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에는 꼭 생이라는 글자가 있어 자기 앞에도 한가운데에도 은밀하게 가면을 쓴
잉크를 마시고 태어난 숨의 자국들
활어회처럼 팔딱 대며 눈앞에서 비늘을 번뜩이는,
아아
살아 있다는 것은 은빛이구나
삶 생 삶 생 삶 생
닫아버리는 ㄻ의 무거움이 없어 생은
매일 저녁 상쾌한 아나운서의 목소리처럼 가벼운 농담처럼 통통 튀고
허파에서 시작해 허파에서 끝난대
폐가 덜 펴진 채로 나온 아이의 울음이 탁하다고 미안해 따라 우는 엄마가
폐에 물이 차올라 엄마가 죽고 말겠다고 우는 엄마가
결국 사는 건 허파의 문제인가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는 생을 입안에서 굴리고 튀기며 놀다가
혼자 움직일 수 없는 허파 주머니는 사람 같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 주머니
그렇네 생은 허파고 허파는 사람이네
서로의 쇄골 아래를 가만히 쓸다
잘 살아라 잘 살아라
말을 반복하고 반복한 말은 기도가 된다
생 생 생 생 생 생
검색해 보니 제목에 생이 들어간 책은 18,465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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