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방해하지 말아줘
새벽에 일어나 혼자 사용하는 거실이 좋다.
붉은 간접등을 켜놓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일기도 쓰고 잡다한 상념에도 빠지는 시간은
흘러가는 것 조차 아깝다.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엄마를 찾는다.
‘물마시러’ 혹은 ‘잠이 홀딱 달아나서’ 혹은 ‘엄마 품을 찾아’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는 다섯시도 되지 않았을 무렵
둘째가 깨고 말았다.
아이는 내 발치에 또아리를 틀고 새로운 잠에 막 들려고 했다.
거실 바닥 식탁 아래 자리잡은 아이가 영 불편했다.
“엄마의 아침을 방해하지 마.”
목소리에 화가 묻어났겠지.
아이의, 그나마 남아있던 잠까지도 다 쫓았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 걸렸다.
그마저도 어찌나 화가 나던지.
“이 시간은 엄마의 시간이야. 들어가서 자.”
한껏 엄격한 척 소리를 냈다.
이내 아이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훌쩍거리며 방으로 갔다.
그리곤 몸을 웅크리고 잠시 흐느끼다 곧 잠들었다.
그 모습에 얼마나 미안하던지.
아침이 뭐라고, 내일이면 다시 돌아올 시간인데.
혹은 그저 새벽잠을 몇십분이고 줄이면 될 일인데.
미안함에 머리칼만 몇번이고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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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에 사납게 굴어서 미안해.”
아이는 눈알을 데굴 굴리며, 갑작스러운 사과의 이유를 찾는다.
“괜찮아. 엄마. 내가 미안해.”
다음 새벽에는 아이를 더 깊이 안아줘야지.
더 좋은 꿈을 꿀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