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이

by 윤신


쉽게 뜯은 거스러미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말라죽은 식물의 잎을 뜯었을 뿐인데 뻥 뚫린 구멍으로 벌레가 모여들듯이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생각에 지나지 않아


생채기가 하얗게 질릴 때까지 한 번 더 뜯고

꿈처럼 실수를 붙들었다.


얇은 피부에 노란 후회가 알차게도 배었구나.

속이 꽉 찬 나의 고오름씨.


이대로 가면 반짝이는 은빛날로 너의 배를 가를 수밖에 없어.

터지는 네 안쪽 끝까지 벌건 생피가 나올 때까지 가르고 가르고.


심장의 고동이 손톱 끝에서 울리더니

부은 살갗이 대답한다.


그것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만.

베어지고 차오르는 것 모두 당신의 실수입니다만.


성가신 가시를 뜯어낸 게 무슨 죄인지

그건 내 모가지도 엄마의 모가지도 아닌데.


산수는 인간의 갈망입니다.

원인과 결과 이유 따위

순진하네요 그런 걸 믿다니.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그것에게 생손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또 그런 선택인가요. 내 안에 후회 하나가 더 쌓이겠군요.

적립, 또 적립, 고통, 기억, 적립 어게인.


감시하고 독촉하는 참견쟁이 생손이 씨.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내력이에요.

당신이 벌인 일들의 총합이지요.


차마 그를 베지도 짜내지도 못하고

이런 게 가스라이팅인가 정말 모든 게 나의 잘못인 것만 같아

생손이를 쓰다듬자 내가 생손이인 듯한 착각이.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여기에, 노오란 동공 그 깊이

밤도 낮도 아닌 어딘가에.


어느날

부풀고 부푼 손가락 장밋빛 얇은 피부는

예고도 없이 어느 날

좌악

촤악

꿀렁꿀렁 무언가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쏟아져 나오고 나도 나오고


또 이런 결말인가.

또 이런 사랑인가.


뻥 뚫린 구멍만이 남아 오늘의 실수를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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