낙담하고 수포자가 될 뻔했던 조카를 유튜브를 통해 원격으로 가르치게 된다. 조카는 수학에 재능이 있음에도 특정 수학 단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수학을 포기할 뻔 했다. 미적분, 통계부터 개념이 이해가 되지 않아 수포자가 되었던 나에게도 조카의 경험이 와닿았다.


다행히 칸의 도움으로 조카는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여기서 스토리가 끝났다면 이 책이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칸은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픈 강한 열망을 느낀다. 그 중 하나는 '기본 교육 과정에 있는 수학 정도는 모든 학생들이 배우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이 없어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도 최고의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큰 신념을 품으면 달라지나 보다. 조카에게 가르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살만 칸은 자신의 가르쳤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조카만 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강의를 전세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보면서 피드백을 준 것이다. 칸 아카데미는 빌게이츠의 극찬과 함께 투자를 받고, 구글로부터는 2010년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 5개 중 하나에 선정되면서 큰 성장을 이루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실제 칸 아카데미의 수업을 직접 들어보면서 어떤지 경험해보기로 했다. 


국내의 교육 방식 대부분은 정해진 커리큘럼을 정해진 기간 동안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교육수준이 높지 않고, 의무 교육이 체계화되지 못했던 산업화 시대에는 맞는 방식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도 맞는걸까?


사람은 저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다. 그래도 수업은 일정 속도로 진도가 나간다.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마 흥미를 잃을 것이다. 수업을 듣는다 해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 풀이에 급급하게 된다. 인수분해가 서투른데, 미분을 배우는 꼴이며, 미분을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문제 유형만 외우게 된다. (고등학교 때 내 모습이다.)


인터넷 시대인 지금도 그래야 할까? 칸은 말한다. 그 방법은 과거에는 어땠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틀렸다고. 특히 고등 교육까지는 연결된 모든 개념들을 숙지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전적으로 그의 의견에 동감한다.


누구는 집합은 어렵지만, 기하학은 쉬울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곱셈은 쉽지만, 나눗셈은 배우는데 오래걸릴 수 있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이러한 학생들의 편차를 무시한다. (물론, 학업성취도에 따라 분반 수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이 방법은 우등/열등을 나누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만약 각자가 각자의 능력에 맞게 진도를 나가고, 선생님은 학생들의 진도를 보면서 피드백, 동기부여를 해준다면 어떨까? 지금의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 칸 아카데미같은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습하고, 학교에서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선생님이 코칭해준다. 막히는 부분은 없었는지를 같이 논의해보는 것이다. 주변 또래는 개념 이해가 늦은 친구를 도와주기도 하고 말이다.(실제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를 가르칠 때의 학습효과가 매우 높다고 한다.)


과연 책의 내용대로 이렇게 배우면 좋을지 실험해보기로 결정했다.

직장 내 동료를 포섭하여, 칸 아카데미의 교육 과정 중 확률과 통계 과정을 듣기로 했다. 동료들 중 상당수는 문과여서 그런지 수포자라며 지레 겁을 먹었다. 하지만 할 수 있을 거라며,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꼬시며 과정을 진행해봤다.


그 결과는 끝이 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무리 없이 배우고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꾸준히 누군가의 압박이 없음에도 진도를 나간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다른 교육 과정을 들어 보고 싶다는 동료들도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것을 가능케 했을까? 


내가 칸 아카데미를 실제로 들어보면서 느낀 부분이다.

1. 나의 능력에 맞게 진도를 나갈 수 있다. 

2. 동영상은 평균 15분 안쪽이다.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했나 보다.)

3. 매 과정마다 퀴즈가 있다.

4. 주요 개념을 익히고 나면 유닛테스트가 있는데, 한 문제라도 틀리면 점수가 내려간다. 다시 처음부터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틀린 문제의 개념을 설명하는 동영상으로 안내한다.

5. 계속해서 퀴즈, 테스트를 중간중간 반복시킨다. 개념을 완벽하게 알 때까지

6. 점수, 뱃지 등을 통해 동기를 부여해 준다.


동료들과 함께 한 실험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배우는 방법이 맞다라는 확신은 분명히 든다. 내 아이가 한글에 친숙해진다면, 수학, 과학은 칸 아카데미로만 배워보게 하고 싶다. 삼각함수 문제를 풀 줄 알면 뭐하는가? 현실에서 그 개념을 활용할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살만 칸의 TED 영상으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지금의 교육 방식에 회의를 품는 학부모, 학생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2011년 영상

2015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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