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골 때리는 아마존 여행기 (2)

야생과 모기와의 사투, 그리고 정글 속 드리운 가장 짙고 추악한 그림자

by Angela B



듣기만 해도 아득하게 느껴지는 단어인 아마존.

예전에 아마존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종종 <아마존의 눈물> 같은 유명 다큐멘터리 등을 언급하거나, 어디 티비 혹은 인터넷에서나 볼 법한 굉장히 특이한 곳을 갔다며 매우 신기해한다. 그러나 내가 직접 들어가 마주하고 경험한 아마존은, 으레 생각하듯 초록빛의 낭만만으로 가득한 건 아니었다.



IMG_2855.jpg 열대우림 특유의 뭉게구름



아마존 마을 레티시아에서 머무르는 동안 하루하루 정글 안을 탐험할 때마다 작은 보트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때마침 우기라서 강 곳곳이 불어나고 며칠 만에도 강에 식물이 어마어마하게 자라났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이 사라져 갇히기도 하고, 먼 길을 돌아가기도 했으며, 선장님, 가이드와 함께 투어 손님들 모두가 힘을 합쳐 경로를 방해하고 보트 모터를 위협하는 식물들을 잔뜩 뽑아내기도 했다. 선장님 표현에 따르면 정말 귀찮을 정도로 빨리 자란다고.

학자들은 아마존을 일컬어 "무성하게 자라나는 각종 식물들에 갇힌 '초록 지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는데, 과연 그 단어가 정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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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투어의 기본은 접근성을 위해 보트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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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격으로 지나간 곳인데 근처가 이렇게 수중 식물들로 뒤덮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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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아마존의 수중 식물들. 하지만 식물들이 경로를 방해하고, 무엇보다도 보트 모터에 걸리면 위험하므로 우리는 식물들의 일부를 뽑아내어 멀리 던지는 작업을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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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아마존 사람들이 사는 작은 마을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은 아마존 강가에서 수영을 하고, 여성들은 빨래를 하고, 남성들은 고기를 잡으며 매일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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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근처에 있다는 아나콘다. 배가 부른 상태라 그저 스멀스멀 기어다니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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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원숭이들과 아마존의 거대 물고기 피라루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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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구소 같은 곳에서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여러 아마존원숭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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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태평하게 자는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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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로 인해 아무것도 하기 힘든 정오 즈음, 우리 모두는 해먹에서 낮잠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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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시간을 방해하는 귀여운 손님들. 먹을 것을 달라고 찾아와서 보채는 아기 원숭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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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한 가정에서 해 주신 아마존식 집밥.




이렇게 우리는 여지껏 한가롭게 강 지류들을 돌며 마을을 보고, 동식물을 관찰하는 활동 위주로 짜여진 투어를 했기에, 아직까지 아마존 모기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모기에 물리기는 했지만, 몇 방 물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어느덧 정글 한가운데를 트레킹하는 투어날이 다가왔고, 이날 했던 활동을 통해 우리는 왜 아마존을 먼저 다녀온 선배 여행자들이 그토록 모기를 조심하라고 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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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깊숙하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간이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토록 고대하던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트레킹 투어가 예정된 날. 가이드는 출발 전부터 몇 번이고 “긴 옷을 입고, 모기 기피제를 충분히 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딱히 소용이 없을 거다" 라는 끔찍한 말도 덧붙였다. 미리 한국에서부터 황열병 주사를 맞아왔고, 또한 함께 처방받아 온 말라리아약을 먹으며 나름의 예방을 하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정글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문제이므로 긴장이 되었다. 가이드는 모기 기피제가 별로 소용이 없을 거라고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우리에겐 진지한 경고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트를 내려 정글 안쪽으로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확 달라졌다. 마치 음습한 곳에 확 갇힌 느낌이랄까. 햇빛은 빽빽하게 차있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에서 맥없이 내리쬐고, 습기는 마치 온몸에 무게를 단 양 피부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부터 이미 시커먼 모기들이 우리에게 하나 둘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우리의 반나절 정글 투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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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가릴 만큼 크고 거대하게 자라나는 아마존의 나무들. 이는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더 받기 위해 선택적으로 길게 자라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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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지급받은 장화를 신고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만 따라가야 한다. 실제로 길을 잃기가 쉬워서 조심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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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허물과 아마존 정글을 상징하는 생물 중 하나인 아름다운 모르포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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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나는 식물과 열매



아마존의 모기는 크고 새카매서, 금방 눈에 띄긴 했다. 그래서 모기가 보일 때마다 이날 모기 기피제를 다 써버릴 모양으로 칙칙 뿌렸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아마존 모기들은 정말 집요했는데, 이 모기들은 마치 모기 기피제가 향수라도 되는 양 기피제가 분사되는 구역 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날다가 옷을 뚫고 우리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몇 방째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물렸는데, 특이하게도 드러나있는 손이나 팔이 아닌, 이미 옷을 입고 있는 부분인 엉덩이와 허벅지 쪽이 제일 가려웠다.


하지만 가이드는 천하태평이었는데, 그는 정작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렇게나 우리에게만 물릴 수 있는 건지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자기 같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로컬은 모기들이 그닥 반기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들 피만 좋아한다나? 게다가 동양인이 워낙 드문 지역이라 아마도 모기들은 눈을 뒤집고 우리에게 달려들었을거라는 농담을 했다. 결국 우리는 모기들에게 정글에 제발로 찾아온 별식 만찬이자 신선한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하는 수 없이 모기들이 달려드는 엉덩이와 다리 쪽에 끊임없이 모기 기피제를 뿌려가며 트레킹을 마치는 수 밖에 없었다.




IMG_2661.jpg 모기 기피제에도 급이 있는데, 이 '아마조닉' 단계가 가장 강력한 성분이다.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듯 했지만, 가이드는 그나마 이거라도 써서 요정도일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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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끈적하고 위험한 정글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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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튤라와 거대 개미집. 절대 건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조심히 걸었다.
IMG_2659.jpg 아마존에서 자라는 천연 고무 나무. 합성 고무가 발명되기 전까지 천연 고무의 수요가 매우 높았기에, 브라질을 비롯한 아마존 지역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한때 큰 번영을 누렸다.



이날 트레킹에서 돌아와 확인해보니, 엉덩이 한쪽당 대략 4~50방은 물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기 자국으로 뒤덮혀 있었다. 속상한 마음에 다음날 가이드에게 이에 대해 말하니, "그 모기들은 브라질 모기들이라서 그렇게 엉덩이에 집착했던 모양"이라며 우리 일행에게 웃픈 농담을 했다. (브라질 문화에서 엉덩이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는 척도이며, 미스 붐붐 Miss Bumbum 이라는 엉덩이 미인을 뽑는 대회도 따로 열릴 정도로 엉덩이를 미의 기준으로 꼽는 나라다.) 이럴 수가. 암컷 모기조차도 우리의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물어댄 이유가 그것이었단 말인가?




아마존 강은 풍요로운 어족자원과 함께 공포스러운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피라냐 Piranha 이다. 남아메리카산 육식성 물고기인 피라냐는 날카로운 이빨과 흉폭한 성격을 지닌 물고기지만 피라냐의 무서움은 실제보다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다. 사실 피라냐는 수생 생태계 먹이그물 피라미드에서 중하위권을 차지하는 생물이라, 중상위 포식자인 새나 큰 물고기들의 밥이라고 한다. 그리고 떼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지만 혼자서 다니면 겁쟁이가 되어서 힘을 못 쓰기도 하고 말이다.


이날 오전에는 보투 Boto 라고 불리는 아마존강돌고래('분홍돌고래'라고도 한다)를 보러 갔다가 (비록 움직임이 빨라서 제대로 된 사진을 못 찍었지만, 눈으로 확인했다) 가장 인기있는 투어 액티비티 중 하나인 피라냐 낚시를 하러 갔다. 미리 잡아서 토막낸 작은 생선의 살을 피라냐를 낚는 미끼로 써서 낚시하는 건데, 생각보다 이녀석들이 잽싸게 미끼만 먹고 튀기 때문에 실제 피라냐를 낚기란 쉽지 않다. 가이드의 말로는 경우에 따라 작은 피라냐를 잡아 큰 피라냐를 낚는 미끼로 쓴다고도 (...)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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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냐 낚시는 일행 중 유일하게 내 동생과 가이드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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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원산지인, 한국어로는 비파라고 불리는 플레코 물고기. 여기서는 Pez diablo, 즉 '악마 물고기'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비늘이 갑옷을 두른 듯 단단한 물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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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건 좀 징그럽지만, 의외로 맛이 좋다고 한다. 아마존 하천 생태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다.





아마존에서의 경험은 이렇게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경이로움, 혹은 모기 같은 벌레와 습한 날씨 때문에 성가시고 불편했던 추억으로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세상의 손길이나 규칙이 제대로 닿지 않는 정글 깊숙한 곳에는, 자연보다 훨씬 불쾌하고 위험한 ‘인간의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져 있었다.


여행 시작 무렵부터 이상하리만큼 모두에게 찜찜하고 불편한 기운을 주는 한 서양 남자 투숙객이 있었다. 물론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도 하고 스몰토크도 할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정상적인 대화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대뜸 나에게 말을 걸고 내 어깨를 잡으며 "우리 둘이서만 함께 정글 투어하지 않겠냐"는 매우 수상한 말을 한 적도 있었고, 우리가 머물던 방갈로 오두막 근처에 나타나 갑자기 "저기 나비가 너무 예쁘지 않냐"고 동생들에게 말을 건 적도 있었기에 우리 일행은 그와 마주치는 일을 최대한 조용히 피하고 있었다.


숙소 주인들의 말로는 여기 레티시아에 온 지도 벌써 한 달 이상은 훌쩍 지난 사람으로, 군말없이 숙박비를 내고 있기에 아직까지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주인 입장에서도 너무나 신경 쓰이게 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레티시아의 다른 곳에서도 길게 숙박했으나, 손님들의 항의로 인해 쫓겨나서 여기에 온 케이스였다고 한다.


아마존 여행은 지리적인 이유로 개인이 여행하는 상황에 제약과 한계가 많아서, 단순 관광 목적으로 굳이 그렇게 길게 일정을 잡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 그가 연구 목적 같은 또다른 이유로 왔을 것이라는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만약 그가 아마존에 홀로 온 이성을 꼬셔서 여자 손이라도 한번 잡고 싶은 거였다면, 단연코 그런 목적 달성에는 실패할 것 같았다.)




지난 편과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일주일 가량 지속된 우리의 아마존 여행은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었고, 우리는 브라질 아마존 강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오가는 정기 화물선을 이용해 브라질 마나우스로 가기 위한 채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 곳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향해가던 쯤, 그날 밤 사건이 터졌다.


이상하게도 저녁부터 우리가 머물던 방갈로 오두막 근처에 그가 자꾸만 기웃거렸다. 우리 오두막이 그의 오두막과 바로 붙어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우리 오두막 옆으로 와서 식물들을 계속 관찰하려 해서 매우 수상한 기분만 들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위치가 우리 오두막 욕실 옆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키가 큰 그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엿볼 수 있는 높이에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찝찝했던 마음이 마치 탐정 만화처럼 수수께끼가 탁 풀린 기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저 변태 놈, 걸리기만 해봐라" 라는 생각으로 벼르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 샤워 도중에 별안간 신음에 가까운 그의 이상한 소리가 옆에서 들리기에 그대로 온힘을 다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숙소 주인들과 옆 오두막에서도 달려나와 우리 오두막 옆에 있던 그를 붙잡았다. (숙소 주인은 물론이요, 알고 보니 우리 옆의 다른 오두막에서도 그 변태가 아내분에게 헛짓거리를 하려고 해서 남편분이 벼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숙소 주인은 내 고함소리를 듣자마자 경찰서에 바로 신고를 했고, 아주 정중하고 단호하게 그에게 숙소에서 바로 나가달라고 했다. 이윽고 숙소 주인의 신고를 받고 레티시아 경찰들이 우르르 왔다. 모두 합쳐봐야 직원이 6명 뿐이라는 조용한 레티시아 경찰서의 경찰들이 - 이 재미난 컨텐츠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총출동을 한 것이다. (사실 경찰들은 사건 해결보다, 이곳까지 여행 온 동양인 여자들의 모습이 더욱 궁금한 듯 했다. 범인보다는 자꾸 우리에게 말을 걸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제일 먼저 나에게 와서 스페인어로 상황 설명을 하게한 다음 조서를 썼고, 이후에는 며칠 전부터 그 남자때문에 매우 불쾌했다는 숙소 주인과 투숙객 등 숙소 내 여러 증인들의 이야기도 전부 받아갔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신상 조사 및 간단한 질의 조사를 하겠다며 반항하는 그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우리를 비롯한 숙소 사람들은 전부 만세를 불렀다.


그날 밤의 소동은 그렇게 끝난 줄 알았고, 숙소 주인은 덕분에 그를 잡아낼 건덕지를 잡았다며 "그 변태가 살짝 무서웠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어 고함을 질러줘서 고맙다"고 나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 일행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날 예정된 정기화물선을 타고 4일간 마나우스로 떠났다. (배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다음 회 참고)


전화도 인터넷도 안 되는 단절된 상황 속에서 나흘을 보내며 배에서 내린 뒤, 인터넷이 잡히는 마나우스에서 숙소 주인이 내게 휴대폰으로 보낸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녀는 그 남자를 조사한 결과가 담긴 요약본과 경찰서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적어서 보냈는데 - 그의 정체는 단순히 불쾌한 여행자가 아니라,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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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그닥 잘 알려지지 않은 더럽고 추잡스러운 사실이지만, 아마존 지역은 소아성애 매춘과 마약 범죄로도 매우 악명높은 곳이다. 사방이 정글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법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데다, 불법적인 행동을 하기가 워낙 쉽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전세계, 특히 부유한 서구권 나라에서 일탈과 범죄를 저지르려 암암리에 이 오지에 몰려드는데, 우리가 만난 그 불쾌한 남자 역시 그런 경우였다. 또한 낙후된 지역 특유의 극심한 빈곤에 찌든 이곳 사람들 역시 돈을 위해 그들의 불법 행위에 일조하는 등 도덕 관념이 무너진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분명 본국에서 저지른다면 종신형의 갑절도 모자랄 지경인 - 잔인하고 끔찍한 중범죄들을 이곳에 와서 마음껏 저지르는, 소위 잘 사는 나라에서 평범함의 가면을 쓰고 머나먼 아마존에 관광 온 악인들.


그들은 이곳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거나 재배되는 마약을 싼값에 마음껏 사서 즐기고, 소아성애 성범죄 행위를 저지르기 위해 달러 다발을 들고 적극적으로 어린 여자아이들을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그 배경과 이면에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달러를 벌기 위해 자식을 성노예로 팔아버리거나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재배해도 된다는 식의 무너져버린 윤리의 경계가 있다. 이는 여전히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착취하는 현실이 만들어낸 잔혹한 단면이기도 하다.


특히 소아성애 매춘은 종종 지역 르포 기사와 다큐멘터리로도 다뤄질 만큼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아직 성에 대해 무지할 나이의 어린 아이들은 그대로 밤마다 관광객에게 팔리며 부모의 달러 벌이를 돕고 있다.


내가 본 것은 페루에서 제작한 지역 르포 다큐멘터리였는데, 어느샌가 중년 이상 서양 관광객들이 소아성애 매춘 행위를 위해 하나둘 아마존으로 몰려와 점점 더 어린 여자아이를 찾고 있으며, 이제는 그 마수를 남자아이들에게까지 뻗치고 있다고 했다. (모자이크 처리된 인터뷰로 태연하게 "12살도 너무 많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역겨워서 그 자리에서 헛구역질이 나왔다. 저 범죄자는 과연 본국에서도 똑같이 저렇게 더러운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존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운동가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와 허탈한 표정으로 겨우 여섯 살 먹은 어린아이를 구출했을 때 일을 말해주기도 했다. 딸을 판다는 죄의식조차 없는 막장 부모 밑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는, 태어나 처음 보는 백인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한 직후 겨우 구출되었는데, 그저 "몸이 아프다"고 표현할 뿐 자신에게 일어난 일 자체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접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추악함을 접한 나조차도 이렇게 보기가 힘든데, 인간의 농축된 심연을 직접 마주하는 운동가들은 과연 어떤 심정으로 이 일을 하는 걸까. 여러모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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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와 방갈로 오두막.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때로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
IMG_2275.jpg 커다란 열대나무의 잎 위로 달이 뜬, 아마존의 밤



의도는 여러모로 기분을 나쁘게 하는 변태를 물리치기 위함이었지만, 우리는 아주 우연히 이곳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착취와 폭력의 구조의 단면을 건드리게 되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소 뒷걸음질 지다가 거대한 쥐를 잡은" 격이 되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다시 숙소 주인이 내게 알려준 바, 그는 결국 소아성애 매춘 행위와 마약 거래 시도가 적발되어 콜롬비아에서 영구 추방당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모기나 벌레 정도야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라지만, 이렇게 전혀 가늠조차 못했던 일과 상황을 맞닥뜨리며 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정면으로 보게 된, 그런 아마존 여행이었다.



IMG_2560.jpg 스페인어로 "아마존을 사랑하자" 라는 글귀가 담벼락에 꾸며져있다. 조화로운 자연과 인간의 추악함을 모두 담고 있는 이곳을 우리는 과연 사랑하기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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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야경. 레티시아와 타바칭가, 산타 로사 쪽만 불들이 조금 켜쳐있을 뿐, 저 너머로는 바로 밀림 속 어둠이 짙게 드리운다.
IMG_2883.jpg 아마존 레티시아에서의 마지막 비싼 식사. 전 편에서 서술했다시피, 기본적으로 아마존 지역은 지리적 이유로 물자 교류가 제한적이라 생활 수준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이다.
IMG_2886.jpg 우리가 타고 4일간 마나우스까지 갔던 정기 화물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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