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verux Mar 07. 2019

기록

매일매일 일어난 일상을 기록하다.

가끔 하루를 돌아보면,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고 점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멀티태스킹 속에서 사는 삶에 익숙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하루하루가 비슷한 나날의 연속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별로 없다. 은행의 계좌번호나 오래전에 연락 두절된 친구의 전화번호는 기억하면서, 정작 중요했던 순간들의 기억은 거의 없다. 특히나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초등학교 친구가 나보다 내가 겪은 일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면서 정작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과 추억을 나의 초등/중학교 시절처럼 기억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스마트폰으로 종종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에 어렴풋하게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게 되었지만 사진은 그 때의 기억을 단편적으로밖에 살려내지 못하는 것 같다. 


6개월 전부터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거의 기억을 쉽게 회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나만의 고육책인데, 꾸준히 하다보니 은근히 다른 측면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0/1 국군의 날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책을 보다. 9시쯤 잠이 들어 새벽 1시에 다시 깼다. 2시쯤 다시 잠이 들었다.

별것 아닌 기록인데도, 그 때의 느낌이 지금의 시점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한 이런 기록들이 몇 년간 쌓이면 어떻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6개월간 적다보니, 꾸준하게 적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1. 부담없이 쓸 수 있게 만들자 - 처음에는 그날에 있었던 모든 행동들을 기록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지쳐서 1주 이상 적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1줄 이라도 꾸준히 쓰는게 보다 의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찰스 두히그가 쓴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보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아주 작은 단위로 쉽게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1줄 쓰기가 바로 그런 원리인 것 같다. 1줄을 쓰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2. 행위를 중심으로 적되, 간간히 그때 떠오른 생각도 기록하자 - 1분 안에 1줄을 기록하려면, 글을 적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적어야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훈 선생은 칼의 노래를 쓸 때, 첫 문장을 적는데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적는 기록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훨씬 더 적기 쉬워야 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행위의 기록이다. '000를 만났다. 000를 먹었다. 00시에 000과 000을 이야기했다' 행위를 기록하다보면 가끔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가 많다. 여유가 된다면 행위 + 감정(생각)을 함께 기록하자. 그 때의 기억들이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3. 접근이 편리한 도구를 찾자 - 세상에는 많은 기록용 도구가 있다. 나의 경우엔 PC앞에서 일을 주로 하고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PC/모바일에서 접근이 쉬우면서 어디에서나 동기화가 되고 그러면서도 사용성이 좋고, 끊김없는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찾아봤다. 처음에는 개요 작성에 최적화되어 있는 Workflowy를 도구를 이용할까 생각했으나 우연찮게 Notion이라는 서비스를 발견하면서, 이 곳에 모든 기록을 보관했다. Workflowy도 좋은 서비스이지만 텍스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기능으로 확장 가능한 Notion이 나에게는 더 맞았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좋은 도구가 있어야 좋은 결과,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낸다고 나는 생각한다.

Notion : Daily Note 샘플

 

3년 후, 10년 후까지 꾸준히 이 PJT는 지속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