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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 자신‘이 낯선 당신에게

내 안의 연금술

당신의 어제 하루,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가끔, 별일 아닌 하루였는데도 괜히 마음이 무겁고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말에 혼자 오래 앓게 되는 날이 있어요.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리게 되죠.​

“나 왜 이러지?”

“뭐가 잘못 된거지?”

“이게 진짜 내 모습인가?”

익숙한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낯선 순간을 만나곤 합니다.

저도 그래요.

상담사로 살아온 긴 시간 속에서 늘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고, 누군가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괜찮아요, 잘 하고 있어요” 라는 말을 건넸지만,

정작 제 마음은 한참 … 뒤에야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요즘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아요.

‘살아내느라 익숙해진 감정’이 있다는 걸요.

저에게 익숙했던 감정은 책임감, 인내, 무던함이었어요.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신념, 그게 제 방식이었죠.

그런데 그 방식이 더 이상

스스로를 지켜주지 못할 때가 왔어요.

그 깨달음이 나를 기록하고 목소리내고 요즘 글을 쓰는 데에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기도 해요.

예전엔 그냥 넘기던 일들이 자꾸만 마음을 건드리고,

무언가를 해내고도 허무함만 남으며

“나는 나를 다시 알아가야 할 시간이구나” 를 느끼고 깨달았어요.

‘내가 낯선 나를 만날 때’

그건 내가 망가진 게 아니라,

내 안의 ‘변화’가 시작된 거였어요.

저는 상담장면에서 종종 ‘연금술사’를 떠올립니다.

고대 이야기 속 연금술사는 가치 없는 것(진흙이나 납)을 시간과 열로 ‘금’으로 바꾸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모래놀이치료 공부를 하며 접하게 된 ‘심리학적 연금술사’ 개념은 개념은 융(C.G. Jung)의 이론에서 출발 했다고 해요. 융은 자기(Self)의 통합을 향한 인간의 내면 여정을 연금술로 설명했어요.



심리학적 연금술사’란,
내면의 혼돈·고통·상처 같은 ‘정신적 납’을
‘자기이해와 성숙의 금’으로
바꾸는 사람을 말한다.


즉, 자기 안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새로운 자기를 빚어낸다.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의 상처와 혼돈을 껴안아 성숙과 통찰로 바꾸는 사람’을 말해요.

연금술사는 벗, 스승, 상담사 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결국 진짜 연금술사는 나 자신이에요. 마음속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변화해가는 용기 있는 여정의 주인공이니까요.

우리가 겪는 마음의 혼란, 낯선 감정, 예민해진 나, 무너지는 듯한 하루는 이 ‘심리적 연금술’이 시작된 증거일지 몰라요.

그동안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올라오고, 이전의 방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신호가 오고, 조금 더 진짜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는 때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그동안 익숙했던 껍질을 벗겨내고 더 진짜다운 나로 나아가라고 이야기하는 거겠죠.

그 길이 따뜻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어요.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고 마치 이전의 내가 무너지는 것처럼 그 경험은 아프고 고통스럽게 하죠.


하지만 그런 순간이야말로 내 안의 연금술이 시작된 시간입니다.

내 안의 연금술이 시작되는 시간

진짜 나를 알아가고,

내 마음의 성숙이 깊어지는 시간

그러니 지금 혹시 마음이 낯설고, 감정이 예전 같지 않고, 스스로에게 “왜 이러지?” 묻게 된다면

그건 당신이 잘못된 게 아니라 더 깊은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 서 있다는 뜻일 거예요.

당신 안에 묵묵히 불을 지피는 연금술사가 있어요.

당신이 놓치고 있었던 진짜 마음을, 삶의 의미를, 그리고 사랑받아 마땅한 당신 자신을 다시 길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 여정의 시작이 낯설 겠지만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

저도 누군가의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용히, 다정하게 응원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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