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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c 05. 2021

제주생활백서

제주에서 건져낸 취향 : 캠핑

제주에서 처음 원터치텐트 하나로 시작했던 나의 캠핑 스타일도 5년을 지나는 동안 많이 변화했다. 캠핑의 횟수가 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캠핑 그 자체의 목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과 함께 즐기기 위한 수단이 되고 확장이 되는 것 같다. 차로 다니면서 텐트를 치는 오토캠핑, 여기서 확장되어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 캠핑, 배낭 하나에 모든 장비가 들어가며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백패킹, 그 가방을 메고 백보(적게) 걷는다면 백보킹 등 경계가 애매하고 스타일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다.

제주에서 나는 주로 오토캠핑과 차박, 백보킹을 선호하는 편인데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장소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이용하는 것이 익숙해진 탓이다. 가벼운 장비들을 선호하고 적게 소유하며 캠핑할 때 음식을 많이 챙기지도 먹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BPL(Backpacking Light)이 되고 있는데, 백패킹을 할수록 소유에 대한 효용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필요 이상의 장비와 음식은 부피와 무게를 늘려 이동 시 신체에 부담이 되고,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답답함을 해소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야외활동인 캠핑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덕분에 국내 캠핑 용품 시장의 다양화와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캠퍼가 많아지는 것이 무척 반갑다. 그러나 갑자기 많은 수요로 올바른 캠핑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LNT(Leave No Trace)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캠핑하기 좋은 곳들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사라지게 되면서 캠퍼들 사이에서 노지 캠핑 장소는 공개하지 않는 암묵적인 룰도 생겼다. 자신이 머물다 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고 이 흔적들은 자연의 자정능력을 초과한 환경오염으로 초래된다. 이로써 장소가 폐쇄되고 사라지는 것을 내가 사는 제주에서도 경험할 정도이니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다. 제주도는 동네에 클린하우스나 재활용 도움센터가 존재하므로 음식물은 티머니 카드로, 분리수거는 요일제를 실시하므로 재활용 도움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제주도의 자연을 아끼고 보존하며 오래오래 모두가 행복한 캠핑을 할 수는 없을까? 장비뿐만 아니라 음식의 BPL과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LNT가 지켜져서 지속가능한 캠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D


제주에서 취향이 된 캠핑 이야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 시인) 

캠핑은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이다. 자연도 그렇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더 사랑스럽다. 특히 제주도에서 나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를 덜 받으면서 그 기회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었다.

내 집 마련의 꿈 

멋진 풍경 앞에 내 집, 나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행복! 고작 한평도 안되는 공간 일지라도 두 다리 뻗고 누울 수 있는 온전한 내 소유의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저렴한 방법이 아닐까.

새로움에 대한 갈망 

일상의 익숙함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가져온다. 캠핑은 내가 선택하는 장소에 따른 새로운 환경,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 음식과 체험의 다양한 선택, 그날의 느낌과 분위기 등으로 특별하진 않지만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주고 내 의지에 따라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크다.

사서 고생하는 즐거움 

캠핑은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만나 고생이 되기도 한다. 짐을 챙기고 집을 짓고 해체하고 정비하는 일 등의 몸을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과 잠자리, 벌레, 변화 무쌍한 날씨 등 불편함이 많다. 나는 왜 이 고생에 돈을 들이는 걸까? 캠핑을 하는 순간순간 많은 일상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발견한다. 그 순간은 고생으로 다가왔더라도 훗 날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 좋은 경험과 배움이 복리효과를 일으켜 돌아오기도 한다. 특히 백패킹을 하며 사서 고생하는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 왕에 고생할 거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시기인 젊을 때 해야 한다가 적용되는 느낌.

++제주에서는 캠핑 전 꼭 바람을 체크하자! 바람 때문에 결항으로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 똥 바람에 내 소중한 텐트가 망가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제주도에서 내가 즐겨 찾았던 캠핑 장소

(LNT가 안된다면 유료화되거나 사라질지도 모른다)

- 함덕 야영장 : 서우봉 근처에 있는 야영장, 바다가 보이지 않고 해가 많이 들어서 여름엔 힘듦

- 김녕 야영장 : 여름 성수기 시즌외에는 무료로 운영된다. 예쁜 바다가 잘 보이는 넓은 잔디를 가진 사이트

- 협재, 금능 야영장 : 야자수들로 이국적인 풍경과 바다 그리고 노을이 멋진 곳

- 표선 야영장 : 바다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사이트가 넓고 시설이용이 편리하다.

- 하모해수욕장 야영장 :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바다 풍경과 소나무 사이로 데크가 있는 사이트

- 관음사 야영장(유료) : 벚꽃이 필 때 가장 예쁜 곳, 안쪽에 데크 사이트도 있다.

- 붉은 오름 자연휴양림(유료) : 최근에 오픈해서 시설이 깨끗하고 숲속 데크 사이트, 주변 산책로도 너무 좋음

- 서귀포자연휴양림(유료) : 편백나무 숲속 데크 사이트로 여름에 가장 시원한 곳, 산책하기 좋음

- 우도의 비양도(사유지) : 우도라는 섬 자체가 좋다. 예쁜 바다 뷰와 일출, 일몰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 추자도 : 야영장이 존재하진 않지만 캠핑을 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있다. 연박으로 머물며 트레킹 하기 좋은 곳   

이 밖에도 해수욕장이나 한라산과 중산간 근처에 이용할 수 있는 많은 야영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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