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by 윤신


까마귀가 울어요. 까마귀가 가지에 앉아 있어요. 까마귀도 앉을 수 있나요. 까마귀가 서 있는다고 할까요. 우리 그렇게 해요. 까마귀가 서 있어요. 가지에 아무것도 없는 빈 가지에.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혀있어요. 표면에 몸을 붙이고 볼록렌즈처럼 속을 다 보이고. 물방울은 얼마나 모여야 중력을 느낄까요. 언제쯤이야 이 물방울들은 바닥으로 모두 떨어질까요. 글쎄요. 수천 개의 수만 개의 물방울은 모두 독립적이군요. 독립적이라 살아남아 있군요.


저기 까마귀가 날아요. 거짓말이에요. 나는 것은 갈매기예요. 날개를 움직이지도 않고 멀리까지 날다니, 부러워요. 아니, 먼저 나는 걸 부러워해야 하지 않나요. 그건 아니죠. 제가 날 수는 없으니까요. 인간의 팔은 인간의 몸을 허공에 띄울 수 있을 만큼 단단하지 않습니다. 단단하지 않은 건 팔 뿐만이 아니지만.


까마귀도 갈매기도 없이 이제는 빈 유리창뿐이군요. 유리창에 흩뿌려진 빗방울 투성이 뿐이군요. 이 물방울이 저 아래의 바다로 갈까요. 갈수나 있을까요. 그럼 우리가 도와주기로 해요. 어떻게요. 혀로 핥고 침을 뱉어요. 눈물을 흘려요. 피를 내요(점점 격앙된 목소리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우리 그대로 둡시다. 새는 새대로 물방울은 물방울대로 그대로 둡시다. 새는 새대로, 물방울은 물방울대로. 그거 참 편리하고 좋은 생각이네요. 비꼬지 말아요. 비꼬지 않아요. 그대로 둔다는 건 하나의 친절이예요. 또는 방임이구요. 우리도 그만하죠 독립적으로.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그래요, 그거 참 편리하고 좋은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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