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강규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승 강경빈 Feb 10. 2020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 <스파이더 맨>  中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로 번역되는 이 문장은 스파이더맨의 행동 좌우명이다. 이문장은 1962년 스파이더맨의 데뷔작인 <어메이징 판타지>에서 처음 사용됐다. 

어느 날 피터는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되지만, 딱히 그 힘을 사용하진 않았다. 그러던 중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며 도둑을 모른 척하게 되는데 훗 날 피터의 삼촌 벤 파커는 피터가 모른 척했던 도둑에게 살해를 당한다. 자신이 모른 척했던 도둑과 삼촌을 죽인 범인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알은 피터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을 깨닫고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간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단순히 만화, 영화 속 이야기는 아니다.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에서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팬서, 헐크, 토르 등 마블에 등장하는 다양한 히어로가 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는 아이언맨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되는 과정은, 사피엔스가 지구의 정복자가 된 과정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토니 스타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조직에게 납치를 당한다. 테러리스트들의 무력 앞에 토니가 천재라는 점은 별 도움이 안돼 보인다. 초창기 사피엔스들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사피엔스의 지능이 높다 한들 검치호랑이 앞에선 연약한 존재였다. 


토니는 강철로 만든 슈트를 입고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탈출한다. 말이 슈트지,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영화-   <아이언 맨> 中


그러나 주먹도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했던 사피엔스처럼 토니 스타크는 슈트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목숨을 건진다. 주먹도끼에서 만족하지 않고, 청동기를 거쳐 철기 시대를 열어간 사피엔스처럼 토니 스타크의 슈트 또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아이언맨이 강해질수록 빌런들로 강해진다. 그러나 아이언맨은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최첨단 기술이 그의 해결책이다. 사피엔스도 마찬가지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겪으며 발전을 거듭했고 그에 따라 기술도 함께 발전했다.  



사피엔스의 눈부신 기술 발전은 인류 최대 난제였던 기아, 역병, 전쟁을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완벽히 해결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기아 역병, 전쟁이 신의 뜻이고, 통제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불완전한 세계의 작동원리'라거나 '신의 뜻'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기아, 역병, 전쟁이 발생하면 우리는 누군가 잘못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음번에는 잘하겠다고 다짐한다. - <호모 데우스> 中


2020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의 분노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당한다. 그러나 1500년대 아메리카 원주민은 유럽 정복자들은 멀쩡한데 자신들은 죽어나가는 기이한 현상을 신의 뜻이라 여겼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인은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를 통해 현재 인류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주장한다. 유발 하라리는 농업혁명을 인류 최대 사기극이라 표현한다. 사기의 특징은 사기를 당했다고 깨닫기 전까지 사기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기임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되돌리기에 이미 늦었다. 


농업혁명의 핵심은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이런 진화적 계산법에 왜 개인이 신경을 써야 하는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 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거래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기원전 8500년의 사람은 농업혁명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지만 농업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 <사피엔스> 中


농업혁명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집단은 엘리트 지배계층이었다. 수렵채집이 기본인 세상에서는 본인의 힘으로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하지 않으면 굶어야 된다. 그러나 농업혁명으로 잉여 생산물이 만들어졌고 이를 이용해 엘리트 지배계층은 일하지 않고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엘리트 지배계층은 또다시 사기를 치려 한다. 기아, 역병, 전쟁을 해결했으니 이제는 신성, 불멸, 행복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신성, 불멸, 행복을 해결할 기술이 있다. 

어쩌면 사기가 아닐 수도 있다. 진짜로 신성, 불멸, 행복을 해결할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는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핵융합 기술을 원자력 발전에 이용하면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지만, 무기로 이용하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기술의 양면성을 따져보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큰 힘일수록 감당해야 할 무게는 무거워진다. 기술이 전부가 아닌,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올바른 논의가 필요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기술은 힘이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화약으로 폭죽을 만들었지만, 유럽은 총을 만들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느냐 따라 같은 기술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기술의 발전  이상으로 생각의 발전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이 발전한 건 맞는데... 그게 나랑은 뭔 상관이람?'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피터에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도둑의 존재를 모른척한 대가는 가족의 죽음이었다. 


사피엔스가 지구의 정복자가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종이 멸종되었다. 그리고 이제 일부 사피엔스는 기술의 힘을 빌려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진화한 사피엔스는 더 이상 같은 사피엔스가 아니다.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간 종(種) 네안테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왜 사라졌을까?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친 결과는 틀림없이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심각한 인종청소였을 것이다 - <사피엔스> 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