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일어난 일상을 기록하다.
가끔 하루를 돌아보면,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고 점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멀티태스킹 속에서 사는 삶에 익숙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하루하루가 비슷한 나날의 연속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별로 없다. 은행의 계좌번호나 오래전에 연락 두절된 친구의 전화번호는 기억하면서, 정작 중요했던 순간들의 기억은 거의 없다. 특히나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초등학교 친구가 나보다 내가 겪은 일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면서 정작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과 추억을 나의 초등/중학교 시절처럼 기억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스마트폰으로 종종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에 어렴풋하게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게 되었지만 사진은 그 때의 기억을 단편적으로밖에 살려내지 못하는 것 같다.
6개월 전부터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거의 기억을 쉽게 회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나만의 고육책인데, 꾸준히 하다보니 은근히 다른 측면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0/1 국군의 날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책을 보다. 9시쯤 잠이 들어 새벽 1시에 다시 깼다. 2시쯤 다시 잠이 들었다.
별것 아닌 기록인데도, 그 때의 느낌이 지금의 시점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한 이런 기록들이 몇 년간 쌓이면 어떻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6개월간 적다보니, 꾸준하게 적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1. 부담없이 쓸 수 있게 만들자 - 처음에는 그날에 있었던 모든 행동들을 기록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지쳐서 1주 이상 적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1줄 이라도 꾸준히 쓰는게 보다 의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찰스 두히그가 쓴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보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아주 작은 단위로 쉽게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1줄 쓰기가 바로 그런 원리인 것 같다. 1줄을 쓰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2. 행위를 중심으로 적되, 간간히 그때 떠오른 생각도 기록하자 - 1분 안에 1줄을 기록하려면, 글을 적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적어야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훈 선생은 칼의 노래를 쓸 때, 첫 문장을 적는데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적는 기록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훨씬 더 적기 쉬워야 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행위의 기록이다. '000를 만났다. 000를 먹었다. 00시에 000과 000을 이야기했다' 행위를 기록하다보면 가끔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가 많다. 여유가 된다면 행위 + 감정(생각)을 함께 기록하자. 그 때의 기억들이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3. 접근이 편리한 도구를 찾자 - 세상에는 많은 기록용 도구가 있다. 나의 경우엔 PC앞에서 일을 주로 하고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PC/모바일에서 접근이 쉬우면서 어디에서나 동기화가 되고 그러면서도 사용성이 좋고, 끊김없는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찾아봤다. 처음에는 개요 작성에 최적화되어 있는 Workflowy를 도구를 이용할까 생각했으나 우연찮게 Notion이라는 서비스를 발견하면서, 이 곳에 모든 기록을 보관했다. Workflowy도 좋은 서비스이지만 텍스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기능으로 확장 가능한 Notion이 나에게는 더 맞았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좋은 도구가 있어야 좋은 결과,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낸다고 나는 생각한다.
3년 후, 10년 후까지 꾸준히 이 PJT는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