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글쓰기를 멀리했다.
3시간 동안,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내 글 실력이 이 정도였나 싶을 만큼 인사이트 넘치는 글도 있고, 왜 글을 쓰다만 느낌이지 하는 엉성한 글도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며, 과거의 또 다른 나와 조우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 내가 당시 이런 생각들을 했었구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는 과정이 새로웠다.
회사와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꽤 오랜 시간 글쓰기를 등한시했다. 브런치 방문도 그에 비례하여,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글조차 읽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처음에 어색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과거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니 비슷한 느낌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무엇이 달라졌고, 그 방향은 바람직해졌을까?
솔직히 말하면, 좋아진 부분보다 안 좋아진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좋아진 부분이라면,
1) 감정 컨트롤을 과거보다 잘하게 됐다. 쉽게 흥분하지도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 상태가 되었다.
2) 쭈뼛함을 무릅쓰고 누군가에게 솔직히 내 감정과 상황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알면 안다고 하는 사람이 되었다.
3) 경제적인 면에서 크게 실패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자산 배분을 알게 되었고, 포트폴리오의 개념이 섰으며, 매수와 매도의 원칙이 생겼다. 국내/해외 투자의 장단점과 달러 투자의 필요성, 망하지 않는 기업을 보는 눈이 생겼다.
나빠진 부분이라면,
1) 본업에 대한 흥미가 감소했다. 예전엔 UX Article을 찾아가며, 탐독하고, 이를 어떻게 주변 동료들과 나눌지 고민했었는데, 이제 별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함께 성장을 꿈꿨던 동료들은 떠났고, 새로운 동료들에게 그러한 에너지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열정이 남아있지 않게 됐다.
2) 쉬이 피곤해진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일까? 아무래도 운동부족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3) 2번의 이유에선지 인간관계가 피곤해졌다. 굳이 사람들과 만나려 하지 않고, 혼자서 생활하는 게 익숙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적이 되니 더더욱 그리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글로 적고 나니,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한 글쓰기와 약간의 운동인 것 같다.
(과거의 글로 인해, 오늘 이 글이 써지게 됐다.. 다시 한동안 글을 안 쓰게 될 수도 있겠지만, 몇 년 후엔 다시 이 글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