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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Oct 25. 2022

생일선물

마실꾼 남나후



나후는 공동육아 키즈답게 마실을 좋아한다.

마실은 친구집에 놀러 가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마실을 매니저링 하는 여섯살이다.


나후는 막내에 어울리게 형 친구, 누나 친구, 형 친구의 가족, 누나 친구의 가족을 섭렵하며 애정을 수집한다.

아이는 길에서 자신을 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도 00집에 갈래.”라고 말하는데, 효과가 무척 좋다.

바로 나후를 데려가는 사람도 있고, 나중에 초대하겠다고 약속 해주는 사람도 무척 많다.

(아이들이 '마실 갈래'라고 하면서 던지는 동그란 눈동자를 거절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주엔 계속 나후가 “연이 형아네 갈래.”를 입에 달고 살았다.

마치 빚쟁이마냥, 연이 형아에게 받을 것이 있는 것 마냥 그렇게 누가 보든 안보든 주문을 외워대는 것이다.




그 주 금요일, 연이와 우리 집 첫째 둘째가 참여하는 [시 낭송회ㅣ시가 흐르는 밤]이 열렸다.

(시밤* 성미산학교의 가을 이벤트다. 아이들 시가 참 예쁘다)

나랑 손잡고 가던 나후가 사라진 것을 안 것은 인파를 뚫고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을 때였다.

나후는 우리가 지나가던 길에 있던 연이네 식구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아빠 무릎에 앉아 있었다.

연이 아빠도 나후를 바라보며 꿀떨어지는 눈을 하고 있었다.

나후는 걱정말라는 수신호를 받고는 첫째와 둘째의 시 낭송을 온전히 누렸다.

곧 모든 행사가 끝났다.

일층 라운지에서 만난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기 위해 서로 인사를 나눴다.


“나후는 어딨지?”

다시, 나후 실종.

“엄마! 나후 저기 간다!”

연이네 식구가 다정하게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끝, 나후가 씽씽이를 타고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뒷모습만 봐서는 영락없이 네식구로 보였는데, 연이네 가족도 나후가 따라가고 있는 줄은 몰랐나보다.

“나후야! 너 어디가?”

뒤 돌아본 나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는 연이형네 집에 가기로 되어 있는데 왜 방해를 하냐는 듯, 한번 나를 쳐다보고서 다시 씽씽이를 타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나후야. 밤이 늦었어. 너는 엄마 아빠랑 너네 집에 가야지.”

나후 눈이 붉어졌다. 배신감을 느꼈나보다.


“머루(연이아부지)한테 연이형아네 집 간다고 했단 말이야. 알겠다고 했단 말이야.”

일단 아스팔트에 드러눕고 보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연이네 가족을 얼른 보냈다.

“연이 형네 집에 갈거야!”

빚쟁이도 저러지는 않겠다 싶다. 이미 밤 9시인데.

겨우 달래서 품에 안았다.

“카톡해서 약속 잡으면 돼.”




다음다음 날은 나후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방방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나후의 생일이어서 간 것은 아니었지만.)

거기서 만난 연이엄마에게 나후가 다가갔다.

“나 방방이 다 타고 연이형아네 집 갈거야.”

와 당당하다.

“응? 그래 가자.”

와 신났다.


 시간  도착한 연이형아네서 갖고 놀고 싶었던 연이형의 장난감을 마음껏 탐닉한  1시간.

만족했는지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뒤적이다 잠이 들었다.

저 만족한 등짝.

최고의 생일선물이었다.

생일 축하해 남나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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