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여행을 가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코코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해외여행은 포기했다. 코로나로 국내여행마저 가기 힘든 상황이다. 다소 즉흥적으로, 아내와 함께 코코를 데리고 두물머리를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드라이브를 다녀왔다고 하는 게 맞다.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 즉흥적으로 떠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강아지 동반이 가능하다는 스타벅스 더 북한강 R점 오픈 소식에 마음이 동했다. 그런데 후기를 찾아보면서 강아지와 함께 가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강아지는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건물 옆에 마련된 전용공간만 출입 가능하다. 그나마도 구색만 갖췄을 뿐이다.
강아지와 여유롭게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실 수도 없는 곳을 가겠다고 왕복 70km 운전하는 건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는 다른 카페들을 찾아봤지만 눈에 띄는 곳이 없었다.
‘북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우리 부부 그리고 옆에서 졸고 있는 코코’ 이런 그림을 만족시켜줄 만한 카페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아내와 연애시절 두어 번 갔었던 두물머리가 생각났다. 비록 커피 한잔의 여유도, 하네스를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도 없겠지만 코코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막상 두물머리를 가려고 하니 오늘은 너무 춥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잊고 지내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의 10년쯤 이맘때, 아주 추운 겨울날 두물머리를 간 적이 있는데 차가운 공기와 풍광 그리고 꽝꽝 얼은 강물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기억이 떠오르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게 됐다. 시동을 켜고 목적지를 두물머리로 정했다. 산과 물이 건물보다 더 많아지는 풍경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기분만큼은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두물머리는 우리 부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연애시절을 회상하고, 꽝꽝 얼은 강물을 보며 감탄하고, 사진을 찍고, 산책로를 거닐고, 연잎 핫도그를 먹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코코도 기분이 좋은지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동네 산책에서는 잘 볼 수 없던 표정이었다. 개도 새로운 곳을 가면 좋아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 보다.
두물머리까지 온 김에 스타벅스 더 북한강 R점을 들러보기로 했다. 후기를 찾아봤던 터라 큰 기대는 안 했다. ‘여기까지 나온 김에 한 번 가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스타벅스는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주차장을 들어서는 것부터가 기다림이었다. 주차요원들이 있어서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 역시 대기업이 편하긴 하다.
후기에서 봤던 대로 스타벅스 더 북한강 R점을 강아지 동반이라고 하기엔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지나다가 들리는 강아지 휴게소 느낌이었다. 그러나 뜻밖의 반전은 있었다. 오픈 기념으로 2만 원 당 1 코인을 주는데, 인생 네 컷과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매틱 부스에서 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 1 코인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4만 원에 맞춰 텀블러 하나와 커피 한잔을 주문했고, 코인을 2개 받았다.
포토매틱 부스 옆에서 구매 영수증을 보여주면 코인을 준다. 흑백과 컬러 중 고를 수가 있는데, 흑백사진이 더 잘 나온다는 말에 우리는 2장 다 흑백으로 찍었다. 코코는 사진 찍는데 별 관심이 없었지만, 우리는 찰나의 순간을 간직했다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었다.
코코는 차를 타는걸 별로 안 좋아한다. 좋아하는 간식도 차에서는 안 먹는다. 그런데 두물머리 산책이 꾀나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오는 길에 차 안에서 간식을 먹었다. 출발할 때 준 간식인데 가는 내내 입에도 안 대던 간식이었다.
오늘이 코코에겐 꾀나 멋진 날로 남을 것 같아 덩달아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하루를 되돌아보니 정말 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이 즐겼던 하루였다. 앞으로도 종종 두물머리를 찾을 것 같다. 코코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