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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04. 2024

끝내 우리는 고아가 되겠지만


  흰 오목눈이처럼 작아지던 할머니가 팔십 여섯에 돌아가시고 아이고아이고 나는 인제 아빠도 엄마도 없구나 육십이 넘은 엄마는 목 놓아 울었습니다. 이모는 혼절하고 할머니가 가장 아끼던 큰외삼촌은 마른침만, 자꾸만 마른침인가 눈물인가만. 할머니는 다른 자식들이 준 돈을 꼬깃꼬깃 모아다 큰외삼촌에게 줬다나봐요. 그걸 보고 다른 자식들은 저들끼리 성을 냈지만 그러면서도 그렇게 챙겨줬다나봐요. 나의 엄마는 다섯 남매의 넷째 딸. 열아홉 봄에 집을 나와 다음 해 나를 낳았습니다. 그 모든 과정과 결과를 할머니는 인정하지 않으셨대요. 딸의 발에 걸릴 돌부리처럼 나와 아빠를 생각한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평생 오롯한 애정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도 엄마는, 종종 저에게 말하고는 했습니다.


  너, 우리 엄마한테 다 일러버린다.

  나도 엄마 있어.


  할머니가 누운 관이 화염으로 들어갈 때 그 짱짱 거리는 말도 이제는 듣지 못하겠네, 슬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어 있는 누군가의 자리를 생각합니다. 비어 있는 자리를 끌어안는 마음은 차마 알 수가 없어

  자신의 어머니의 상에서 이제는 나도 고아구나, 하고 무연히 바깥을 보던 가까운 어른의 옆얼굴.  

  끝내 우리는 고아가 되겠지만.


  하남에 나무 고아원이 있습니다. 이름이 왜 그리 애처롭냐고 당신은 말했던가요. 정말 왜 이름이 이모양이냐고 저는 몰래 생각했던가요. 사실 그곳엔 베어버릴 예정이거나 도로확장 공사로 상처 입은 은행나무, 소나무, 메타세쿼이아, 홍단풍, 버짐나무 등 23,294의 나무가 옮겨 심어져 있어요. 울창히 새로이 뿌리를 단단히 하고 찬연하게 서 있습니다. 그 안에서 따로 모인 그들의 녹음을, 저 각각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을 보면서 저는 그저 참 멋진 나무들이네, 빛나도록 단단하네, 하고만 생각했어요.


  엄마 아빠가 빨리 죽어 이제는 그토록 슬퍼할 일이 없다고 당신이 말했던가요. 지인이고 친구고 이제는 부모가 죽을 일만 남았는데, 나는 없으니 이게 얼마나 편한 일이냐고 당신은 샐쭉 웃었던가요. 그 웃음에 조금의 거짓도 없어 다행이다, 다행인가 헷갈리다가 당신의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를 조용히 쓰다듬던 한낮. 그런 한낮도 있었네, 하고 단단하게 빛나는 당신 곁에서 생각하는 또 다른 한낮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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