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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01. 2024

믿음은 받는 것이 아니라 꺼내는 것


쓸 수 있는 새벽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


낮에 설치는 잠과 깨어 쓰는 밤 어딘가


굽어본 아래에는 몇몇의 사람이 습관처럼 멈춰 서고


버스도 멈춰 서지만 아무도 타지는 않네


머뭇거리는 게 취미라고 말했던가


기다리고 머뭇거리는 게 인생의 전부였다고


괜찮아 빈 버스야 어떻게든 되겠지


타지 않든 뒤에서 누가 기다리든 비어 있는 채로든


어떻게든 될 거야 가끔은 나도


발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종종거리지만 갈 데가 있어서는 아니고


자주 울지만 딱히 우는 게 싫은 건 아닌거든


몸의 반이 잘렸다고 달력도 울던데


남의 마음은 모르고 달은 잘만 돈다니까 하여튼


어딘가에는 쓸 수 있는 새벽이


보채지 않아도 쉴 수 있는 숨이 있어, 있을 거야


믿는 건 자유라니까 그렇게 믿자


그리고 낮도 밤도 아닌 그곳에서 우리 또다시 머뭇거리면


잘만 도는 달을 쓰다듬으면서


너도 피곤하겠네, 알아주기도 하면서


빈 버스에 오르자


카드를 찍고 없는 발을 딛고 어디로든 언제로든 갔다가


아니면 돌아와도 되니까


끝도 없이 가볍게  


어쩌면 우린 오랫동안 그 순간을 위해 머뭇거렸던지도


아니면 그렇게만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지, 모르지만


믿어 믿는 건 자유라니까 그렇게


우리의 선선한 믿음을 꺼내어


꾹꾹 눌러 새벽을 기다리면서


환하게 빈 버스에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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